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長壽는 祝福이 아니다 "
치매부인 동반자살 80대 남편 遺書 고령화 시대 피할 수 없는 현상… 주변 황폐화하는 老年 치매 증가 유언장 등 '인생 出口전략' 필요 자기 결정 따라 '존엄'의 길 택해… '이 길이 우리가 갈 가장 행복한 길'
김대중 고문
지난 13일 경북 청송에서 자살한 80대 노부부의 사연은 적어도 70대 이상 노인들에게는 아픈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 길이 우리가 가야 할 가장 행복한 길이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치매에 걸린 부인을 태우고 자동차에 탄 채로 저수지에 돌진한 88세 노인의 최후는 고령화로 급진하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 것이다.
흔히 있는 것처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버림받아서 생을 버린 고독사가 아니었다.
그들은 속된 말로 살 만큼 산 사람이었다. 굳이 자살이란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어도 될 만한 인생이었다.
조금 마음이 괴롭고 조금 몸이 아프고 조금 주위가 산만해도 그러면서 늙어가고 그러면서 인생의 종착역에 가게 되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암과 풍은 본인이 자각할 수 있는 질병이다. 자기 자신이 아프고 고통받는 데 그칠 수 있다. 이에 반해 치매는 본인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본인 입장에서는 가장 행복(?)한 것이 치매일 터인데도 치매가 가장 악질로 꼽히는 것은 그것이 그 주변 모두를 황폐화할 개연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란다.
그 요지는 '내가 내 의지로 내 생명에 관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태에서는 3개월 정도 치료하다가 자연사하도록 내버려둘 것을 의사, 가족에게 유언하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자연사란 인공적 생명 연장 기능을 떼고 생리식염수 등을 서서히 줄여가는 것을 말한다. 그의 '유언' 중에 눈에 띄는 대목은 치매인 경우이다.
치매가 확인되면 "즉시 요양 기관에 보내되 좀 먼 곳으로 보내고 면회 오지 말라"는 것이다.
치매 환자는 어차피 가족이나 친구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거기서도 뇌사와 같은 기준으로 자연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런 내용의 유서를 만들어 변호사의 공증을 거쳐 의사와 가족이 보유하고 있으면 사후에 법률적·윤리적 탈출구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청송의 노인이 박 교수의 '유언장'처럼 했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부인을 멀리 요양원으로 보낼 수도 없고 혼자 간병할 수 없었다면 그는 부인을 위해 자신을 동반한 것이 아니라 어차피 기력이 다해가는 자신의 88년 인생을 위해 치매 부인을 동반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저러나 부인은 아무것도 몰랐을 테니 부질없는 얘기다. 다만 거기에는 동행(同行)이라는 가치가 돋보였다.
우리가 인생의 바다에 나올 때는 인간의 의지라는 것과 무관했으나 퇴장 때만은 자신의 의지가 반영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전 지구적으로 볼 때 인구는 늘어나고 인간의 수명도 계속 늘어나는데 인류가 소모할 자원은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은 결국 지구적 파멸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제 한국에서도 인간 수명 100세를 내다보는 각종 의학적 관찰이 나오고 있다. 90세 아버지와 60~70세 아들이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장수는 결코 축복이 아니다.
"치매나 식물인간이나 암 등에 시달리면서 이어지는 장수는 절대 미덕이 아니다"고 박 교수는 말한다.
전문가의 진단이 아니더라도 현재 추세대로라면 장수가 미덕이 아니라 '노인의 죽음이 사회적으로 구원(救援)이 되고 미덕이 되는' 날이 머지않아 닥칠 것으로 점칠 수 있다.
이제 70~80대 노년층은 자신의 의지가 그나마 작동하고 있을 때 자기 인생의 마감 방식을 결정하는 '유언장'을 만들어 두는, 출구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청송 노부부의 자살 기사에 붙은 댓글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나도 자동차 팔지 말고 갖고 있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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