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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새벽 용산참사 현장에서

해피곰 2009. 8. 17. 11:39

사제 본분을 망각해 버린 것이 부끄러울 뿐이다

8월 15일 새벽 용산참사 현장에서

 

 

시끄러운 소음(도로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 오토바이 소리, 경찰 사이렌 소리)과 매케한 매연을 흠뻑 안은채

잠을 청하지만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모기는 저도 살아보겠다고 모기장 어느 틈인가를 비집고 들어와 우리들의 피를 쪽쪽 빨아먹고 있다.

용산역 근처의 자동차들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는 줄 미처 몰랐다.

하긴 용산이란 곳에, 특히 그 길거리에 처음 왔으니 말이다.

 

철거민들의 처지가 이렇게 비참한줄 몰랐다.

잠자리도 편하지 않고, 마치 난민 수준의 삶의 현장에 나와 있는 듯 모든 것이 정리되어 있지 않다.

이들의 모습은 마치 번지르하게 포장된 우리내 사회의 숨겨진 진짜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돌보아야할 곳을 우리 사회는 돌보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아픈 곳, 치유해야할 곳인데도 말이다.

겉으로만 잘 살고 있지 정말로 잘 살고 있지 못하다.

 

또한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삶을 깊이 생각해 보지 못한 것에 반성이 든다.

사제인 난 너무 호화롭게 살아간 것이 아닌가?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손 치더라도 가난한 자 편에 소외된 자 편에 서 있어야 할 사제의 본분을 망각해 버린 것이 부끄러울 뿐이다.

가난하지만 소박한 이들의 삶 한켠에서 그들을 위한 삶의 투신이 있어야 함을 새삼 깨닫는다.

 

사회의 무심함을 본다.

내 일이 아니니, 나 몰라라 하는 심보들이다.

사람들이 좀 더 관심을 갖고 잠깐 머물러 갔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그들은 그냥 그렇게 스쳐 지나간다.

마치 바람이 내 볼을 스치듯 말이다.

그나마 그 바람은 내 볼을 시원하게 해 주지만 그들의 바람은 온기도 소리도 없다.

그저 자기들 갈 길만 열심하다.

 

나라에 일이 많으니 신경쓸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겠다.

그러나 다른 어떤 자녀보다 아픈 자녀를 더 돌보아야 함이 부모의 마음이듯,

한 나라의 대통령이 참 부모라 한다면 이들의 아픔을 살펴야 함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참으로 잘난 부모가 되고 싶어,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자녀만 자랑거리로 만들고 그들만 살펴주고 그들만 키운다.

마치 그들이 나중에 자신들을 돌보아 줄 것인 양 착각하고 있는 듯 하다.

돌보아 주기나 할까?

진정한 마음으로 아픈 자녀들의 눈빛을 본적이 있기나 할까?

적어도 이렇게 살지 않도록, 욕심없으니 사람답게나마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를 정말로 못하는 것일까?

지금은 마치 안하고 있는듯 하다. 아니 하지 아니하고 있다.

 

날이 밝아오고 있다.

그렇게 새벽은 항상 변함없이 오는데

새벽의 기운이 새날의 시작을 알려주는데

여기 계신 분들에게도 변함없이 새벽은 오고 있는데

왜 오는 새벽마저 이 나라는 이들에게 선사하지 않으려 하는지...

한 나라의 대통령이 올바른 것을 알고 올바른 것을 선택하기를 진정 기도한다.

참된 군주는 백성을 돌보는 자이다.

백성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 이것이 평생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멀쩡히 있는 자연마저 파헤치고,

오직 물질적으로 잘사는 것만을 연구하는 한 나라의 수장은

진정 백성의 마음을 읽지 못한다.

무엇을 하기에 앞서 백성의 마음을 읽어야 할 것이다.

 

 

 "수녀님들이 천막을 지키는게 낫겠네요"

성모승천대축일인 8월 15일, 신부님들이 바쁘신 관계로 수녀님들께서 낮에 천막을 지켰습니다. 

최고로 더운날, 천막을 떠나시지 않으시고 온종일 계셨습니다.   

 

"더위엔 얼음이 최고야"  

유가족 어머니들이 더위를 식히려 얼음을 드시고 계십니다.

 

"얼음물 드세요"

유가족 어머니께서 얼음물을 수녀님들께  갖다 드렸습니다.

 

일본에서 온 선생님들

일본에서 오신 선생님들이 분향후 남일당 일대를 둘러보고 계십니다.

 

"쌍차에서 미사 왔는데..." 

쌍용차 가족대책위에서 생명평화미사를 드리기 위해 왔었습니다.

아쉽게도 미사가 없어서 분향후 유가족분들과 말씀을 나눈 뒤 발길을 돌렸습니다.

 

분향하는 시민들  

 

 

"천막 걱정마세요" 

15일밤 천막 지킴이 김선규, 양운기 수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