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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임금삭감, 노조반발·여당 흔들기로 좌초

해피곰 2009. 8. 21. 13:14

공기업 임금삭감, 노조반발·여당 흔들기로 좌초

 

 

주요 공공기업의 내년도 임금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정부가 추진키로 한 공기업 임금 하

향 조정이 무산될 전망이다. 신입직원 연봉삭감과 조직 및 인력감축에 대한 노조의 반발이

여전한 가운데 노조원이 대부분인 기존 직원 임금삭감안에 대해 사측의 교섭능력이 현저히

저하됐기 때문이다.

 

19일 정부와 공공기관 및 공공기관 노조등에 따르면 금융,발전,철도,가스 등 주요 공기업

노조가 인원감축, 초임삭감 등 공공기관 선진화에 대해 단체, 공동투쟁에 나서면서 노사 협

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 임금협상은 6개월이 넘도록 타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산업노조와 사측

인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말 제5차 중앙노사위원회를 열었으나 타결을 이루지 못하고 20일

재개하기로 했다. 은행연합회측은 이날 중앙노사위에서도 합의가 안되면 각사별로 협상을

전환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현재 사측은 신입직원의 임금 20% 영구 삭감과 기존 직원의 임금 5% 반납, 연차휴가 50%

의무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측은 신입직원 임금삭감을 비롯한 모든 안건에 대

해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의 발전, 철도, 가스노동조합은 공동투쟁을 진행 중이다. 이들 3개 노조는 지

난 11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공기업 선진화 정책 분쇄, 탈법적 노사개입 저지, 공공

성 강화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발전ㆍ철도ㆍ가스노조는 신규사업 인력충원을 통한 제대로 된 일자리 확대, 일방적인 인력

감축, 신규자 임금삭감 원상회복, 불법적 노사관계 개입을 통한 노동조합 무력화 시도 중단

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단체교섭을 통해 결정해야할 임금과 노동조건 및 집단적 노사관계와 관

련된 사항들이 정부의 지침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며 "지침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경영평가

를 통해 성과상여금 삭감으로 보복하고 감사원 감사를 통해 통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월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 점검 워크숍의 후

속 조치로 공기업 임원과 신입직원 연봉삭감에 이어 기존 직원에 대해 연봉제와 성과급제,

임금피크제를 확대 도입해 기존 직원들의 임금을 낮추기로 했다.

 

정부는 노사 협의사항인 보수삭감을 강제하기 위해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권과 예산권을 적

극 활용키로 한 것이다. 대졸 신입직원의 임금 삭감과 형에 맞추어 기존 직원의 임금체계를

하향조정하고 대신 성과급 비중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정부 방침과 달리 한국노총과 정년 연장 등 노사관계 4개항에

합의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과 한국노총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공기업 평가 시 노총의견 적극수렴 ▲평가단

에 노총 추천 전문가 참여, 축소된 성과급 원상회복 ▲기관별 단체협약 등 노사자치주의 원

칙 존중 ▲공공기관 정년 공무원 수준으로 연장 ▲공공기관 비정규직 고용안정 등을 합의했다.

 

지난해 공공기관 인건비 지출총액은 15조512억원으로 2007년 13조8328억원에 비해 8.8%

인 1조2184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정부의 인상률 가이드라인 3%보다 3배 가량 높은 수준.

305개 공공기관 평균연봉이 5330만원으로 민간기업보다 3.5%, 공무원보다 14% 높은 수

준. 이번 합의로 정년을 2년 연장될 경우 인건비 총액과 국민 세금 부담은 더 늘어나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여당이 앞장서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노력을 무력화시키면 다른 선진화

방안의 실천과 실행이 어렵게 된다" 며 "더구나 향후 노사 협상에서 노조측이 사측보다 정

치권을 협상대상으로 삼아 노사합의, 노사협약이라는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공기업들은 정부 지침에 따라 올해 임금은 1.7% 이내에서 인상하고 대부분 9~10월

에 노조와 임금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이 가이드라인이 지켜질 경우 내년도 공기업 임금은

사실상 동결된다.

 

아시아경제 /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