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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춘 재신임 묻자"…"저 XX, 민주노총으로 보내버려"

해피곰 2010. 2. 27. 19:19

"장석춘 재신임 묻자"…"저 XX, 민주노총으로 보내버려"

[현장] '노조법 후폭풍'으로 난장판 된 한국노총 대의원대회

 

 

"저 XX는 민주노총으로 보내버려."

 

욕설이 튀어나왔다. 지난해 11월 30일 한국노총이 총파업 찬반투표 중에 장석춘 위원장이

스스로 '복수노조 금지'와 '전임자 임금 자체 개혁'을 선언한 것을 놓고 한 대의원이 "절차를

무시하고 야합 행위를 한 것은 책임 져야 한다"고 주장하던 중이었다.

 

발언을 하던 정규진 공공연맹 수원시설관리공단노조 위원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자신의

발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장내 곳곳에서 터져 나온 험한 욕설에 격해진 정 위원장은 마이크

를 잡고 "이 XX야, 지금 말하고 있잖아"고 맞받아쳤다.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노총의 정기 대의원대회는 그야말

로 난장판이었다. 장석춘 위원장에 대한 재신임 등 '책임지는 행동'을 요구하는 대의원과 "

지도부의 고뇌를 이해해야 한다"는 대의원이 서로의 멱살을 잡았다.

 

1시간 여 동안 치러진 본대회는 격한 욕설과 고성이 오가고 끝내 대의원끼리 몸싸움을 벌

이는 소동 가운데 정리됐다. 각종 사업 심의는 물론이고 결의문 채택도 모두 유인물로 대체

됐고, 장석춘 위원장은 다급히 폐회를 선언했다. 지도부에 대한 재신임과 정책연대에 대한

입장 발표 등의 요구는 거친 소동 속에 자연스럽게 묵살됐다.

 

장석춘, 이번엔 "상반기 투쟁까지 믿어 달라"

 

이날 대의원대회의 최대 쟁점은 지난해 연말 노조법을 둘러싼 한국노총 내부의 갈등 정리였

다. 장석춘 위원장은 대회사에서부터 "법 시행을 앞두고 긴박한 교섭 상황에서 내린 지도부

의 판단으로 인해 조직적 혼란이 야기되고 조합원에게 실망을 안겨드렸다"며 사실상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또 장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투쟁의 열기를 모아주고 성원해줬는데 동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기자회견을 해 혼란을 준 것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

붙였다.

 

그러나 장 위원장은 절차 상의 문제는 인정하면서도 하루 아침에 입장을 180도 바꿔 복수

노조 금지 등을 거론한 것 자체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았다. 이날 축사를 하러 나온 박인상

전 한국노총 위원장은 더 나아가 "당시에는 진보적이라는 학자들도 '복수노조 시행'과 '전임

자 임금 금지'를 거론하며 경제에 초점을 맞추는 정부 정책에 같이 했다"며 "돌파구를 어떻

게 뚫은 것인가가 중요했다"고 한국노총 지도부를 옹호했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등 '남은 과제'를 거론했다. 장석춘 위원장은 "

근로시간면제심의위와 올해 임단협 등 아직 많은 투쟁이 남았으니 한 번 더 나를 믿어달라"

고 일각의 재신임 요구를 일축했다. 지난해 말 일부 조직의 반발에 대해 "일단 노조법 투쟁

이 남았으니 다음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고 무마시켰던 것과 똑같

은 모습이었다.

 

"위원장 독단은 탄핵 감" vs "항해 중에 선장 교체는 안 된다"

 

참석 대의원 600여 명 가운데 상당수도 장석춘 위원장의 편으로 보였다. 이인상 한국산업

인력공단노조 위원장 등이 "말로 사과하는 것 말고 대의원들에게 재신임을 묻자"고 요구하

면서 잠시 논쟁이 벌어졌지만 호응도는 확연히 갈렸다.

 

이인상 위원장은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95%의 투표율에 84%의 찬성율이 나왔다"며 "단위

노조에서도 투표 결과를 무시하고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행동하면 탄핵 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대의원도 "전두환 정권의 호헌조치를 지지했던 한국노총의 역사적 오명"을

거론하며 "장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한 박수보다는 "선장이 항해를 하다 방향키를 잘못 돌렸다고 해서 항

해 중에 있는 선장을 교체하는 것은 위험한 모험"이라는 반박에 대한 박수 소리가 압도적으

로 컸다. 끝내 정규진 위원장이 "실수를 사과하는 것과 잘못한 일에 책임을 지는 것은 다르

다"고 재반박을 하는 동안 회의장은 욕설이 오가는 난장판이 돼 버렸다.

 

사업보고도, 예산도, 결의문도 모두 '유인물로 대체'…"이게 민주주의냐"

 

정책연대도 마찬가지였다. 이인상 위원장은 "한나라당보다 한국노총이 더 정책연대를 원하

는 것 같다"며 "6월 지방선거에서도 정책연대를 계속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지만, 장 위원

장은 "지난해 12월에 정책연대를 파기하고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상반기 근로시간면제심의위와 임단협 투쟁, 6월

지방선거 과정을 거치며 현 정권과의 정책연대도 재검토할 것"이라는 장 위원장의 대회사를

스스로 머쓱하게 만든 셈이다.

 

몸싸움과 욕설이 오가는 가운데 "더 이상 발언을 받지 않겠다"며 폐회 선언을 하는 장 위원

장을 향해 한 대의원은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이게 민주주의냐, XX."

 

한국노총은 이례적으로 이날 대의원대회에 출신 국회의원 4명 등 외부 인사를 일절 초청하

지 않았다.

프레시안 / 여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