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건강검진 하기

 

박지선 (원진녹색병원 가정의학과장)

　

어버이날을 전후로 부모님께 건강검진을 선물로 드리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요즘 웬만큼 큰 병원들은 다 운영하고 있는 건강검진센터에 가보면 최신 시설과 기계를 자랑하며 비싼 패키지를 내 놓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검사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꼭 필요한 항목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비싸면 좋은 검사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건강검진에 대한 이런 오해 때문에 심지어 추석, 설날 연휴에 무작정 응급실로 어르신을 모시고 와서 할 수 있는 검사를 다 해달라고 하는 황당한 경우도 보게 됩니다.

건강검진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이 혹시 있을지 모르는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여 조기에 치료하기 위해 시행하는 검사입니다. 한두 가지 검사로 모든 병을 다 알 수는 없으므로, 세상에 많고 많은 병중에서 어떤 병을 알아내야 할 지 결정하는 것이 첫 번째 일입니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이 이런 것을 알 수 없습니다. 또한 의료라는 한정된 자원 속에서 비용-효율적인 측면을 따져 이러한 결정을 하는 과정은 의사 개인도 하기 힘든 일입니다.

전 국민 건강보험을 실시중인 우리나라는 약 30년 전부터 국가건강검진을 실시해왔습니다.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다는 목적과 동시에, 질병의 조기발견을 통해 이후 들어가는 막대한 의료비를 절감함으로서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화를 위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망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이 중에서 조기 발견 시 이익이 큰 질환을 선별해내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 건강검진은 ‘해주는 게 없다’, ‘정확하지 않다’라는 오해 때문에 아직도 수검률이 6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국가 건강검진이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런 오해를 받는 것은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질 관리에 소홀한 등 문제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검진 항목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고 사후관리에 힘쓰는 등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국가 건강검진이 조기 발견을 목적으로 하는 질병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바로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암과 최근 더욱더 늘어나고 있는 심뇌혈관질환입니다. 일반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도 바로 이런 부분입니다. 내가 혹시 암이 있지 않을까,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이 와서 쓰러지면 어쩌나 하는 대부분 이런 걱정 때문에 건강검진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기초적이고 보편적인 검사는 국가건강검진을 통해 해결하고, 가족력이나 본인의 증상 등 의심 가는 부분을 의사와 상담하여 추가 검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똑똑한 건강검진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인 대상의 국가건강검진은 크게 일반건강검진, 암검진, 생애전환기건강진단으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이 검진들이 어떤 항목을 제공하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건강검진의 대상자 및 검진항목>

출처: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요즘은 보건소 등 지자체 단위로도 많은 검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르신들 중에는 여기저기 검진은 많이 받으시지만 제대로 된 결과설명은 못 들었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진은 단순히 피를 뽑고, 흉부촬영을 하는 등 검사를 하는 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의사로부터 정확한 결과설명을 듣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실시되는 생애전환기건강진단은 2차 검진을 통해 결과 설명과 생활습관검사 및 처방까지 받을 수 있어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국가건강검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불필요한 의료비의 지출을 막고, 제대로 된 건강관리를 받아 건강한 삶을 누리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