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중잣대 다시 도마...나경원, 말바꾸기 해명

검찰 이중잣대 다시 도마...나경원, 말바꾸기 해명

ⓒ양지웅 기자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본인의 아버지 나채성 씨가 이사장으로 있고 본인이 이사

로 재직중인 홍신학원(화곡중, 화곡교, 화곡보건경영고) 교사들로부터 '불법 정치후원금'을

받은 것에 대해 말바꾸기와 엉터리 해명을 내놓고 있다.

홍신학원 이사장 나채성 씨와 학교 관계자들은 교사들에게 '10만원 정치 후원은 세액공제가

된다'면서 나 의원 후원을 부탁한 것으로 학교관계자들에 의해 전해졌다. 또 본지와 통화한

학교 관계자도 "이사장 등의 부탁을 받은 교사들이 개별적으로 후원을 했다"고 밝혀, 홍신

학원 교사들이 나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낸 것이 사실임을 뒷받침 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에 의하면, 국공립 교사나 공무원의 정치자금 후원은 불법이다. 공무원

신분이 아닌 사립학교 교원의 경우도 '사립학교 교원의 복무에 관하여는 국공립학교 교원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는 사립학교법 55조에 의거, 정치자금 후원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사립학교인 홍신학원 교사들의 경우도 정당이나 국회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내면 불법이 되

는 것이다.

홍신학원 교사들이 나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의혹에 대해 침묵하던 나 후보는 18

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초창기에 일부 몇몇 선생님들이 내셨다, 이렇게 얼핏 들은 것

은 있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개인후원을 일일이 다 확인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확

히 모르겠다"는데 해명의 무게가 쏠려 있었다.

나 의원은 다음날인 19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제가 초선의원이던 시절에, 2004년

초창기에는 몇 분이 내신 것으로 기억을 하고 있다"라고 말을 바꿨다. '의혹이 제기돼 확인

을 해보니 내셨더라'도 아니고, '얼핏 들었다'는 말이 '기억을 하고 있다'는 전혀 다른 차원

의 해명으로 바뀐 것이다. 없던 기억이 하루만에 갑자기 생긴 것인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나 후보는 본인 입으로 홍신학원 교사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실과 다른 해명

나 후보는 이어 "그 당시에는 공무원들도 선거 정치자금을 내는 것이 금지되지를 않았었다.

그래서 저와 친한 판검사들도 사실은 후원금을 낸 사람들이 있다"라고 불법적 요인이 없다

는 것을 강조하려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공무원들도 선거 정치자금을 내는 것이 금지되지 않았었다'는 나 의원의

해명은 사실이 아니다. 교과부에 따르면, 1949년 국가공무원법이 만들어진 이후 교사의 정

치후원을 금지한 내용이 바뀐 적이 없다. 국가공무원법 65조는 공무원의 '정치운동'을 금지

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 조항을 들어 검찰은 민주노동당에 가입해 매달

1~2만원씩 후원금을 낸 혐의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및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 1600여

명을 기소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게 수백만원의 후원금을 낸 교사들은 무혐의

처리해 편파적인 법적용 논란이 제기됐었다. 검찰은 교사, 공무원이더라도 의원 개인 후원

회에 후원금을 내는 것은 합법적이라고 판단했는데,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사들이 특정 정치

인에게 후원금을 기부하는 것도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교과부 해석은 법제처

법령해석에 근거하고 있다.

결국, 검찰이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에 후원한 교사들에게 다른 잣대를 적용하며 한나라당

만 봐준 것이다. 민주노동당 등 야당과 전교조, 공무원노조 등은 현행법을 개정해 교사나

공무원의 정치활동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경원 후보는 홍신학원 교사들의 정치후원금 제공과 관련해 명명백백하게 해명하거나, 교

사들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 대한 후원금은 불법이어도 봐주고,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에

대한 후원금만 처벌하는 이중잣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수행 전교조 정책위원은 "한나라당이 전교조 교사들의 정치후원에 대해서는 국기를 뒤흔

드는 행위라고 논평을 내면서, 정작 자기들이 돈을 받고, 자기들에게 돈을 낸 교사들에 대

해서는 아무 소리도 안 하면서 자발적으로 낸 것이어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하는데, 법치국

가에서 그런 게 어딨냐"라고 일갈했다.

민중의소리 /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입력 2011-10-23 12:18:34 l 수정 2011-10-23 12:3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