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부끄러운 줄 아시오"
한국 비정규직 노동자, OECD 회의장서 한승수 총리를 만나다
▲ 개막연설을 하고 있는 한승수 국무총리.
ⓒ 김소연 한승수
지난 23일 오전 9시(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 OECD
가입 후 첫 의장국이 된 한국의 한승수 국무총리가 개막 연설을 위해 걸어 나오고 있었다.
화염에 죽어간 용산철거민, 1천 명의 쌍용차 해고노동자, 소리 없이 사라지는 비정규직 노
동자들의 모습을 외면한 채 한승수 총리는 여러 나라 대표들 앞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에 대
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승수 총리의 연설이 시작될 무렵 한 통의 문자가 한국으로부터 날아왔다.
'쌍용차 구사대2000 용역400 전경2000명 쌍용차공장포위, 출입 시 현행범 체포천명, 공권
력투입임박-긴장고조'
현대차울산공장 비정규직 이상수, 건설노조 유기수 동지와 함께 우리는 '부끄러운 줄 아시
오'('Shame on You!')라고 적혀 있는 현수막을 들고 조용히 일어섰다. 자국의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그는 태연하게 녹색성장을 얘기하고 있었다.
우리가 앉아 있는 것을 본 총리실 경호원들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OECD 경호실에
연락을 했는지 개막식장 앞으로 다수의 경호원들이 몰려 왔다. 우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현
수막을 들자 장내는 웅성웅성 소란스러워졌다.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얼마
안 돼 경호원들이 현수막을 빼앗으려고 달려들었고, 손가락을 꺾었다. 실랑이가 벌어졌고
우리는 개막식장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노동자들 죽어가는데, 녹색성장 이야기 하는 총리
▲ 한승수 총리의 개막연설 때 현 한국 노동계 상황에 대해 항의하는 플래카드를 들었다는
이유로 개막식장에서 쫓겨나고 있다.
ⓒ 김소연 OECD
우리가 개막식장 밖으로 나왔을 때 개막식장 안에서 또 다른 일반 참여자가 현수막을 들었
다. 그는 자동차 후진 기어를 넣고 있는 그림을 들고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
다는 것을 알렸다. 그도 얼마 후 행사장 밖으로 쫓겨나게 되었다.
애초 우리는 개막식에 참여하고 오전 9시 30분부터 시작되는 노동조합자문위원회 총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경호팀에서 OECD 건물 밖으로 나갈 것을 요구했지만, 노동조합자문위
원회 총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노동조합자문위에서도 총회에 참석해야 한다며
경호팀에 강력하게 이야기해 총회장소로 이동했다.
하지만 OECD 측의 압력으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건물 밖으로 이동했다. 우리가 참여하지
못했지만 노동조합자문위원회 총회에서는 개막식에 있었던 민주노총의 투쟁에 대해 지지한
다는 발언이 이어졌고 장외집회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원래는 총회 자리에서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와 노동탄압 문제에 대해 제기하기로 되어 있었
다. 하지만 우리의 투쟁으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충분히 전달되었다. 또 저녁시간에
한승수 총리가 주관하는 OECD 자문 기업, 노동조합, 사무 협의회가 열리는데 이 자리에서
도 노동조합자문위원회 사무총장 등이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와 노동탄압 문제, 노동기본권
보장문제를 제기하겠다고 했다.
▲ 개막식장에서 쫓겨나는 노동자들.
ⓒ 김소연 OECD
노동자 대우도, 민주주의도 모두 '거꾸로'
우리는 24일 오후 1시부터 OECD 본부 근처 따뜨그랑 광장(Place Tattegrain)에서 '노동기
본권·민주주의 탄압 이명박 정부 규탄대회'를 열고, 25일 오후 삼보일배 행진을 하기로 했
다. 또 유럽의 진보정당 당원들과 함께 파리 도심에서 '민주주의 파괴 이명박 정부 규탄 집
회'를 하기로도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탄압하지 말라는 국제노동기구의 권고안을 '개무시'하고 경제위기의
고통을 노동자, 서민들에게 전가하며 정리해고, 임금삭감, 노동탄압,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 정말 이들은 부끄러움이란 것을 알까?
오마이뉴스 / 김소연 기자
09.06.25 19:41 ㅣ최종 업데이트 09.06.25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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