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체납자 신종플루 ‘사각지대’
서울 신림동 백모(43·노점운영)씨는 지난주말 심한 몸살을 앓은 뒤 기침을 계속했다. 백씨
는 신문을 통해 고열 등 자신의 증상이 신종플루 증세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병원을
찾을 엄두를 못내고 있다. 건강보험(지역의료보험) 체납액 5만원 때문에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검진료만 10만원이 넘는다.
▲ 교실소독
1일 신종플루 환자가 발생해 개학을 미룬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방역업체 직원들이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백씨는 1일 “나 같은 생계형 체납자는 하루 벌어 먹고 살기도 어려워 건강보험료 몇천원조
차 부담이다.”면서 “10만원이 넘는 검진을 어떻게 받겠느냐.”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임산부, 영유아, 노인, 학생 등 취약계층 1336만명분의 신종플루 백신 접종
대책을 내놨지만 차상위계층, 의료보험 체납자 등은 여기에 포함돼 있지 않다. 따라서 이들
은 돈을 내고 접종을 해야 하는데, 그럴 형편이 못 된다.
의료전문가들은 “기초체력이 떨어지고 집단생활에 노출된 이들 저소득층이 백신 접종을 방
치할 경우 환절기 신종플루대란의 진원지가 될 우려가 적지 않다.”고 경고한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의료급여 1·2종 등 기초생활대상자에게만 신종플루 무료검진을 하고 있
다. 그러나 무료검진 대상이 아니면서 지역의료보험을 6개월 이상 내지 못한 사람은 신종플
루 예방에 속수무책이다. 이들의 숫자는 200만명에 이른다. 대부분 차상위계층에 속하는 이
들은 제대로 된 검진을 받기 어려운 데다 폐렴 등 후유증이 발생할 경우 비급여항목이 늘어
나 앞으로 보험 부담만 더 늘어나게 된다.
경제적 형편상 2,3차 대형병원 위주로 지정된 거점병원을 찾지 못하는 이들이 그나마 찾을
수 있는 곳은 보건소이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다.
동대문구 보건소는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 특성상 노인분들, 차상위 계층이 무료검진을 받
을 수 있느냐는 문의전화를 끊임없이 걸어와 다른 업무를 볼 수가 없을 지경”이라고 밝혔다.
건설노동을 하는 양모(50)씨는 “죽을 만큼 아프지 않으면 병원 근처도 안 가는 데다 신종플
루 검진을 받고 싶어도 체납자라고 눈총받을까봐 병원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말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권
자는 의료급여 1,2종으로 무료검진이 가능하지만 그 외 취약계층에 대해서 현재로서는 예방
대책은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저소득층은 대부분 병원진료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 데다 백신혜택도
못 받고 집단생활에 노출돼 있어 환절기 대량 감염의 진원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
했다.
서울신문 / 이재연 박성국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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