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발뺌 정형근 전 의원, CCTV 들이대자…
"1억 아니고 5000만원 …"
정형근
유동천(72·구속기소)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
반)로 기소된 정형근(67) 전 한나라당 의원이 돈을 받는 장면이 폐쇄회로TV(CCTV)에 포착
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법정에서 줄곧 혐의를 부인하던 정 전 의원은 CCTV 앞에서 무릎
을 꿇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 정선재)에 따르면 지난 13일 열린 3차 공판에서 검찰은 비장
의 카드를 꺼냈다. 정 전 의원이 유 회장에게 돈다발을 받아 나오는 장면이 찍힌 CCTV를
확보한 것. 이 영상에는 정 전 의원이 2008년 1월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유 회장 사무실에
빈손으로 들어갔다가 돈이 든 쇼핑백을 받아 나오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직전까지 금품수수 시점을 확신하지 못하던 검찰은 CCTV 영상을 토대로 돈 받은 시점을
2008년 1월로 특정했고 정 전 의원은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정 전 의원은
“유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1억원이 아니라 5000만원을 받았다”고 주
장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월 유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지금까지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해왔다. 1, 2차 공판에서도 정 전 의원은
“검찰은 내가 언제 돈을 받았는지도 알지 못한다. 돈 받은 시점을 특정하면 알리바이를 대
겠다”고 주장했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사법시헙 12회에 합격해 검사생활을 하던 정 전 의원은 1983
년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로 파견됐다. 안기부 1차장으로 대공사건을 담당한 정 전 의원
은 직원들에게 직접 고문을 지시하는 등 강압적으로 사건을 처리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 전 의원은 이후 96년 15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3선 의원을 지냈고, 2008~2011년 국민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재직했다.
[중앙일보]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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