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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는 대화의 기술

해피곰 2012. 11. 25. 07:07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는 대화의 기술

브레인 Vol. 23

* 해피 브레인 레시피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지만, 일상에서 본의 아니게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또는 친한 사이일수록 일부러 보란 듯이 못된 말, 나쁜 말만 꼬아서 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내면적인 욕구를 모른 채, 또 상대에게 공감하지 못한 채 하는 대화는 서로에게 정신적, 감정적 상처를 남기는 폭력적인 대화가 되기 십상이다. 상대방에게 상처 주지 않는 대화의 비법이 뭘까.


● 자칼 vs. 기린
바쁘다며 모임에 자주 참석하지 못하는 친구에게 모임 주최자가 전화를 건다. 이들은 어떻게 대화를 나눌까?

자칼의 대화

주최자  요즘, 너 많이 바쁜가 보구나. 모임에 통 얼굴도 안 비추고.
친구  내가 바쁘고 싶어 바쁘냐. 회사에 일이 많아서 그렇지.
주최자  너희 회사만 바쁘냐. 바쁘고 시간 없긴 다 마찬가지지. 너 그러다 사회생활 제대로 하겠냐? 왕따 되기 싫으면 나와.
친구  걱정하지 마. 네가 그렇게 걱정해주지 않아도 사회생활 잘 하고 있거든!


기린의 대화

주최자
  지난주에도 내내 야근했다며? 피곤하겠다.
친구  응, 월말이라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어.
주최자  월말이라서 더 바빴구나. 지난번 모임 땐 참석할 줄 알았는데 얼굴 못 봐서 아쉬웠어. 다음 모임은 월말을 피할 테니 꼭 참석하면 좋겠다.
친구  나도 모임에 매번 빠져서 아쉽고 미안해. 다음엔 꼭 참석하도록 할게.
주최자  그래. 그럼 다음 모임 때 보자.

                                                          ……


위의 예화처럼 같은 상황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자칼의 대화로 진행될 수도 있고, 서로 이해를 구하는 기린의 대화가 될 수도 있다. 마샬 B. 로젠버그 박사가 제안한 ‘비폭력 대화’에서는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을 ‘자칼의 말’이라고 하고, 그렇지 않은 말을 ‘기린의 말’이라고 한다.

자칼은 다른 포식자가 남긴 먹잇감을 찾아 서로 경쟁하기 바쁘고, 날카로운 이빨로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며, 상대보다 먼저 공격해야 살 수 있는 특성을 지녔다.

자칼의 말은 수단에만 집중하여 상대가 거절할 수 없도록 강요하고, 옳고 그름의 도덕적인 판단으로 사람을 평가하거나 비교, 비난, 비하, 모욕, 의심, 분석, 편견의 틀로 대화한다. 또한 “오늘 내가 지각하는 건 엄마 때문이야. 어제 엄마한테 일찍 깨워달라고 했는데 지금 깨웠잖아”라는 말처럼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대화한다.

반면, 기린은 큰 키로 멀리 내다보고, 온순하며,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말하는 비폭력 대화를 상징한다. 그래서 겉으로 드러난 상대의 모습과 말뿐 아니라 상대의 내면에 있는 감정을 이해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가 수긍하도록 잘 전달하는 대화가 가능하다.

사람들이 대화하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이유는 대부분 기린의 말이 아닌 자칼의 말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 자칼의 말을 기린의 말로 바꾸기

자칼의 말은 시종일관 자신의 감정만 드러내며 상대를 공격하는 데 반해, 기린의 말은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의 4단계를 거친다.

대화 상황 : 영화를 보기 위해 오후 1시 30분에 만나기로 한 친구 A가 2시가 다 돼서야 나타났다. 영화는 이미 10분 전에 시작했다. 기다리던 B는 매우 화가 났다.


Point 1
현장 사진을 찍어라!
 있는 사실만 말한다(관찰)

A  늦어서 미안해.
너, 뭐니? 늦으면 늦는다고 연락을 해야지. 이렇게 늦으면서 내 전화도 안 받고. 대체 어떻게 된 거니? 

                           ↓

B  1시 30분까지 만나기로 했는데 30분 늦었구나. 너랑 함께 보기로 한 영화는 이미 시작했어. 내가 몇 번이나 전화했는데 너는 전화도 안 받더구나.
A 정말 미안해. 네가 보고 싶어 했던 영화인데…. 어제 야근하고 늦게 자는 바람에 오늘 늦게 일어났어. 서둘러 준비해서 나오느라 휴대폰도 집에 놔두고 나왔고. 그래서 연락을 못했어.


Point 2
마음을 스캔하라!

현 상황에 대한 느낌을 말한다(느낌)

A  미안해. 집에 휴대폰을 놔두고 나오는 바람에 연락도 못했어.
B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기다리는 사람 생각을 했다면 다른 사람한테 휴대폰을 빌려서라도 전화할 수 있었잖아.

                                         

B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서 무척 불안하고 초조했는데, 다른 일이 없었다니 다행이야.
A  어떻게 해서라도 연락을 했어야 했는데, 내가 미처 생각을 못했어.


Point 3
욕구를 출력하라
느낌 뒤에 숨은 욕구를 파악한다(욕구)

A 그 생각까진 못했어.
B 됐어. 네가 약속 시간에 늦는 게 어디 한두 번이니? 매번 늦게 나오니까 허둥지둥하다가 휴대폰까지 놔두고 온 거잖아.
                       
                                         

B  정말 보고 싶은 영화여서 네가 늦을 거라고 했으면 먼저 들어가려고 했는데 연락도 없고 전화도 안 되니까 답답했어.
A  그랬구나. 미안해. 내가 그 영화 꼭 보여줄게.


Point 4
출력했으면 앨범에 끼워라

 욕구를 상대에게 드러낸다(부탁)

A  그러는 너는 약속 시간에 늦은 적 없었니? 사람이 사정이 있어서 늦을 수도 있고, 전화를 못할 수도 있지. 계속 미안하다고 얘기했는데 일방적으로 네 얘기만 하는구나.
B  그럼 넌 내가 무조건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니? 
(자칼의 말은 결국 이렇게 대화의 단절을 낳는다.)

                                    

B 다음에도 만약 늦을 일이 생기면 꼭 먼저 연락을 해주면 좋겠어. 그러면 나는 걱정하거나 화내지 않고 네가 올 때까지 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A 그래. 앞으로는 꼭 그렇게 할게.

글·정소현 nalda98@brainmedia.com |
도움 받은 책·《비폭력대화》 마셜 로젠버그, 《기린과 자칼이 춤출 때》 세레나 루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