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조 대리가 삼천포로 '유배'된 까닭은?
KT사측, 선거개입 부당노동행위 지적 비판세력 탄압
지난 9월 30일 경남 삼천포로 발령 나 경비실 옆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는 조태욱 KT민주
동지회 의장ⓒ KT민주동지회
지난 9월 30일 조태욱 대리는 KT 인천 계양지사에서 연고도 없는 경남 삼천포지사 영업팀
으로 발령받았다. 인천에서 삼천포까지의 거리는 잘 와닿지 않을 정도였다. 인터넷으로 찾
아보니 직선거리로 375km나 떨어져 있었다.
KT가 조 대리를 삼천포로 '유배'보낸 것은 지난해 사측이 밀어준 인물이 노동조합 위원장으
로 당선되고, 올해 7월 KT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한 뒤 그가 KT내 유일한 비판세력의 상징
이기 때문이었다.
조태욱 KT민주동지회 의장은 지난해 말 노조 위원장 선거에서 42%를 득표했다. 비록 사측
의 선거개입으로 "선거에서 이기고 투표에서 졌"지만 조 의장은 "KT에서 자주적인 노동조합
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후 조 의장은 사측의 선거개입이 부당노동행위라며 선거 무효소송을 냈고, 공개투표를이
지시한 지사장들을 고소했다. 지난 5월 법원 판결은 사측 직원의 선거개입에 대해 부당노동
행위 판정을 내리고 벌금형 약식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사측의 '보복'이 이어졌다. 조 의장은 부당노동행위 고소와 관련 지난 5월 노동
청 출석을 위해 공가를 신청했다. 또 근속승진에서 6년 연속 제외된 데 대해 행정소송을 제
기해 법원 출석을 위해 공가를 신청했다. 그런데 사측은 이를 모두 '무단결근'으로 처리해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7월에도 조 의장은 비슷한 과정을 겪으며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당시 KT노조가 민
주노총 탈퇴를 위한 총회를 열려 하자 조 의장과 KT민주동지회 회원 등 13명은 연차휴가를
신청한 후 분당 KT본사 내 노조 사무실로 향했다. 그러나 사측은 청원경찰을 동원해 이들
이 회사 안으로 한 걸음도 못 들어오게 차단했다. 이후 회사는 이들 전원을 집시법 위반,
명예훼손, 주거침입으로 고소하고 조 의장에게 징계를 내렸다.
그리고 사측은 두 차례의 감봉 징계를 이유로 지난 달 조 의장을 삼천포로 '유배' 보냈다.
31일 광화문 KT빌딩 앞에서 만난 조 의장은 처음 삼천포 지사에 도착했을 때 사측이 단순
히 "민주노조의 의장은 격리하려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측은 더 많은 것들을 준
비하고 있었다.
회사 사택이 제공되지 않자 조 의장은 노조 사무실에 야전침대라도 놓고 일단 숙식을 해결
하려 했다. 그러나 삼천포 지사는 노조 사무실 열쇠를 내주지 않았다. 통상 노조사무실 열
쇠는 시설관리 차원에서 회사와 노조가 1개씩 보유하고 있으나 삼천포 지사는 노조사무실
을 완전히 통제하고 조 의장이 기거하는 것을 허락치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경비실 없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기 시작한 조 의장은 이달 13일 어처구니 없
는 일을 겪기도 했다. 날씨가 추워져 전기장판을 사용하기 위해 경비실 안 콘센트에 코드를
꼽으려 하자 고 아무개 삼천포 지사장은 텐트로 전원을 연결해 주지 말라고 지시했다. 조
의장은 그때 '어떻게 인간이 이럴 수 있느냐'고 하자 고 지사장이 '나는 인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결국 그는 태풍이 오고 비바람이 쳤을 때 텐트 안에서 떨며 밤을 보냈다.
전날 삼천포에서 올라온 조 의장은 이날 'KT노동인권탄압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공
대위) 기자회견에서 "이것이 이명박 정권의 노동정책이 KT현장에서 관철되는 잔인한 현장"
이라고 말했다.
공대위는 조 의장을 비롯해 부당징계.전출된 모든 노동자들을 즉시 원상 복귀시킬 것을 요
구했다.
매일노동뉴스 /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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