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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오프 시행 후 노사간 마찰 수두룩... "노조법 재개정해야"

해피곰 2010. 7. 3. 20:30

타임오프 시행 후 노사간 마찰 수두룩... "노조법 재개정해야"

 

 

1일부터 시행된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제)’로 인해 노사 간 마찰을 빚는 사업장들이 수두룩하다. 아직 노사 간에 협상조차 못하거나 협상 중인 사업장은 물론 노사간 입장 차가 워낙 커 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업장도 있다. 이면합의를 통해 타임오프제를 비껴가려는 사업장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현실화 쟁취 노동탄압 분쇄 민주노총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며 타임오프제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양지웅 기자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지난달 24일 올해 임단협이 진행 중인 170개 사업장 중 85곳의 사용자  노조 전임자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해주겠다는 의사를 전했으며 85곳 중 500명 이상 사업장이 7곳이나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속노조는 기아자동차지부와 GM대우자동차지부 등 대규모 사업장에서 조합원들의 압도적 찬성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시켜 타임오프제를 둘러싼 현장에서의 전면전에 시동을 걸어놨다. 또한 현대자동차 계열사 12곳 중 11곳이 쟁의조정 절차에 들어갔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중앙쟁의대책위 회의를 통해 일정을 잡아나갈 계획”이라며 여차하면 조직적으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수순을 밟아놨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건설준비위원회, 보건의료산업노조, 사무금융연맹 등도 속속 투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사회연대연금(국민연금공단)지부와 서울도시철도노조는 부분파업을 시작했다. 보건의료노조 소속 사업장 102개 곳 중 타임오프 문제를 해결한 사업장은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사무금융연맹도 “노사관계가 안정적이었던 증권·보험 사업장에서 전임자 문제 해결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며 “타임오프는 노사평화보다는 갈등을 불러오는 제도”라고 성토했다. 타임오프제로 인해 무파업 행진을 기록했던 사업장들도 노사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14년 동안 파업을 하지 않았던 금속노조 다이모스지회는 지난 9일 부분파업을 벌였다. 무파업 16년의 대우조선해양, 무파업 10년의 STX조선, 무파업 9년의 대원강업 등이 전임자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경북 구미의 비메모리반도체업체인 KEC는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사측이 직장폐쇄를 하면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노사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으나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을 막론하고 합의내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거나 파악했더라고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면합의를 한 곳이 상당수라는 해석도 나온다.

타임오프 폐기하라.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철동 보신각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현실화 쟁취 노동탄압 분쇄 민주노총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렇다보니 벌써부터 타임오프제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노조법 재개정에 대한 목소리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분명한 사실은 시행된 타임오프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안착될 전망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노동계는 물론 정부와 경영계도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예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애초부터 민주노총은 타임오프제를 인정하지 않았다.

 

타임오프제 시행 첫 날,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우리는 타임오프 제도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제도 시행에 따른 기존 전임자 현장복귀 등 사용자의 요구를 거부할 방침”이라며 “일선 노조가 현행 전임자 수를 유지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사측과 체결할 수 있도록 지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는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타임오프 무력화 투쟁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한국노총도 노동부에게 ‘근로시간면제 한도 적용 매뉴얼’을 노사에게 강요하거나 노사협상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일체의 행위를 즉각 중지하라고 일침을 놓았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타임오프제도를 노조무력화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자칫하면 어렵게 도입된 타임오프제도의 정착은 고사하고 제도 자체가 부정되면서 노조전임자 임금문제에 대한 논의가 원점으로 되돌아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동안 정부가 타임오프제의 원칙적 시행을 거듭 강조해 온 것은 다분히 타임오프제가 안착되기 힘들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대목이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타임오프제는 노·사·정이 합의한 제도인데 시대적 물줄기를 되돌리려는 (노동계의) 시도는 성공할 수 없다”며 “일선 사업장의 이면합의 체결 사실이 적발되면 엄단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노동부가 타임오프제로 인한 노사 간 갈등 및 충돌, 이면합의 등을 충분히 예견하면서 경고성 엄포를 놓았다는 반증이다.

 

사용자 측에서도 지난 2월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발행한 ‘2010년 노사관계 전망 조사결과’에서 3백 90곳 사용자 72.6%가 타임오프를 둘러싼 갈등 등으로 노사관계가 불안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또한 사용자 51.3%는 타임오프제가 도입되어도 노조전임자 수가 감소하지 않고 노조활동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러한 사용자 측의 전망은 지금의 타임오프제 시행 상황과 온전히 일치한다고 보여진다.

 

노동계가 주장하는 노조법 재개정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매일노동뉴스 / 장명구 기자 jmg@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