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집회시위 강경대응 다 이유 있었다
2009년 집회시위관리지침 원문 입수...경찰, "집회 신고때부터 적극대응"
경찰의 집회 시위에 대한 강경대응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민중의소리>가 입수한 ‘2009년
집회시위관리지침’을 살펴본 결과 경찰은 집회시위 사전단계부터 적극 대응한다는 기조를
세우고 집회시위 관리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 집회시위관리지침은 지난 4월 1일 경찰청이 일선서에 하달했다며 ‘방어적 질서유지
에서 적극적 법집행으로 대응기조를 전환하겠다’ 등의 일부 내용을 공개한 적이 있다. 하지
만 지침 원문에는 적지 않은 경찰의 집회시위 강경대응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
인다.
신고단계부터 적극 대응...현행 집시법 규정 위반
집회시위관리지침에 따르면 경찰은 “불법폭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는 집회는 신고단계부터
적극 대응”한다는 기조를 세웠다. 집회시위에관한법률이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임에도 불구
하고 경찰이 집회의 불법성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신고단계부터 관여해 집회시위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계획이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경찰은 그 방법으로 “사전경고·설득 등 적극적 행정지도를 통한 준법집회를 유도하고 불응
시 집시법 요건에 부합할 경우, 금지 또는 제한통고 조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집회시위관리지침에는 또한 “불법폭력이 우려될 경우 초반부터 강도 높게 대응”한다는 기조
아래 “금지통고된 집회 강행시, 사전에 충분한 경력을 집회 예상장소에 선점, 집결 무산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일명 경찰의 원천봉쇄 작전이다.
지침에 따르면 무단 도로 점거에 대해서도 “절대 불허 방침을 견지”하고 “도로점거 기도시
부터 경력으로 신속히 조치해 교통소통을 확보하고, 해산절차 진행 및 불법행위자를 현장
검거”한다는 계획이다. 인권운동 활동가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사실상 ‘행진’ 자체가 원천봉
쇄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집회장소 진입로 등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검문검색 및 주변 사전수색”하고 “불법시
위용품 반입 차단 및 불법심리를 약화”하기로 했다.
09년 집회시위관리지침ⓒ 민중의소리
기자회견도 경찰이 판단해 집시법 적용 조치
기자회견을 불법집회로 보고 경찰이 참가자들을 연행한 사례도 이번 지침에 따른 것으로 보
인다. “기자회견, 촛불문화제 등을 빙자한 변형된 불법집회시위”의 경우, “개별법률과 집시
법을 엄격히 적용해 현장에서 적극 조치”하기로 하고 변형된 불법집회시위는 “행사 목적, 내
용, 참가자, 진행상황(시위용품·구호제창) 등 제반사례를 종합해 판단”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해당 지침은 08년 집회시위관리 매뉴얼과 비교해 보면 크게 다르지 않지만 집시법 적용 여
부에 대해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08년 매뉴얼에서는 “행사의 목적과 내용, 주최자, 참가자, 진행방식(기자의 참가여부), 시위
용품 준비여부, 구호제창 여부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면서도 “집시법 적용 가능성
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적시하고 있다. 실제 법집행 과정에서 08년 매뉴얼보다
09년 집회시위 지침이 한층 더 강화된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기자회견을 빙자한 불법집회를 보는 기준은 따로 내부지
침으로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도 포괄적인 해석으로 경찰이 현장에서 판
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1일과 2일 연행된 촛불집회 참가자 200여 명에 대해 경찰이 전원 입건 결정을 내린
것도 철저히 이번 지침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침에서는 “검거한 시위대는 반드시 정식 수사절차를 이행”해야 한다며 특히 “경미한 사안
도 입건하는 등 엄정하게 사법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불법폭력시위단체 명단 통보만 했다더니
경찰의 거짓말도 이번 지침을 통해 들통났다.
지침에서는 “민사상 책임추궁 등 실효성 있는 재정적 제재조치를 병행”하겠다며 “관계기관
에 ‘불법폭력시위 관련단체 현황’을 통보하고 ‘정부보조금 지원’을 제한”하다고 명시돼 있다.
이어 현황으로 “07년 2개 기관, 08년 3개 기관, 09년 2월 현재 14개 기관(행안부 등)에 통보”
했다고 적시해놨다.
지침대로라면 경찰은 관련 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불법폭력시위 관련단체 현황을 통보하는
방식으로 ‘재정적 제재조치’를 한 셈이다.
하지만 경찰청은 국회의원, 종교단체, 정당 등을 가리지 않고 1800여개에 이르는 ‘불법폭력
시위단체 명단’이 공개되자 “해당 기관에서 보조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지, 우리는 자료만
단순히 제공하는 것(경찰청 관계자)”이라며 발뺌한 바 있다.
09년 집회시위관리지침ⓒ 민중의소리
경찰관 기동대도 오는 6월 8개, 11월 9개 중대를 추가로 창설해 총34개 중대를 운용하고
“공권력 도전행위에 적극적·능동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외 지침에는 “사소한 왜곡보도라도 정확한 사실이 보도될 수 있도록 홍보 기능과 협조하
여 정정보도 요청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며 대 언론홍보활동에도 각별한 신경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집회시위 모든 것 판단...월권행위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기자회견을 집시법으로 처벌하려는 것이 명시적으로 드러났
다. 기자회견 목적과 참가자들을 누가 판단하느냐의 문제가 경찰에 맡겨진 것”이라고 지적
했다.
그는 또 “집회 시위 자체에 대한 권한이 경찰에게 다 주어지면서 경찰의 월권행위가 드러난
것이다. 정부 비판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하고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없도록 위축효과를 노
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경미한 사안도 입건하겠다는 지침에 대해서도 “예전에는 단순 참가자들에게 이런 경우
는 없었는데 집회 시위 권리 자체를 불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 이재진 기자 besties@vop.co.kr
기사입력 : 2009-05-14 18:03:10 ·최종업데이트 : 2009-05-14 20: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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