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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성과주의, 국민연금 노사관계 파탄낸다

해피곰 2010. 9. 20. 09:41

공공기관 성과주의, 국민연금 노사관계 파탄낸다

성과연봉제 놓고 해를 넘기며 갈등 중인 국민연금

 

 

 

국민연금관리공단 본사 입구ⓒ 민중의소리

 

 

9월 16일자로 국민연금 노사 간의 단체협약이 효력을 상실했다. 89년 노조가 설립된 후 처

음으로 노사관계를 규정하는 규칙이 사라진 것이다.

 

국민연금공단 노사는 2009년도 단체협약을 아직도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공

단의 노동조합인 공공서비스노조 사회연대연금지부(연금지부)는 “이미 2009년 12월 노사

실무대표가 문구까지 합의했는데 전광우 공단 이사장이 이를 파기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12월 1일 전광우 이시장이 취임한 이후 집중교섭을 통해 의견접

근을 이루었으나 경영진 결재 과정에서 결렬된 것”이라며 합의 파기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홍성대 연금지부장은 9월 1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가 있다. 연금지부는 지난 7월 11일의

파업 이후 조건 없는 대화를 요구하며 업무에 복귀하였고 지부장은 9월 1일부터 단식농성

을 하며 사측에 성실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노사 간의 핵심 쟁점은 연봉제 확대 실시와 지부 전임자 문제이다.

 

이중 전임자 문제는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현재 전임자는 10명이고 타임오프 도입으로 인해

법정 유급전임자 한도는 7명이다. 무급 전임자는 노사 협의 하에 둘 수 있다. 연금지부는

법 테두리 내에서 7명 유급에 3명은 무급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공단은 당초 유급 6명에서 7명으로 입장을 바꿨으나 아직까지 무급 전임자에 대해서는 동

의하지 않고 있다.

 

'연봉제 확대 실시'는 노사의 입장 차이가 크다. 연봉제를 현재 1, 2급에서 3급까지 확대 실

시하자는 것이 공단 입장이다. 기재부 기준으로도 간부보다는 일반 직원에 가까운 3급까지

연봉제를 확대 실시하는데 대해 연금지부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연봉제 확대 실시의 걸림돌은 ‘직원 개개인을 어떻게 평가하여 연봉을 산정할 것인가’이다.

 

잘 사는 동네와 살림이 빠듯한 동네 사이에, 심지어는 아파트와 단독주택 사이에도 가입율

이나 체납율이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이런 차이를 무시하고 '성과'를 놓고 일률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연금지부의 주장이다.

 

이미 국민연금은 섣불리 ‘성과주의’를 적용하려다 깊은 상처를 입은 경험이 있다. 2003년부

터 2005년 사이에 특히 2004년을 정점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과 원성이 집중되는 사건

이 벌어졌다. 이른바 ‘안티 국민연금’ 사태이다.

 

홍 지부장은 “당시 민원인들에게 폭행당하고 멱살 잡힌 직원이 부지기수였다”고 ‘안티 국민

연금’ 사태를 회고했다.

 

이 사태는 공단의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국민연금 폐지론’까지 확산된 것이다. 연금지부 관

계자들은 이 사태가 공단에서 직원들을 성과와 실적으로 평가하려다 생긴 일이라고 입을 모

은다. 결과를 놓고 평가를 하니 당연히 직원들은 가입이나 체납 징수 등을 강압적이고 기계

적으로 하게 되고 이것이 원성과 불신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연금은 지금 납부하고 노후에 돌려받는 자산 관리 성격을 가지고 있다. 또 소득에 따라 납

부액도 다르다. 이런 특성상 자세한 해설과 상담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성과중심의 연

봉제에서는 이런 일은 '시간 낭비'로 치부될 가능성이 있다.

 

연금지부 관계자들은 연봉제의 확대가 직원 사이의 경쟁과 서비스 악화로 이어지면 제2의

국민연금 불신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차라리 국민연금 없애고 시장에 맡기자’

는 선동이 득세하면 국민연금제도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이다.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연금지부의 우려는 연봉제가 지나치게 경쟁적으로 흐를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성과에 따른 연봉 차등폭을 줄이는 등 공공서비스를 운영하는 기관의

성격에 부합되게 연봉제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노사는 안티 사태 이후 2006년부터 ‘평가개선위원회’를 운영했으나 현 정부 들어

서 ‘노조의 경영 개입’으로 지적되었다., 공단은 위원회 기한을 연장하지 않고 작년 말로 폐

지했다. 직원들의 근무 성과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노사가 토론할 통로가 사라진 것이다.

 

현재 연금지부는 단협안으로 노사 동수로 연봉제와 평가 문제를 논의하는 기구를 구성하자

는 절충안을 내놓았으나 공단은 올해 안에 명문화해서 2011년부터 도입하자는 것을 전제로

내세우고 있다.

 
단식투쟁 중인 홍성대 공공서비스노조 사회연대연금지부장

단식투쟁 중인 홍성대 공공서비스노조 사회연대연금지부장ⓒ 민중의소리

 

 

홍 지부장은 임기가 3개월 밖에 남지 않아 단체협약도 제대로 못 맺고 퇴임할 수도 있다.

그는 자신을 ‘능력 없는 지부장’이라며, 그러나 “나쁜 노조보다 무능한 노조가 되겠다”며 끝

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그는 국민들에게도 “국인연금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기금 고갈이나 국민연금 제

도 훼손을 막기 위해 내부감독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 국민연금을 사랑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매일노동뉴스 / 고희철 기자 khc@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