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지지율,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
보수세력 반발, 경제정책 그늘 등 '내적 모순'이 걸림돌
지난 6월 말 ‘친서민’ ‘중도실용’을 국정운영 전면에 내건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가파르게 상승해왔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세종시 논란, 정운찬 총리 도덕성 논란, 손석
희.김제동 MC하차 논란 등의 원인으로 상승세가 꺾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40% 초
반대의 지지율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높은 국정운영 지지율은 언
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한 모래성과도 같다.
당장 이번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패배의 쓴잔을 마셔, 낮지 않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
율에도 불구하고 '반MB 정서'가 만만치 않음이 확인됐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내릴 '내적 모순'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MB노믹스 어디가고, 포퓰리즘이냐
대부분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 상승의 요인으로 친서민 정책을 꼽는
다. 그러나 기억을 조금만 더듬어보면,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에 우리가 익숙하게 들었던
말은 ‘비즈니스 프렌들리’, 바로 친기업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작은 정부, 큰 시장, 효율 등
을 중심내용으로 하는 ‘MB노믹스’를 경제철학으로 내세우며, 감세를 통한 투자 활성화와 일
자리 창출, 공기업 개혁 등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촛불시위와 미국발 경제위기 등으로 MB노믹스는 이륙도 하지 못하고 좌초하고 말았
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던 상황에서 느닷없이 나온 것이 ‘친서민’ ‘중
도실용’이었다.
청와대에서는 “MB다움의 회복이다” “서민정책을 통해 중산층을 복원하겠다는 것이 취임 전
부터 이 대통령의 확고한 철학이자 MB노믹스의 핵심”이라고 설명했지만, 포퓰리즘이란 비
판이 따라붙었다.
특히, 보수세력은 "MB노믹스의 실종도 모자라 아예 친서민을 선언하고 나섰냐. 포퓰리즘
아니냐"면서 불만을 쏟아냈다. 지난 6월초 정부가 고유가 대책으로 실시한 유가환급제도에
대해서는 “1380만명의 국민에게 현금을 뿌려서 이명박 정부의 실정, 도덕 불감증 그리고
쇠고기 협상에 분노한 민심을 사겠다는 발상”으로 “좌파 분배주의에서도 내놓고 하기 힘든
낯부끄러운 포퓰리즘”(윤영신 조선일보 경제부 차장 대우)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 여당인 한나라당이 지난 8월말 “감세를 통한 투자확대 및 소비진작을 기대했는데 그런
긍정적인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법인세와 소득세 추가 감면 2년 유예안"을 공식언급
하자, 경제단체들이 즉각 반발하는 등 저항은 좀더 광범위해졌다.
친서민정책의 결과물로 정부가 내놓은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도, 보금자리주택, 미소금융에
대해서도 재정적자 상황에서 막대한 국가재정이 추가로 소요된다며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재
정적자의 단초를 만드는 사업이라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도 했다.
정리하면, MB노믹스라는 우측깜박이를 켜고 대중적 인기에 영합해 핸들을 왼쪽으로 꺽고
있다는 것이 보수세력의 불만이다. 재벌과 자산가 등 보수세력은 이명박 정권의 고정지지층
이다.
이명박 정부가 광범위하고 대대적인 친서민정책을 펼치면 이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
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이들이 지지층에서 이탈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그리고 이들의
불만을 관리할 수 있는 힘이 있을 때까지만 친서민 행보를 유지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
의 지지율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인 까닭이다.
경제성적에 따라 일거에 추락할 수도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 정책과 지지율을 일거에 허물수도 있는 보다 근본적인 요소는 경제
성적표에 있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른데에는 친서민정책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경제위기 상황을 잘 관리해 온 것에 대한 지지가 바탕에 깔려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중 경제회복 속도가 가장 빠르고, 올해 3/4분기의 전기대비 성장률
도 2.9%로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강한 회복속도가 지속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정부 재정의 투입과 낮은 금리의 효과로 자산시장이 빠르게 회복됐지만, 실물경제는 아직
회복 동력을 찾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물가, 고용, 가계부채 등에서의 성적이 중요하다. 이들 지표는 서민이 경제가 좋아
졌는지 나빠졌는지 피부로 곧바로 느낄 수 있는 지표들이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현재 상
황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국가 재정 투입에 의한 경기부양은 장기적으로는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가상승은 곧바로 정권에 대한 호불호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가장 강력한
악재가 될 수도 있다.
또 완만한 경기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 여건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9월 취업자 수
가 7만1000명 증가하면서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지만, 자영업자는 32만4000명
줄고, 일용직 근로자도 13만4000명 감소하는 등 취약계층의 고용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고용이 회복되지 않으면 가계소득이 늘지 않아, 경기회복이 안정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
가계부채 문제도 임계치에 다다랐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
재 가계부채 잔액은 모두 697조원에 달한다. 그리고 금융위기가 발생한 뒤 1년 동안 국내
가계와 중소기업의 부채가 60조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소득은 거의 제자리걸
음을 하고 있는 데 반해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빚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물가, 고용, 가계부채에서 빨간불이 들어온다면, 친서민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정부 아래서
서민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신호다. 이명박 정부는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금리 인하 등
으로 경기부양에 올인했다. 그러나 경기회복을 서민이 체감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서민정책
이라 이름붙이면서 그 어떤 정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다. 현재의 경제
정책의 위기지점에 모래성 지지율의 내적 모순이 존재한다.
매일노동뉴스 /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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