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민중의 경찰이 하는 짓이야?

경찰, 진압에 5만V 충격 ‘테이저건’ 첫 사용

쌍용차 노조원 얼굴 맞아 부상, 1시간 마취수술

캐나다·호주선 사망 사고…앰네스티 위험 경고

 

» 경찰이 쏜 전기총에 맞은 쌍용차 노조원의 얼굴 사진. 제공. 노동과 세계

 

 

경찰이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의 시위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전기충격용 ‘테이저건’(Taser

Gun)을 사용해 위험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테이저건은 전선이 달린 침을 발사해 중추신경계를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킨다. 경찰은 안전

하다고 설명하지만 사람의 몸 안에 5만 볼트의 고압 전류를 흐르게 해 지속적으로 안전성

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왔다.

 

경기경찰청 소속 기동대원들은 22일 쌍용차공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노조원의 얼굴과 엉덩

이 등에 테이저건을 쏘았다. 여기서 나온 침이 한 노조원의 얼굴에 10cm 가량 박혔고 쌍용

차노조는 해당 사진을 공개했다.

　

» 테이저건에서 발사된 바늘총 .사진 제공 노동과 세계

 

 

테이저건에 맞은 노조원을 치료한 백 아무개 의사(ㅍ병원 마취과)는 “마취를 한 뒤 1시간

동안 수술할 정도로 매우 위험한 부상이었다”며 “2차 감염 우려가 있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씨는 “총에 맞은 부분이 의학적으로 ‘위험한 삼각형’(dangerous triangle)부분인데 뇌수막

염을 일으킬 수 있는 상처를 입었다”며 “다행히 얼굴에 박힌 침을 잘 빼내었지만 상처가 곪

게 될 경우 매우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백씨는 또 “미국에서는 심장마비 위험성이 있어 반

드시 하반신에만 전기총을 쏠 수 있도록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는데 얼굴에 대고 총을 쏘았

다는 것은 무모한 행동이다”고 지적했다.

 

경기경찰청은 “노조원들이 경찰에 화염병을 던지고 쇠파이프로 폭행하려 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테이저건 3발을 발사했다”고 해명했다. 테이저건 도입과 관련해 경기경찰청은

“2005년부터 경기 경찰서와 지구대 형사들에게 테이저건 773대를 지급했고 이중 경기경찰

기동대에 60대가 지급됐다”고 밝혔다.

 

» 쌍용차공장에 투입된 기동대원들이 착용한 테이저건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잡혔다.

 

하지만 인권단체에선 “테이저건 사용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즉각 사용을 중단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전세계적으로 상당히 위험한 무

기로 분류돼 국제앰네스티는 테이저건의 위험성을 경고한 적 있다”며 “경찰장비규정에 등록

되어 있지 않은 장비는 즉각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외국에서는 경찰의 테이저건 사용으로 사망자가 발생해 논란이 일었던 사례가 많다.

캐나바 벤쿠버에서는 2007년 로버트 지칸스키씨가 테이저건에 맞아 숨져 주정부가 사과를

했고 호주 시드니에서도 지난 3월 38세 남자가 경찰이 쏜 테이저건에 맞아 숨지는 등 사고

가 잇따라 논란이 일었다. 국내에서도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테이저건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엄격한 사용요건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적 있다.

 

그러나 경찰은 “테이저건 사용은 문제될 것이 없어 계속 사용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안전성 지적 논란에 대해 경기경찰청 관계자는 “미국 국방 연구소

등 60여개의 연구결과에서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판정을 받았다”며 “경찰관 직무직행법과

경찰장비사용기준에관한 규정에 의거 적법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테이저건은 얼굴을 조준해 사용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한겨레 /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