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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日, 병든 노인 안방 찾아가 간병 `원스톱 서비스`

해피곰 2009. 1. 10. 22:06
日, 병든 노인 안방 찾아가 간병 ‘원스톱 서비스’

일본 히로시마 현 미쓰기의 한 마을에서 남의 도움 없이는 침대 밖으로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는 노인이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미쓰기의 ‘지역포괄케어 시스템’ 덕분에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지내면서 질병 치료를 하고 있다. 히로시마=천광암 특파원
산골마을 미쓰기의 ‘지역 포괄케어 시스템’

일본 히로시마(廣島) 현 산골 지역인 미쓰기(御調)의 한 마을.

미쓰기종합병원의 구니니시 에이코(國西榮子) 간호사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세가와 젠이치(瀨川亘一·78) 씨가 침대에 누운 채 환한 표정으로 맞았다.

세가와 씨는 인사말을 건네려 애를 쓰는 것 같았지만 입 밖으로 흘러나온 말은 곧 괴성으로 변했다. 뇌경색 당뇨병 신부전 대장암 등 중병을 잇달아 앓으면서 심각한 언어장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세가와 씨는 남의 도움 없이는 침대 밖으로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을 정도로 거동이 불편하다. 신부전이 심해 일주일에 3번, 한 번에 최소 6시간씩 고가의 장비가 갖춰진 곳에서 인공투석 치료도 받아야 한다.

○ “늙고 병들어도 내 집이 최고”

상식적으로 보면 병원을 떠나서는 생활하기 어려운 몸 상태지만 세가와 씨는 부인과 둘이서 집에서 살기를 고집하고 있다. 부인 또한 고령이어서 간단한 수발 외에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내 집에서 늙어 가고 싶다’는 세가와 씨 부부의 소망은 큰 어려움 없이 실현되고 있다.

세가와 씨와 같은 마을에 사는 후루모토 히데키(古本秀樹·58) 씨도 산소호흡기 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는 중병을 앓고 있지만 부인과 함께 집에서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세가와 씨와 후루모토 씨가 병원이나 요양시설에 입원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보다 본인들이 강력히 희망했기 때문.

후루모토 씨의 부인은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이후 남편이 짜증을 부리는 일이 크게 줄었다”면서 “환자 본인이 내 집이 최고라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희망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제도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 의료 보건 복지가 하나로

세가와 씨 등이 ‘노후를 정든 집에서(aging at home)’ 보낼 수 있는 것은 일본 전국은 물론 복지 선진국인 북유럽에까지 성공 사례로 널리 알려진 미쓰기의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가와 씨의 사례를 보자.

우선 월, 수, 금요일은 구니니시 씨 등 미쓰기종합병원 방문간호스테이션 소속 간호사들이 세가와 씨의 집을 찾아가 필요한 의료조치를 한다.

병원에 가서 인공투석을 받아야 하는 화, 목요일에는 수발 전문가와 자원봉사자들이 세가와 씨를 병원까지 태워 갔다가 치료가 끝나면 집까지 다시 태워 준다. 가벼운 수발은 세가와 씨의 부인이 하지만 목욕 등 힘든 수발은 수발 전문가들이 맡고 있다.

토요일에는 이웃에 사는 딸 부부가 자원봉사자 역할을 대신한다.

사실상 지역사회 전체가 고령자의 수발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미쓰기에서 ‘수발 피로’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수발 피로란 배우자나 부모를 수발하다가 지쳐 방치, 학대하거나 심한 경우 살해하는 사회 현상을 말한다.

미쓰기에서는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세가와 씨와 같은 의료 및 수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비용도 대부분 의료보험이나 개호(수발)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본인은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저렴한 수준이다.

구니니시 간호사는 “미쓰기에서 매달 100명 정도가 방문간호 서비스를 받고 있다”면서 “희망하는 사람은 거의 전원 서비스를 받는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병원이 고령자 케어 중심

미쓰기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운영 주체가 관청이 아닌 ‘공립’ 미쓰기종합병원이라는 점이다.

