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근로자 70% ‘우울증’…노조원 또 자살 시도
ㆍ파업 수사·생계 고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점거 파업에 참여했던 조합원 ㄱ씨가 14일 새벽 2시 자택 베란다에서
목을 매 자살을 시도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다행히 생명을 건졌다. 주변에선
그가 최근 경찰 수사와 생계문제로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임상혁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
구소 소장은 “ㄱ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전형적인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또 다른 조합원 ㅊ씨는 경찰 조사에서 ‘허위자백’한 것을 비관해 자살을 기도
한 바 있다.
쌍용차 파업에 참여했던 노동자 10명 중 7명이 심리상담이 필요한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절반 가까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보이는 등 파업 참
가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이 심각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노동환경연구소는 이날 평택공장 점거 파업에 참여한 쌍용차 노동자 257명을 대상으로 지
난달 정신건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 41%가 고도의 우울증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중등도 수
준의 우울증상을 나타낸 사람도 30.1%로 조사됐다. 심리상담을 필요로 하는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상을 보인 사람이 전체의 71.1%에 달한 것이다.
파업 참여 노동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병률도 42.8%나 됐다. 이는 ‘외상 후 스트
레스 장애’ 유병률이 높다고 알려진 서비스 노동자와 인명사고를 자주 경험하는 열차 기관
사보다 6~7배 높은 수치다.
정신건강 악화는 파업기간 중 채무 증가와 노사합의 불이행 가능성에 대한 우려, 사회적 관
계의 악화가 주된 요인으로 파악됐다. 조사결과 채무가 많을수록 정신건강이 악화되는 경향
을 보였다.
또 노사합의 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크고, 동료·이웃 간 관계가 나빠질수
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이 심각해지는 양상을 나타냈다. 파업 후 사회적 관계
에 대해 다수가 ‘동료관계 악화’(81.4%), ‘이웃관계 악화’(84.1%)라고 답했다.
연구소는 “파업 참여 노동자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위한 의학적 조치와 함께 채무 탕감을 위
한 경제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노사가 합의사항을 준수하는 것도 정신건강에 도움
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 정제혁 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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