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은 약진, 노동정치는 참패...‘노동정치’는 왜 죽었나
“민주노총의 분열과 무기력, 당에서의 대중조직 공간 협소로 총선 참패”
4.11 총선에서 사실상 야권이 패배하면서, 야권연대를 통한 반MB전선에 앞장섰던 노동계
내부의 반성과 성찰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이 야권연대에 올인하는 과정에서도 노동정치의 실종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
았고, 총선 결과역시 민주노총 60명의 후보 중 단 6명이 당선되면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새로운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지난 26일, ‘4.11 총선에서의 노동정치 평가와 과제’ 토론회
를 개최하고 지역과 산별을 중심으로 한 총선에서의 오류와 한계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강인석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정치국장과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등이 참석했다.
노동자 정치 1번지, 경남 울산 등 ‘참패’
“진보양당 분열, 민주노총의 분열과 지역 내분화로 이어졌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선에서 노동자 밀집지역인 울산과 창원등에서도 패배하면서 노동자 정치
세력화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과제를 안게 됐다.
강인석 정치국장은 “지금까지 경남지역을 대한민국 진보의 중심, 또는 진보 1번지라는 표현
을 써 왔지만 이것이 얼마나 건방진 표현이었는가를 선거를 통해 확인했으며, 당분간은 이
같은 표현을 쓸 수 없게 됐다”며 “경남지역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를 참패라고 표현하고 있
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이번 총선에서 △진보민주세력 10석 이상 확보 △진보정
당 5석 이상, 진보정당 지지율 25%이상 확보 등을 목표로 설정하고 총선 활동을 벌여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해갑 지역에서 민홍철 민주통합당 후보 1명이 야권단일후보로 유일하
게 당선됐으며, 진보정당 지지율은 11.04%에 그쳤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경남지역 내부에서는 진보정당 통합사업의 실패와 후보 단일화 과정에
서의 한계, 진보정치의 가치와 원칙 훼손 등을 총선 실패의 원인과 한계로 꼽고 있다.
강인석 국장은 “민주노총이 2년간 추진했던 진보정당 통합사업의 실패와 통합진보당의 창
당 과정이 지역에서 결정적인 어려움으로 작용했다”며 “진보양당의 분열은 결국 민주노총의
분열로 이어졌고, 경남지역 역시 내분화 과정이 일어났으며 이 같은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
며 애초부터 이길 수 있는 싸움이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진보정당 통합의 실패는 총선에서의 후보단일화 과정의 어려움으로 귀결됐다. 특히 경남지
역의 경우 민주노총 경남본부 차원에서 1년 전부터 후보 발굴과 단일화 과정, 선거운동 과
정을 준비해 온 만큼 타격이 컸다.
또한 진보정당의 노동자 중심성에 관한 냉정한 성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강인석
국장은 “노동자들이 진보정치에 뛰어들면서, 오히려 진보정치의 가치나 원칙이 훼손돼 노동
자 정치인들이 오히려 진보정치의 난관을 조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노동자 출신들이
당 간부로 많이 배출 돼 있지만, 이들을 새롭게 평가할 필요가 있으며 제대로 된 간부들이
진보정당에 잘 자리 잡아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또한 진보정치의 가치는 대중들의 참여나 민주주의가 잘 구현돼야 하지만 작
년에 통합진보당의 창당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배제, 소외되면서 통합진보당의 정체성 문제
나 확신성이 많이 떨어진 만큼 이 역시 주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은 약진, 노동정치는 참패
“의견그룹 주도하는 당에 대중조직 들어설 공간 협소”
민주노총 내부에서 총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건의료노조를 비롯한 산별차원의 대응도
활발했다. 보건의료노조의 경우, 나순자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통합진보당 비례후보로
출마했으며 이 과정에서 약 5000명의 조합원들이 조직적으로 통합진보당에 집단가입하기도
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그러나 나순자 후보의 경우 산별차원의 집중에도 비례후보 순번 11번을 받게됨으로써 낙선
하게 되는 결과를 맞게 됐다. 때문에 보건의료노조는 비례후보 선출 제도를 비롯한 진보정
당의 선거제도의 문제점과 민주노총의 무기력함, 당 내부 질서하에서 대중조직 공간의 협소
함 등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은 “통합진보당은 총 13석을 얻고 제3당으로 올라서는
등 대단한 약진을 했지만 반면 노동정치는 참패했다는 것, 즉 노동은 참패했는데 당은 성적
표를 내는 구조에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결과와 관련해 통합진보당의 공조직 약화와 의견그룹이 주도하는 내부 질서
하에서 산별조직, 대중조직이 당에 들어설 공간이 매우 협소했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주호 단장은 “무상의료 등의 주요 의제를 가지고 당에 들어갔지만, 당 내부에서 크게 호
응 받지도 못했으며, 상당히 배타적인 분위기에서 경쟁이 이어졌다”며 “특히 집단입당 조직
에 대한 조직적 배려와 지원이 거의 없었다”고 평가했다.
총선에서의 민주노총의 무기력함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이주호 단장은 “민주노총의 정치적
무능과 무기력도 아쉬운 대목이었으며, 민주노총이 정치적 실천을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
았다”고 진단했다.
특히 비례후보 선출 과정 등 선거제도의 문제와 더불어, 통합진보당에서의 노동정치의 배제
와 관련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보건의료노조의 경우, 1,000여 명이 당권누락으로 투표를
하지 못했으며, 자체 집계보다 낮은 인터넷 투표결과가 나와 논란이 된 바 있다. 또한 보건
의료노조는 당 선거관리의 미흡으로 일부 현장투표가 무효처리 되는 사례가 발생해, 결과적
으로 조합원의 2,500~3,000표가 이번 투표결과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주호 단장은 “비례후보는 당의 상징성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통합진보당은 노동자 후보에
대한 최소한의 상징적, 전략적 배치가 없는 상태에서 외연을 넓힌다고 노동을 후순번으로
배치했으며 이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며 “특히 진보정당에서 전근대적인 선
거관리시스템이 현존하며 문제가 발생하는 것 역시 논란이 많다”고 지적했다.
참세상 / 윤지연 기자
2012.04.29 1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