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여정민 기자]
국민장이 모두 끝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나던 날, 많은 이들이 울었다. 아이도 어른도, 남성도 여성도, 경영자도 노동자도 눈물을 흘렸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그들이 흘린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노 전 대통령을 보내며 눈물을 흘렸던 많은 이들은 '인간 노무현'만 추모한 게 아니었다. '노무현'으로 상징되는 가치가 한국 사회에서 채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송두리째 뽑히는 현실, 그가 그토록 바랐던 '사람 사는 세상'이 더 멀어진 현실이 슬펐던 게 아닐까?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 시절 얼마나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잠시 접어두자. 이처럼 많은 이들이 새삼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것들을 돌아보게 된 것이야말로 그가 온몸을 던져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나던 날, 많은 이들이 울었다. 아이도 어른도, 남성도 여성도, 경영자도 노동자도 눈물을 흘렸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프레시안 |
노무현과 박종태
지금 그의 선물을 받은 우리는 또 다른 죽음을 기억해야 한다. 계약 해지된 대한통운 택배 기사를 위해 싸우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지부 제1지회장의 죽음이 그것이다.
그는 "나의 죽음이 얼마만큼 영향을 줄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악착같이 싸워서 사람 대접 받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대한통운과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스스로를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라 불렀던 그의 죽음에 대다수 시민 역시 냉담하다. 그가 목을 메단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계약 해지된 76명의 대한통운 택배 기사가 거리에 있는 현실은 바로 이런 시민의 무관심 탓이 크다.
우리가 노무현을 위해서 흘린 눈물의 의미를 염두에 두면, 이런 무관심은 옳지 않다. 노무현의 '사람 사는 세상'에 공감하며 눈물을 흘렸던 이라면 당연히 박종태의 절망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박종태를 기억하지 않는다.
▲ 우리가 노무현을 위해서 흘린 눈물의 의미를 염두에 두면, 이런 무관심은 옳지 않다. 노무현의 '사람 사는 세상'에 공감하며 눈물을 흘렸던 이라면 당연히 박종태의 절망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프레시안 |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사람들
▲ 노 전 대통령을 보내며 흘렸던 우리의 눈물이 '악어의 눈물'과 다르다면, 지금이라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또 다른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 ⓒ프레시안 |
그 첫 걸음은 그 죽음들을 외면하지 않는데 있다.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 동료 택배 기사들을 고작 일터로 돌려보내고자 했던 박종태의 죽음을 모른척하지 않는 것.
임금 삭감도 감수할 테니 그저 동료를 자르는 정리 해고만은 막자는 쌍용차 노동자의 절규에 공감하는 것. 회사와 동료 사이에서 갈등하다 뇌출혈로 세상을 떠난 쌍용차 한 노동자의 죽음을 안쓰럽게 여기는 것.
이런 공감이야말로 우리가 흘린 눈물이 진정성을 얻는 길이다. 사실 우리가 '인간 노무현'을 좋아했던 것도, 그가 다른 어떤 정치인보다도 이런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이제 이말은 그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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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민 기자 ( ddonggri@pressi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