일례로 미쓰기의 복지 및 보건담당 부서는 관청에서 1km 이상 떨어진 미쓰기종합병원 안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의료 복지 보건 분야가 한곳에 모여 서로 긴밀하게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고령자들의 생활을 돌보기 때문에 미쓰기 주민들은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행정절차를 밟는 번거로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

의사가 퇴원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고령자들이 집에서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종합 계획도 마련한다고 병원 측은 설명한다.

이 같은 수요자형 시스템을 고안하고 확립한 주역은 미쓰기병원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야마구치 노보루(山口昇·74) 관리자다.

그가 진료소 수준이던 이 병원의 원장으로 부임한 1966년 당시 미쓰기는 고령인구 비율이 일본 전체 평균보다 약 2배나 높을 만큼 고령화 문제가 심각했다.

특히 병원에서 어렵게 치료해 놓은 고령 환자 중 상당수가 퇴원 후 적당한 보살핌을 받지 못해 ‘네타키리(거동을 하지 못해 누워서만 지내는 상태)’가 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야마구치 관리자가 1974년 ‘네타키리 제로 작전’을 내걸고 방문간호와 방문재활 등 ‘집으로 찾아가는 의료’를 시작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 “가족을 수발 부담에서 해방시켜야”

하지만 방문의료만으로 네타키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방문수발이나 휠체어 대여 등 복지와 보건 문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마구치 관리자는 2년에 걸쳐 지역 의회와 주민들을 설득한 끝에 1984년 행정관서의 보건과 복지부문을 병원으로 떼어 오는 데 성공해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의 기초 틀을 완성했다.

야마구치 관리자는 “집에서 늙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면서 “많은 고령자가 집을 떠나 요양원에 들어가는 이유는 가족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사회의 수발 시스템이 가정으로 들어가 가족의 짐을 대신 떠안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히로시마=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 日 수발보험제도

일본은 산업화와 핵가족화를 한국보다 먼저 경험했기 때문에 자식이 노부모를 모시고 사는 사례가 많지는 않다.

“한국은 유교문화의 영향이 커서 아직도 자식이 부모를 봉양한다는데 정말 부럽다”고 말하는 일본인도 적지 않다.

반면 양로원이 아닌 집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는 바람은 높은 편이다.

일본 정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후에 어디서 보살핌을 받고 싶으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5%가 “가급적 집에서 받고 싶다”고 답했다. “양로원 등의 시설에서 받고 싶다”는 대답은 33%에 그쳤다.

일본은 고령인구의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하다 보니 혼자 또는 부부끼리 사는 고령자를 보살피는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현안으로 등장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 국가의 개호(수발)보험제도이다.

일본의 수발보험제도는 2000년 4월 도입됐으며 지난해 3월 말 현재 65세 이상인 피보험자가 2588만 명에 이른다.

수발 서비스 이용자는 355만 명으로 시행 초기보다 2.4배 증가했고 재택 수발 서비스 이용자는 272만 명으로 2.8배 늘었다.

재정 규모는 2006년도 예산안이 7조 엔을 넘어설 정도로 방대하다.

수발보험의 확대와 함께 민간의 방문수발사업도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최대 방문수발업체인 콤슨은 지난해 말 현재 간호와 수발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포함해 2만4153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을 정도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TV에서 콤슨의 광고가 방영되지 않는 날이 드물 정도.

내각부에 따르면 방문수발을 하는 사업소는 일본 전역에 걸쳐 2만여 곳에 이른다. 이곳에 고용돼 서비스를 하는 ‘방문수발원’도 2003년 기준으로 33만 명가량이다.

또 낮 시간에 고령자를 맡아 보살피고 저녁에는 집으로 보내 주는 ‘데이서비스’ 사업소도 1만7651곳이나 된다.

히로시마=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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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노인운동지도사
글쓴이 : 길동무(신정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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