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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차별 진압’으로 더욱 꼬이는 화물연대 사태

해피곰 2009. 5. 17. 23:58

[사설] ‘무차별 진압’으로 더욱 꼬이는 화물연대 사태
사설
한겨레

엊그제 대전에서 열린 화물연대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경찰과 노동자들 사이의 대규모 충돌사태가 빚어져 수많은 사람이 다치고 457명이나 되는 조합원들이 무더기로 연행됐다.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겠다는 경찰의 의지는 좋다. 하지만 거기에도 절제가 필요한 법인데, 경찰의 진압작전은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심지어 경찰은 노동자들이 시위를 끝내고 돌아가려는 전세버스에까지 올라가 연행작전에 나서고, 근처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던 조합원까지 무차별 연행했다고 한다. 집회와 시위에 대한 경찰의 최근 대응 태도를 보면 이성을 잃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촛불’에 대한 권력의 불편한 심기를 ‘받들어 모시려는’ 경찰의 맹목적 충성심이 가히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화물연대의 총파업 결의는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1지회장이 대한통운에서 계약해지된 조합원들의 복직 등을 요구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화물연대는 택배기사들의 원직복직 등 몇 가지 요구사항을 내걸고 총파업을 결의하긴 했지만, 즉각 파업에 들어가지는 않고 정부와 회사 쪽의 태도를 보면서 판단하겠다는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경찰의 이번 마구잡이 시위진압은 사태를 더욱 꼬이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더욱이 경찰은 “앞으로 화물연대와 민주노총이 주최하는 집회를 금지하겠다”고까지 공언한 상태여서 정면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화물연대 파업이 연례 행사처럼 되풀이되는 것은 해묵은 과제들이 계속 미해결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탓이다. 하청과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알선 구조, 공급 과잉에 따른 덤핑 운행, 거기에다 화물차주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법 규정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정부가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화물연대 파업이 간신히 진정된 뒤 이명박 대통령은 “물류시스템의 재검토를 통해 근본적 대책을 세우라”고까지 지시했으나 흐지부지된 상태다. 오히려 정부는 화물연대 문제를 비롯한 특수고용 노동자 정책에서 거꾸로 가고 있다. 노동부가 “덤프트럭·레미콘 차주들은 노조원 자격이 없으니 노조에서 탈퇴시키라”며 건설노조·운수노조 등을 압박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노동부는 합리적 정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고, 경찰은 마구잡이 시위진압으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