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재정 안정화’, 정부 책임부터 통감해야
최근 건강보험 재정 위기론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정형근 이사장은 최근 “올해 당기 재정적자는 1조8,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재정 위험이 이대로 방 치된다면 2011년 3조원, 2012년 5조원, 2013년 7조원으로 적자가 늘어 건강보험제도의 근 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급기야 건보공단은 재정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공단은 비상경영체제 를 통해 ▲5,000억원 규모의 재정효율화 달성 ▲성과체계 및 인사·조직 혁신 ▲고객만족경 영 등의 재정위기 탈출 방안을 결의했다. 특히 급여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병의원의 불법부 당청구 감시 강화와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 등의 민감한 대책도 내놓았다.
하지만 지난 2001년 건강보험 재정파탄 위기를 겪은 바 있는 의료계 입장에서는 최근에 불 거진 재정 위기론이 예사롭지 않게 여겨진다. 2001년에 발생한 건강보험 재정파탄은 그 전 년도에 의약분업과 의료보험통합이라는 정책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야기됐다는 데 이론의 여 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재정파탄 위기의 책임을 의료계와 국민들에게 전가했고, ‘재정안 정종합대책’이란 미명 아래 국민과 의료계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했었다. 당시 정부가 내놓았던 재정안정종합대책을 보면 진료비 심사강화, 약제비 절감, 급여제도 개선 등이 핵 심이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들여다보면 결국은 요양기관에 지급해야 할 진료비를 다양한 형태로 삭감하는 것이었다. 당시 정부는 특별법까지 제정해 진찰료와 원외처방료를 통합하 고, 차등수가제와 야간가산율 적용시간 단축을 시행했다. 2002년에는 2.9%의 수가인하마저 단행했다.
이런 기억을 떠올려 볼 때 최근 건보공단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재정 위기론을 바라보는 의료계의 심정은 상당히 복잡다단하다. 지난 2001년 재정파탄 위기 때처럼 또다 시 재정안정화를 앞세워 의료계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의료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이미 그러한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정형근 건보공단 이사장은 최근 모 일 간지와의 인터뷰에서 “2012년부터 건보료 지불제도를 총액계약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하겠다”며 “올 연말까지 총액계약제 초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혀 의료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또한 의료기관의 불법·부당청구에 대한 감시시스템을 강화하고, 보험료 징수율을 더욱 끌어 올리겠다는 방침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지난 2001년의 재정안정종합대책과 세부 사안은 다르지만 전반적인 기조는 비슷하다.
그러나 2001년의 건강보험 재정파탄도 그랬지만 최근의 재정 위기 상황 역시 정부의 책임 이 크다.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단계적으로 차상위 계층 의료급여수급자들을 건강보험 수급권자로 전환했다.
지난 2년간 건강보험에서 차상위 계층에 지급된 재정규모만 6,600여억 원에 이른다. 또한 지금까지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의 국고지원도 4조2,000억 원이나 미지급됐다. 정부만 제 역할을 다했다면 작금의 건보재정 위기론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건강보험 재정 위기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재정 적자 해소를 위해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청년의사 / 2010/03/20 06: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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