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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음식]

해피곰 2012. 9. 26. 00:06

 

뇌가 2% 목마를 때

[뇌와 음식]

초여름 한낮의 더위가 제법 진을 뺀다. K씨, 슬슬 졸음도 몰려오고 피로감도 느껴져 동료들에게 음료 내기 사다리타기를 제안했다. K씨가 걸렸다. 편의점 음료 진열대 앞에 서니, 개성 시대에 걸맞게 화려한 포장과 맵시 있는 용기에 담겨진 음료의 종류가 다양하다. 새로 나온 음료들도 꽤 되는 것 같다. 치열한 음료 시장에서 특히 시선을 끄는 기능성 음료들, 갈증이나 숙취 해소용의 범위를 벗어나 다양한 건강 음료와 ‘머리가 마신다’는 카피를 단 두뇌 음료에 이르기까지. K씨, ‘흐음~, 뭘 고른다?’

한의학에서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을 구분하여 ‘씹어서 먹는 음식은 영양분을 만들고 마시는 물은 영양분을 돌려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씹는 음식은 영양분을 만들고 음료는 영양분이 몸에 골고루 흡수되도록 조절한다는 뜻이다. 전통적으로 이러한 역할을 해온 것이 바로 차이다. 예로부터 차는 소화기에 누적돼 있는 음식 찌꺼기를 내려주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식후에도 늘 애용되었다.

선인들에게 차 마시는 생활이 몸에 배어 있었던 것처럼 현대인들은 그렇게 음료를 마신다. 물 대신 인스턴트 음료를 달고 사는 사람도 있다. 다양한 마실거리 가운데 자신의 기호에 맞는 음료를 선택해야 한다면 맛뿐 아니라 기능까지 고려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 기능이 머리가 맑아지고 두뇌활성화를 돕는 음료라면 더더욱.


머리에 좋은 음료

최근 개발되어 시판되는 두뇌음료란 두뇌 활성과 치매 예방 기능을 한다는 드링크류이다. (주)일양약품의 ‘브레인트로피아 닷컴’은 기억력 활성 물질인 BT-11을 주성분으로 하고 있다. 치매 연구의 권위자인 서울대 의대 서유헌 교수가 설립한 (주)브레인트로피아가 BT-11성분을 추출, 개발했다. BT-11 성분을 4년여에 걸쳐 연구한 박철형 박사는 “천연생약 원지에서 추출한 성분을 통해 뇌기능의 극대화가 필요한 청소년, 수험생, 그리고 장년층의 인지기능활성화와 치매 환자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으로 개발하고자 하였다”고 말한다.

치매는 물론 다른 뇌질환에서도 흔히 일어나고 있는 현상중의 하나는 뇌신경세포가 죽게 되는 것으로, 그 원인은 독성아밀로이드 단백질(베타와 C단 단백질)이 광범위하게 축적되어 뇌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흥분성아미노산인 글루타메이트라는 신경독성 물질도 관여하고 있다. BT-11이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글루타메이트 신경독성을 억제하여 뇌세포의 사멸을 방어해주는 효과가 있음이 입증, 뇌 관련 국제학술저널(J. Neurosci. Res.)에도 게재된 바 있다.

또 성장기 청소년들이 즐겨 마시는 우유에도 뇌세포 성분인 DHA를 함유, 두뇌 음료로써의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남양유업의 ‘아인슈타인’은 세계 유일의 천연 DHA함유 우유로 꼽힌다. 상품명에서도 보이듯 이 음료를 마시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의미를 직접 드러내 놓고 있다. DHA는 인체의 각종 생리적 기능(두뇌개발, 성장촉진, 시력증진, 치매예방 등)에 필수적인
다가불포화 지방산이지만 사람이나 동물은 DHA를 거의 합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 우유에는 전혀 함유돼 있지 않다. 남양유업은 세계적 연구진들과의 산학협동을 통해 젖소 체내에서 DHA를 합성해 DHA가 모유수준으로 함유될 수 있도록 개발했다.

파스퇴르유업 또한 어린이에게 필요한 11가지 영양성분을 균형 있게 함유해 젖 뗀 후부터 성장기까지 마시는 어린이 우유 ‘DHA영재우유’를 내놓았다. 우유시장이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뇌기능 강화, 성장발육을 강조하는 프리미엄급 기능성 우유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두유 매출도 2천억 원대를 넘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는데, 베지밀의 ‘검은콩과 검은참깨’, 연세우유의 ‘검은콩+우유’, 롯데햄우유의 ‘검은콩이 들어 있는 우유’, 삼육두유의 ‘검은참깨 우유’등이 강세이다. 검은 콩과 검은 깨는 시력을 향상시키고 뇌를 맑게 하며 오장을 보호하는 등의 효과를 가진 곡물이라고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의 문헌에 기록돼 있다.

해태음료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기분 전환과 집중력 향상 기능을 강조한 ‘몸 DO 마음 DO 머리 DO 쉼표 하나’라는 독특한 이름의 음료를 선보였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는 ‘카모마일’이라는 허브의 추출물과 몸의 긴장을 풀어주고 집중력을 높이는 녹차의 ‘카테인’, 머리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미노산’ 등을 함유해 수분 공급과 함께 기분 전환 기능을 대폭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제일제당이 업계 최초로 골퍼들을 위해 내놓은 기능성 음료 ‘스팟 SPOT’도 있다. 두뇌활성물질 L-테아닌이 다량 함유돼 긴
장 완화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대기오염에 시달리는 도시 직장인들을 겨냥, 머리가 맑아지고 피로가 풀린다는 솔잎추출물 음료는 ‘솔의 눈’이 선도하고 있다.


 

전통차에도 머리를 맑게 하는 기능이

전통적으로 즐겨온 마실거리 가운데 매실 엑기스는 특히 두통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매실 엑기스 1~2찻술을 물 한 컵에 잘 저어 여러 차례 마시면 귀가 멍하고 어지러운 증세까지 동반한 두통이 가라앉는다고. 일본 구주 카고시마겐 지역에는 중풍에 걸린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데, 이는 이 지역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매실 엑기스를 즐겨 마셔왔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80년대 이후 생활음료로 정착한 녹차도 그 성질이 온화하면서 시원해 현대인들의 가슴에 쌓여 있는 스트레스성 열을 식혀주고 머리를 맑게 하는 효과가 있다. 차가 우러나는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녹차는 퓨전 스타일로 변신하여 찻잔 밖으로 나오고 있다. 녹차 가루를 우유에 타서 먹기도 하고, 녹차 아이스크림, 심지어는 녹차 화장품과 향수까지 시판되고 있다.

효율을 중시하는 요즘 사람들의 취향에 맞춰 특정한 기능을 강조하는 음료는 앞으로도 다양하게 개발되어 나올 것이다. 목마를 때 마신 음료가 머리까지 좋게 한다면 누군들 관심 갖지 않으랴. 다만, 약이 아닌 바에는 이렇든 저렇든 입맛에 맞아야 계속 찾게 되는 법이니 우선은 맛으로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곁다리로 드는 생각인데, ‘너무 맛있어서 뇌가 확 깨인다’는 식의 광고 카피를 단 음료가 있다면 이는 기능성 음료일까, 아닐까?

글│곽문주 joojoo@powerbrain.co.kr
사진│김명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