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평균 8시간을 잔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는 일생의 3분의 1을 자면서 보낸다. 낮 동안 일하고 움직이다가 밤에 잠을 자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얼마나 잘 자느냐’는 건강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문제다. 우리는 잠을 자면서 낮 동안 소모한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정신적인 안정을 되찾는다. 또한 자기 전까지 보고 들은 내용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도록 되새긴다.
-
- ▲ 맑은머리 맑은몸 한의원 양회정 원장이 불면증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침을 놓고 있다. / photo 정복남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 특히 어린이의 경우 ‘얼마나 잘 자느냐’는 어른보다 더 중요한 문제다. 자는 동안 성장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돼 키 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잠은 성격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과도한 스트레스와 낮·밤을 가리지 않는 업무 탓으로 많은 현대인은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 의학계에서 추정하는 우리나라의 수면장애 환자는 10명 중 2명꼴.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가 수면장애를 질병으로 여기지 않고 방치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수면장애란 잠드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불면증, 밤에 충분히 잤어도 낮이면 갑작스레 졸음이 쏟아지는 기면증, 뇌졸중·심근경색·고혈압과 같은 심각한 성인병을 유발 시킬 수 있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등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수면장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뿐 아니라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수면장애를 겪는 환자들은 밤 동안 잠을 설치고 한창 활동해야 할 시간에 무력해지거나 심하면 건강까지 해치고 만다. 오랫동안 불면증을 겪은 환자는 판단력이 흐려져 인지장애를 호소하고 간단한 사실조차 쉽게 잊어버리기도 한다.
불면증은 증상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잠드는 것 자체가 힘든 사람도 있지만 잠은 쉽게 드는데 깊은 잠을 못 자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불면증이 심해지면 이 두 가지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잠을 자는 데 불편을 느낀 기간이 2주 이내면 일과성 불면증, 그 이상은 만성 불면증이라고 한다.
일과성 불면증은 주로 단기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이 된다. 큰 시험을 앞두고 있거나 가까운 친구·가족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경우 혹은 갑작스럽게 경제적인 압박을 느끼고 있다면 숙면을 취하기 힘들어진다. 만성 불면증은 수면을 방해하는 카페인, 니코틴, 알코올을 지속적으로 섭취했거나 항고혈압제, 갑상선 호르몬제, 암페타민 등의 약물을 복용한 것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극심한 우울증, 불안증, 외상 후 스트레스나 정서장애 등도 원인이 된다.
이렇게 다양한 원인으로 잠을 못 이루는 환자들은 공통적인 증상을 호소한다. 가슴이 답답해서 한숨을 잘 쉬지 못하거나, 식사를 하지 않아도 허기를 느끼지 않는 것, 또한 꿈을 많이 꾸기도 하고, 충분히 잠을 자도 피로가 가시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에 두통·어지러움증으로 고통 받거나, 심하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자주 놀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의학에서는 정상적인 생리현상이 이루어지는 원리에 대해 “낮에는 기(氣)가 몸 밖으로 빠져 나가므로 잠이 오지 않고, 밤이 되면 기가 인체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잠을 잔다”고 설명한다. 때문에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수면장애는 사람 몸 속의 기가 제대로 돌지 못해서 생기는 현상인 것이다.
동의보감에서는 불면증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는데 양기가 왕성해지고 음기가 허해지기 때문에 잠을 못 자는 허번불수(虛煩不睡), 마음이 들떠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혼리불수(魂離不睡), 지나치게 생각에 빠져서 잠을 못 자는 사결불수(思結不睡)가 그것이다.
현대 한의학에서는 불면증의 원인을 좀 더 세분화 해 다섯 가지로 나눈다. 첫째는 사려과다(思慮過多), 즉 생각이 많아지면 비장(脾臟)과 심장(心臟)이 자극돼 피(血)가 소모되고 잠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 두 번째는 음허화동(陰虛火動)으로 오랫동안 영양 상태가 부실하거나 여성호르몬이 부족한 경우, 혹은 지나친 성관계로 신장(腎臟)의 기능이 손상돼 심장을 자극하면서 정신이 안정되지 않아 불면증이 생긴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크게 놀란 나머지 심장과 담이 약해져 잠을 자기 어려운 심담허겁(心膽虛怯), 네 번째는 스트레스나 분노를 오래 참아 간장이 손상돼 발생하는 간양상항(肝陽上亢), 마지막은 소화불량으로 편히 눕지 못하고 잠도 이루지 못하는 위중불화(胃中不和)다.
