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정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다가도 아침이나 새벽에만 급격히 혈압이
높아지는 '숨은 고혈압' 환자가 혈압이 일관되게 높은 고혈압 환자보다 심근경색,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
건강검진을 하거나 병원 진료를 받을 때 혈압이 정상뇌졸중 같은 심혈관계
- ▲ 낮에는 혈압이 정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 아침이나 새벽에만 혈압이 급격히 오르는 '숨은 고혈압'이 있다. 이를 잡아내려면 24시간 혈압측정기를 이용해야 한다. 의사가 기기 사용법을 설명해주고 있는 모습.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주부 고모(54)씨가 전형적인 사례다. 고씨는 병원에서 혈압을 재면 최고혈압이 140~145㎜Hg, 최저혈압이 85~90㎜Hg로 나왔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활동을 시작할 때면 두통, 안면 홍조, 어지럼증 같은
고혈압 증상을 겪었다. 24시간 혈압 측정을 한 결과,오전 7시 30분~9시 사이의
최고혈압이 160~180㎜Hg으로 급격히 오르는 '아침 고혈압'이었다.
◇아침·한밤에만 높아지는 '숨은 고혈압'◇
▷아침 고혈압=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난 뒤 2시간여 동안 최고혈압이 160~180㎜Hg까지 급격히 높아진다.
나머지 시간에는 혈압이 정상이거나 약간 높은 정도다. 보통 사람의 경우,
아침에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 등이 많이 분비돼
최고혈압이 10㎜Hg 정도 오른다. 아침 고혈압 환자는 그 정도가 심해 30㎜Hg 정도
오른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덕우 교수는 "아침 고혈압 환자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 정도가 크고, 혈압을 올리는 레닌 호르몬이 너무 많이 분비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야간 고혈압=평상시에는 혈압이 안정적인데, 잠을 자는 동안에 혈압이 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150~160㎜Hg으로 높아진다.
밤에는 아침과 반대로 몸이 이완하면서 카테콜아민 등이 감소하고부교감신경이
활성화돼 혈압이 낮보다 10~20% 떨어지는 게 정상이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순환기내과 한성우 교수는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겨서
잠을 자는 중 교감신경이 억제되지 않고 활성화되거나, 당뇨병·만성콩팥병·
수면무호흡증 같은 질병 때문에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심근경색·뇌졸중으로 인한 사망 위험 커◇
아침 고혈압이 있으면 아침에 심혈관 질환이 생겨 급사(急死)하거나 병원에
실려오는 경우가 많다.
아침에 혈압이 급상승하는 570명을 분석했더니,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18% 높았다는 벨기에 연구가 있다.
야간 고혈압도 위험하다. 일본 오하사마병원 연구에 의하면 잘 때 혈압이 떨어지는
사람보다 야간 고혈압 환자가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한 비율이 2.6~3.7배 높았다.
따라서 50대 이상 중에서 평소 두통이 심하거나, 어지럽거나, 아침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증상이 있다면 병원 측정 때 정상으로 나왔더라도 혈압을
세밀하게 재봐야 한다. 24시간 혈압측정기(30분 단위로 하루 종일 혈압을
측정·기록해주는 기계)를 사용하면숨은 고혈압을 찾을 수 있다.
◇야간 고혈압 있으면 약 두 번 복용◇
숨은 고혈압이 있다면 약 복용 시간을 조절, 혈압이 높을 때 약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도록 해야한다.
보통 고혈압약은 아침 식사 후 한 번 먹는데, 아침 고혈압이 있으면 자기 전에
먹는 게 좋다. 서울성모병원순환기내과 정해억 교수는 "고혈압 약 효과는
보통 복용 뒤 4~6시간 정도 지나야 최대로 발휘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야간 고혈압이 있으면 하루 두 번(아침 식사 후, 저녁 식사 후) 먹어야 한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약 효과가 최대한 발휘돼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