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인정않고 권리까지 짓밟아”
화물연대 총파업 스케치
의왕·평택 화물차 40%멈춰
부산·인천항서도 시위 동참
»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가 총파업에 들어간 11일 오전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
이너기지 앞에서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조합원 200여명이 파업 출정식을 열고 ‘운송료 삭
감 중단’과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의왕/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자신들을 “노동자로 인정하라”
며 11일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날 물류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노동자 인정 여부를 두고
견해차가 커 파업 종결까진 난항이 예상된다.
■ “노동자 인정하라” 총파업 11일 오전 10시30분께 수도권 물류의 심장인 경기 의왕시 내
륙컨테이너기지. 도로 곳곳에는 파업에 참가한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차량이 줄지어 섰고 붉
은 펼침막에는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가 나부꼈다. 조합원 박아무개(48)씨는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당연한 권리까지 짓밟히는 현실에 대항하기 위한 방법은
총파업밖에 없다”고 목청을 돋웠다.
자신은 조합원이 아니라고 밝힌 한 트레일러 운전사는 “사업자한테 위탁을 받은 터라 동참
하지 못하지만, 일감도 부족한데 운송료까지 깎여 살기 팍팍하다”며 “운전대를 잡고는 있지
만 마음은 파업 상태”라고 말했다. 정오께 파업 출정식을 마친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조
합원 200여명은 의왕시청 앞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이날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에선 화
물차 650여대 가운데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 350여대가 멈춰선 것으로 추정됐다. 평택항은
680여대 가운데 38%가량인 260여대가 화물연대 소속으로 알려졌다.
부산항과 인천항에서도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파업이 잇따랐다. 부산지부 조합원 500여명은
대한통운 부산컨테이너터미널에서 출정식을 열었고, 인천지부 조합원 130여명도 인천컨테
이너 주변에서 “노조 인정”, “해고자 복직”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 왜 협상 결렬됐나 국토해양부는 이날 “대한통운 차주 30여명의 재계약 등 대한통운과
화물연대와 사실상 합의가 이뤄졌는데도, 화물연대가 화물연대 명의로 서명하겠다며 협상을
결렬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상현 화물연대 법규부장은 “대한통운이 합의자 이름을
‘대한통운 화물택배 종사자’라고 쓰자고 요구했다”며 “화물연대와 협상하고 화물연대 서명
을 하지 말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화물연대 명의를 두고 논란을 벌인 이유는 화물연대를 노조로 인정하느냐 여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올해 초 화물연대가 소속된 운수노조에 화물연대 조합원을 제명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화물차 운전사는 지입차주로서 개인 사업자이지,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
유였다. 정부의 이런 태도에 대한통운도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1지회장이 숨진 이후 화물연
대가 요구한 협상 요청에 노조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박상현 법규부장은
“화물연대가 서명하지 않을 경우 나중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장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 큰 물류 차질은 없어 업계는 지난해 유가 고공행진으로 비조합원들까지 대거 참가했던
파업과 비교해 실질적인 위력은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국토해양부도 운전면허 정지·취소,
유가보조금 지급 중단 등 강경 대책으로 압박하고 있어 파급력이 커질지 알 수 없다. 전국
화물차주 37만명 가운데 화물연대 조합원은 1만5000명이다. 부산해양항만청은 최근 부산항
주요 컨테이너터미널의 장치율(화물 적재율)이 50~60%대여서 열흘가량은 항만 물류에 큰
차질을 빚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화주들을 대변하는 한국무역협회의 백재선 하주사무국장은 “컨테이너차량 운행이나 항만을
오가는 데도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봉쇄·점거 등이 발생하면 정부에 협
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는 긴급한 물량 수송은 출하
를 앞당기도록 홍보하고, 대체 차량을 연결할 준비를 갖추기로 했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제품 운송과 수출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역협회와 지식경제부
는 지난해 6월 1주일 동안의 화물연대 파업으로 운송 차질액이 72억5700만달러에 이른 것
으로 추정했다.
한겨레 / 김기성 기자, 남종영 황예랑 기자 player009@hani.co.kr
기사등록 : 2009-06-11 오후 08: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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