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후반기 출발부터 삐걱..국정 장악력에 `균열`
김태호 총리와 신재민 등 장관 후보자 2명 자진사퇴
이 대통령 주창 `공정사회` 국정기조 상당부분 `훼손`
여당마저 반발..靑 주도 당정청 관계도 변화 불가피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결국 지명 21일만에 낙마했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
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도 자진사퇴했다. 집권 후반기용 개각인선 작업에 들인 한달
이상의 세월을 헛되이 보내버린 셈이 됐다.
`39년만의 40대 총리`를 필두로 한 젊은 내각으로 집권 후반기를 힘차게 출발하려던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차기 국무총리와 장관 지명 전까지 현실적
인 국정운영 공백도 예상된다.
취임 직후 `고소영·강부자 내각`으로 곤욕을 치른 이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출발점에선 `불
공정 내각`에 발목이 잡히게 됐다.
◇ "40대 젊은 총리"에서 "양파 총리"로 전락
이 대통령은 지난 8.8일 개각에서 `세대교체`와 `젊은 내각`을 내세우며 김태호 전 경남도지
사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소장수의 아들`로 태어나 최연소 도지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젊은 세대에게 꿈과 희망
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피력했다. 김 후보자는 차기 대권주자 명단에도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젊고 신선한 이미지에 걷잡을 수 없게 금이 가기 시작했다.
재산관리와 세금탈루, 부인의 뇌물수수, 도청직원의 가사도우미 활용 등 각종 의혹이 양파
껍질처럼 제기됐다.
그럼에도 김 후보자는 핵심 의혹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오히려 잇단 말바꾸기로
논란을 증폭시켰다. 고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도덕성은 물론 자질론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됐다.
특히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뇌물수수 의혹이 쟁점으로 부각된 가운데 박 전 회
장과의 첫 만남 시기를 두 차례나 번복하면서 결정적 패착으로 작용했다.
5차례의 위장전입과 부동산투기 등 백화점식 의혹이 제기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쪽방투기가 드러난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도 함께 자진사퇴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차명계좌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자진
사퇴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장 조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
해진 가운데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사퇴하라고 하나. 각자가 결정하는 일이지"라며 여지
를 남겨놨다.
◇ 여당 내부 반발과 여론악화로 결국 백기
청와대는 인사청문회가 끝날 당시만 하더라도 "결정적 흠결은 아니다"라며 임명을 강행하겠
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조차 `걸레 총리` 등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현실적
으로 임명동의안 처리가 여의치 않았던 데다, 이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위한 실천과 솔
선수범을 강조하면서 분위기가 급선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김 후보자에 대한 반대여론이 70%에 이르는 등 국민여론이 악화되면서 이 대통
령의 국정지지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사퇴를 수용하게 된 것으로 풀
이된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라는 국정기조를 제시한 가운데 개
각내용이 국민의 눈높이에 미흡했다는 판단에 따라 국민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며 "이번 일
을 계기로 공정사회 원칙이 공직은 물론 정치와 경제, 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뿌리 내
리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바로 후임자 물색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무총리직은 당분간 윤증현 기
획재정부 장관이 대행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식경제부는 현 장관들이 직무를 유지하게
된다.
◇ 이 대통령,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부담`
8.8 개각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던 김태호 후보자와 함께 두 명의 장관 후보자가 지명 21일
만에 물러나면서 이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우선 8.8 개각의 키워드로 내세운 `세대교체`와 `젊은 내각` 구상에 타격이 예상된다. 이 대
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내세운 `공정한 사회`라는 국정기조 역시 상당부문 훼손된 만큼
집권 후반기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차기 국무총리 지명 전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국정운영
공백도 예상된다.
특히 이번 김 후보자의 자진사퇴 과정에서 여당인 한나라당내 반발이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그 동안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던 당·정·청 관계의 변화와 함께 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에도 균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경우 7.28 재보선 완패와 함께 상실한 정권 주도권을 어느
정도 회복하면서 향후 청와대와 정부를 향한 공세의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 김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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