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노사자율 무시하는 정부 … 직접교섭 나서라” 노동부유관기관노조 주최 토론회서 "사회공공성 강화" 한목소리
공공기관 노사관계에서 단체교섭권을 정상화하기 위해 정부의 직접교섭을 강제하는 제도를 마련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박태주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지난 6일 오후 노동부유관기관노조가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공공기관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해 대정부 직접교섭을 강제하고 형해화된 단체교섭권을 회복시켜야 한다"며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역량을 키워 초기업별 노정교섭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사회에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유성규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오윤식 변호사(법률사무소 로정)·박성국 매일노동뉴스 대표와 노조 관계자 40여명이 참석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공공부문 노사관계 파탄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사기업 노동자와 똑같이 노동3권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지만 실제로는 주무부처의 관리·감독으로 인해 단체협약 체결에 적지 않은 제약을 받아 왔다. 노조에 따르 면 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예산 승인권’·‘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등을 통해 공공부문노조를 직·간접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각 기관장들은 임면권을 쥐고 있는 정부의 지침에 따라 경영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 해 단협개악을 추진했고, 기재부는 노사가 예산편성지침을 위반하는 단협을 체결할 경우 감 사 등을 통해 불이익을 줬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해 체결한 단협이 “장관의 승인이 필 요하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장관의 승인을 단협의 효력 요건으로 하는 것은 협상의 당사자인 사측의 권한을 없애는 것 과 다름없다. 최근에는 정부가 산하기관의 단체교섭에 비공식적인 방법(유선전화와 구두지 시 등)으로 지침을 따르도록 강제하는 등 노사자율의 기본 틀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높 아지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2008년 8월부터 2009년 3월까지 6차례에 걸쳐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을 발표했다. 이를 근거로 41개 공공기관을 16개 공공기관으로 통폐합했다. 이어 129개 공 공기관에서 전체 정원의 12.7%인 2만2천명의 정원이 감축되고, 252개 공공기관에서는 보 수규정 개정에 따른 신입사원 초임삭감이 진행됐다. 그 밖에 단협 해지와 성과연봉제 도입 등이 광범위하게 이뤄졌고, 정부로부터 사찰을 당하는 등 공공부문 노사관계는 파행을 거듭 했다.
박태주 교수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을 개정해 해당 공 공기관의 지배구조를 민주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이어 "공공기관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해 대정부 직접교섭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 는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 당사자인 노동계와 시민사회를 참여시켜야 한다"며 "경영평가제 도와 예산편성지침 등 공공기관 평가기준도 수익성이 아니라 사회공공성을 제고하는 방향으 로 바꿔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 노사자율 싫으면 사용자로 나서야
공공기관의 단체교섭권이 훼손되는 배경에는 그동안 대법원이 정부의 승인을 얻지 못한 단 협의 효력을 부인하는 판결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법원의 견해는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제한하는 또 다른 장벽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개정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오윤식 변 호사는 "공공기관 노동자도 사기업 노동자와 똑같이 헌법상 노동3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노조법을 개정해 법 해석에 의한 입법취지 왜곡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노조법 제31조제1항 “단체협약은 서면으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 또는 날인 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단체협약은 서면으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 또는 날인하고, 이로써 그 단체협약은 효력을 발생한다"로 바꾸자는 것이다.
오 변호사는 "사실상 공공기관 단협의 효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라며 "정부가 노사자율 합의를 인정하지 않으려면 실질적인 사용자로 직접 나서 단 협에 임하도록 노동계가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부문노조 "사회공공성 강화해야"
공공부문노조가 사회공공성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간 공공부문노조는 정부의 선진화 정책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기업별 노조활동의 한계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노조의 ‘사회운동적 노동조합주의’가 실종되고, 노조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상 실했다는 지적이다.
유성규 공인노무사는 "현장이 살아서 교섭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제 아무리 좋은 법률도 무 용지물이 된다"며 "현재 왜곡된 공공부문 노사관계의 원인이 과연 정부의 탄압이 전부였는 지 분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노무사는 "공공기관이 중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됐을 때 정 부는 공공기관은 물론 노조도 함부로 대할 수 없다"며 "노조가 공공부문 개혁의 주체로 나 서 사회공공성을 강화해야 공공부문노조가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국 매일노동뉴스 대표는 "공공부문노조가 공공부문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주체로 나서 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복지에 대한 국민의 욕구를 담아내려면 현재 수익성·효율 성 위주의 공공기관들이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며 "노조위원장 홀로 대외협력본부장으로 뛰 었던 과거 활동 방식을 넘어 조합원·시민이 공감하는 공통의제를 발굴해 함께 활동해야 한 다"고 제안했다.
이인상 노동부유관기관노조 위원장은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고 산별교섭을 법제화해 반드시 노정교섭을 이끌어 내겠다"며 "한국 사회 공공부문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투쟁을 앞 장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 김은성 기자 kes04@labortod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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