맑은머리 맑은몸 한의원 양회정 원장은 “모든 질병과 마찬가지로 수면장애 역시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치료가 가능하다”면서 “한의학에서 보면 불면증은 뇌압과 흉강압, 복강압의 문제와 연관이 깊다”고 설명했다. 뇌압이 불안정하면 불안·초조하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흐려진다. 흉강에 문제가 생기면 가슴이 답답하고 누웠을 때 복부에 통증을 느낀다. 특히 복강압은 구토, 소화불량,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더불어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양 원장은 “단순히 잠을 자고 못 자고의 문제가 아니라 불면증의 이면에 어떤 원인이 있는지 파악하고 이러한 부분을 모두 치료해야 비로소 불면증을 완전하게 없앨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의 원인을 철저히 파악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처방을 내리면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질환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 원장은 “한의학적인 수면장애 치료는 뇌·흉강·복강에 흐르는 기(氣)와 혈(血)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를 통해 수면장애와 함께 일어나는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소, 간 기능 장애, 폐 기능 저하, 위·대장 기능의 문제, 소변·대변 이상, 만성피로 등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수면장애 자가진단법
1. 잘 때 미열(微熱)이 나거나 숨 쉬기가 답답하다.
2. 텔레비전·라디오 소리 등 주변 소음이 유난히 거슬린다.
3. 잠들 때까지 30분 이상 걸린다.
4. 밤중에 적어도 한 번은 잠에서 깬다.
5. 간밤에 어떤 꿈을 꿨는지 기억난다.
6. 잠에서 깨면 머리가 무겁고 나른하다.
7. 건망증이 심하고 계산이 자주 틀린다.
8. 우울하고 만사가 귀찮다.
9. 지나간 일을 곱씹으며 연연한다.
*5개 이상의 항목에 해당되면 불면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 인터뷰 | 양회정 맑은머리 맑은몸 한의원 원장
“술·수면제에 의존하면 만성 불면증 방치 땐 우울증·공황장애 부를 수도”
- “잠이 오지 않는다고 술을 마시거나 수면제를 먹어 잠을 청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습관은 만성적인 불면증을 불러올 수 있어 위험합니다. 잠을 자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다른 질환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맑은머리 맑은몸 한의원 양회정 원장은 수면장애를 가볍게 여기고 방치하는 것은 오히려 병을 키우는 길이라고 말한다. 뇌 의학 연구와 수차례 임상경험을 토대로 ‘원인 모르는 질환, 뇌를 주목하라’를 출간한 양 원장은 다양한 수면장애의 원인 중에 특히 뇌를 주목했다.
“수면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올바른 치료를 위해서 환자 개개인의 원인을 정밀하게 진단하는 것은 기본이지요. 그동안의 치료 경험을 토대로 살펴보면 뇌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수면장애와 함께 각종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흉강과 복강의 혈액순환도 중요하지요.”
양 원장은 뇌와 흉강, 복강의 혈액이 제대로 흐르지 않으면 수면장애와 더불어 만성피로나 우울증, 공황장애 등이 동반된다고 경고했다. 뇌·흉강·복강의 혈액순환을 바로잡으면 수면장애와 함께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을 치료할 수 있어 전체적으로 건강 상태가 좋아진다는 것이다.
양 원장은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는 규칙적인 습관은 숙면을 취하는 기본”이라면서 “낮잠은 되도록 피하고 늦은 오후나 초저녁에 가벼운 운동을 하라”고 말했다. 또한 “음식을 너무 많이 먹거나 반대로 공복인 상태로 잠자리에 들지 말라”면서 “평소에 술, 담배, 콜라, 커피와 같은 자극적인 식품은 멀리하는 것이 수면장애를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심선혜 기자 fresh@chosun.com
'◐ 행복 만들기~♡ > 건강비법(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남자의 필수 건강진단! (0) | 2009.01.31 |
---|---|
'땀'만 봐도 내 몸을 안다! (0) | 2009.01.31 |
정말 사과는 몸에 좋고 햄버거는 나쁠까? (0) | 2009.01.31 |
독감 예방 접종이 최선, 가을에 맞아야 효과 (0) | 2009.01.31 |
아침엔 머리 감지 말라고?? (0) | 2009.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