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외선 나오는 손 건조기 '헛물'…세균 관련 시험 '전무'
[메디컬투데이 김범규 기자]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올바른 손 씻기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받는다. 특히 그 공간이 여러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사용하는 공중화장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손을 씻으면서 말리는 손 건조기에서 화장실 변기시트(좌대), 화장실 손잡이와 비슷한 수치의 병균이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손을 씻고 말리는 과정에서 제대로 말리지 않아 오히려 손 안의 세균이 500% 이상 증식하는 것으로도 밝혀졌다.
최근 공중화장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손을 씻고 건조하는 용도로 종이타월에 비해 연간 평균 83%의 절감효과가 있으면서 청소 및 자원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손 건조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손 건조기는 대기중에 떠다니는 공기를 기계 내부로 흡입해 공기 중 이물질을 걸러주는 1차 작업 후 다시 바람으로 내보내는 구조로 돼 있다.
이런 구조적 특성 상 많은 전문의들은 이물질을 걸러주는 필터는 물론 송풍구의 관리는 화장실 이용객의 손 위생과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화장실에 비치된 손 건조기는 원적외선이 뿜어져 나오는 것에서부터 적외선램프 등 각종 기능성이 첨가된 손 건조기가 아름다운 화장실 만들기 운동과 더불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손 건조기는 피부활성화, 피부촉진, 항균작용, 혈액순환 등의 효능이 있다고 광고되며 더 좋은 손 건조기로 인식되고 있다.
H손 건조기 판매업체 관계자는 "손 건조기는 인증을 받지 않으면 판매자체가 되지 않아 출시 전 실험을 거쳐 나라의 인증을 받는다"라며 제시한 기능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문제는 판매업체가 광고하고 있는 손을 말림으로써 누릴 수 있는 혜택들에 관련된 시험내용은 전무하다는 것.
한국산업기술시험원 관계자는 "손 건조기는 전기용품안전기준에 따라 전기기기 안전성에 대한 시험을 받고 있다"며 "시험항목은 전기적인 안전, 기계적 안전, 온도, 내열성, 부품 등에 관한 사항을 확인할 뿐 세균부분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세균에 대한 부분은 의료용구에 해당되기 때문에 의료기기에 대한 적합성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기기를 담당하는 식약청 관계자 역시 "상술의 일환으로 손 건조기가 광고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손 건조기는 명백히 의료기기가 아니며 관할 품목 역시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손 건조기는 설치 후 관리가 다소 부족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조사결과 손 건조기의 송풍구에서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으며 일반세균수는 화장실 손잡이에서 검출된 세균수와 비슷한 수치로 나타났다. 흡입구에서는 일반세균수가 화장실 변기시트 세균수와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참고로 한국화장실협회와 서울대 미생물연구소가 서양식변기시트(좌대)에 상존하는 병원균 조사에서 나타난 화장실 좌대의 세균수는 17종의 대장균그룹, 9종의 살모렐라균그룹, 5종의 포도상구균이 좌대 1개에 평균 71마리, 10cm제곱의 면적에서 3800마리의 세균이 발견됐다. 이는 지하철 손잡이의 11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뿐만 아니라 손 건조기의 필터 기능은 이용자가 많을수록 오염물질이 누적되고 송풍구의 특성상 먼지가 잘 달라붙어 후 관리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는 화장실 청소만 정기적으로 할 뿐 화장실 내부의 시설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다.
게다가 후미진 곳의 화장실은 "청소를 해도 티가 안난다"는 이유로 관리의 손 안에서 벗어나 있어 오래전에 설치된 손 건조기는 방치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손을 어떻게 씻느냐 보다 손을 씻고 말리는 과정도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하대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우 교수는 "손을 씻은 후 제대로 말리지 않으면 화장실내의 병균이 쉽사리 묻어온다"고 유의했다.
병균들의 특성상 습한 상태를 좋아하므로 손을 닦아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젖어 있는 화장실 손잡이를 마른 손으로 잡는 이치와 비슷한 현상이다.
미국 뉴욕주 보건당국의 Jack Guzewich 박사 역시 손 건조기를 사용할 경우 손을 완전히 건조시키지 않을 경우 잔존세균이 500% 이상 증가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은 손을 씻고 완벽하게 말리기 위해서는 40초 가량 손을 구석구석 잘 말려야 된다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범규 기자 (bgk11@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