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겨울 추위가 이어지면서 저체온증 때문에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혼자 사는 노인들은 난방비를 아낀다면서 보일러를 끄고 잠을 자다 응급실로 실려오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감각이 둔해져서 추위나 더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노인일수록 자연스러운 체온조절 기능이 떨어지는 만큼 추위나 더위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관련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 항상 일정한 체온 36.5℃의 비밀 = 우리 몸은 열 소실과 발생의 균형을 맞춰 언제나 36.5℃ 안팎의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체온 조절작용은 주로 뇌 시상하부의 체온 조절 중추와 신경계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이를테면 더운 환경에 노출되면 피부 혈관이 확장되고 발한(땀)이 일어나 열 발산을 증가시켜 체온을 조절하고, 추운 환경에서는 체내에서 열 발산 감소와 열 생산이 증가되는 식이다.
그러나 열생산과 열발산 작용을 통해 항상성을 유지하는 기능이 특정 원인에 의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는 36.5℃보다 높거나 낮은, 고열 혹은 저체온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 노화나 약물, 영양결핍, 운동부족도 저체온 유발 = 보통 체온이 35.5℃ 이하인 경우를 저체온이라고 한다.
저체온증은 주로 추운 외부 환경에 노출됐을 때 발생하지만 노화에 따른 생리적인 변화, 약물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또한 열 생산을 감소시키거나 열 발산을 증가시키는 질환들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알코올중독증, 당뇨, 뇌외상, 뇌졸중, 저혈당증, 갑상선 기능저하증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운동부족, 영양결핍에 의해서도 체온 조절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아 저체온, 고체온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노인들은 추운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젊은 사람에 비해 저체온이 잘 생길 수 있는데 이를 `우발적 저체온(Accidental Hypothermia)'이라고 한다.
◇ 기온 15.5℃ 이하부터 체온 떨어지기 시작 = 체온 조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온으로, 저체온증은 7℃의 기온 이하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습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라면 그 이상의 기온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대개 기온이 15.5℃ 이하가 되면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게다가 노쇠한 노인들은 외부 기온의 영향이 더하기 때문에 실내 기온이 22~24℃ 정도라도 체온이 감소할 수 있다. 심한 경우 기온이 체온보다 조금만 낮아도 체온이 떨어질 수 있다.
◇ 심하면 저체온으로 사망할 수도 = 저체온 때문에 사람이 사망할 수도 있다. 이는 주로 저체온의 증상이 애매하고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적절한 치료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저체온증의 증상과 징후는 서서히 일어난다. 초기에는 오한, 차고 창백한 피부, 멍함, 판단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오한은 체온이 35.5℃ 미만으로 떨어지면 오히려 멈추기도 한다.
더 진행되면 배가 차가워지고, 느린 맥박과 호흡, 마비나 졸린 증상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착란이나 사망까지도 불러올 수 있다.
노인의 경우는 임상적 특징이 정확히 드러나지 않고, 동반된 다른 질환의 증상으로 처음 발견될 수도 있다.
◇ 대부분 발열에만 관심, 저체온에도 주의해야 = 저체온증은 빨리 알아차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노용균 교수는 "추운 날씨에 누군가가 심하게 몸을 떨기 시작하거나 비틀거리면서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면 저체온증을 의심하고 몸을 따뜻하게 보온해야 한다"면서 "노인들은 실내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되도록 7℃ 이하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외출시에는 덧옷을 꼭 입고 장갑, 모자, 마스크를 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또한 추위나 바람을 피하는 게 최우선이며, 옷이 젖었다면 벗긴 후 마른 옷을 덧입혀 줘야 한다. 따뜻한 음료와 사탕과 같은 음식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환자가 의식이 없거나 정신이 혼미한 경우에는 음식을 먹여서는 안 된다.
두꺼운 옷을 한 벌 입기보다는 가벼운 옷을 여러 겹 껴입는 것이 보온 효과가 좋다.
또한 충분한 열량 섭취가 중요하며, 규칙적인 운동으로 열 생산을 촉진시켜야 한다. 하지만 체온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은 피해야 한다. 특히 추위 속에서 술은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알코올은 우리 몸에서 열을 더 빨리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온수에 몸을 담그는 `가온'의 경우 환자에게 쇼크나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전문가가 아니면 시도하지 않는 게 좋다고 노 교수는 설명했다.
노용균 교수는 "환자가 정신이 혼미한 경우나 의식을 잃은 경우, 4시간을 가온시켜도 정상체온으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에는 119나 응급구조서비스에 바로 연락을 해야 한다"면서 "특히 저체온증 환자가 어린이거나 노인인 경우에는 증상의 심각성과 상관없이 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도움말 :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노용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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