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인터넷 가위질’ 제동 걸릴까 포털들 최소기준 마련…경찰 천안함 의혹 삭제요청 등 거부
국내 포털에서 정확한 기준과 근거 없이 경찰 등의 일방적 요구에 의해 이뤄져온 게시물 삭 제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 등 국내 포털업체들이 만든 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지난달 28 일 정책 결정을 통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경찰의 일방적이고 기준이 모호한 게시물 삭제 요구를 거부키로 했다. 계기는 천안함 사고 관련 게시글이다. 경찰은 지난 5월 말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각종 의혹을 제기한 게시글에 대해 ‘불법 정보와 허위 사실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며 다음과 네이트 등에 삭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포털 들이 공통된 게시글 관리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터넷자율정책기구는 “해당 게시 물이 불법이라는 법적 근거가 없고, 허위사실이나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경찰 쪽 소명이 없다”며 문제가 된 14건의 게시글 모두에 대해 ‘해당 없음’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다시 방통심의위에 삭제 요청 공문을 보냈고 지난달 23일 방통심의위는 경찰의 주 장을 받아들여 삭제 결정을 내렸다. 이에 인터넷자율정책기구가 5일 만에 ‘삭제 요청의 기 준’을 제시하며 ‘해당 없음’ 결정을 내린 것이다. 법학·언론학 교수, 변호사, 회원사 관계자 등 11명으로 이뤄진 이 기구 정책위원 11명 만장 일치의 결정이었다. 위원들은 방통심의위가 ‘천안함이 미군 잠수함에 의해 침몰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게시글들을 삭제하라고 결정해 포털에 통보한 데 대해 “침몰 원인에 대한 의견 및 주장을 편 것에 불과하다”며 ‘해당 없음’ 결정을 내렸다. 이 기구는 또 경찰 등 공공기관이 게시물 삭제를 요청할 때 4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이 기 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요청은 일괄적으로 거부하기로 했다. 첫째, 삭제 요청은 공문에 의 할 것, 둘째, 게시물의 인터넷 주소(URL)를 명기할 것, 셋째, 게시물 내용이 허위라는 근거 제시, 넷째, 게시자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게시했음이 소명될 것 등이 기준이다. 그동안 경찰 등 공공기관의 삭제 요청이 이런 절차를 따르지 않았거나, ‘허위 여부’와 ‘공익 을 해할 목적’에 대한 구체적 소명 없이 진행된 경우가 많았다는 의미다. 국내 포털의 한 관계자는 “게시물 삭제 요청 대부분은 사회적 약자라기보다 경찰이나 정치인 등 힘있는 세 력에 의한 것”이라며 “주로 이들 힘있는 세력에 의해 게시물 삭제 요청 등 인터넷 표현자유 가 제한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기구는 포털이 방통심의위로부터 삭제 등 시정 요구를 받은 게시물에 대해 심의를 요청할 경우, 자체 심의를 하도록 해, 포털의 ‘이의 제기’ 길을 열어뒀다. 방통심의위는 그 동안 “행정조직이 아닌 독립 민간기구로, 심의·의결 사항이 권고적 효력만 있다”고 주장해 왔지만, 그동안 포털은 방통심의위의 ‘권고’를 99% 이상 수용하는 등 사실상 ‘행정처분’으 로 여겨왔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논평을 내어 이 기구의 결정에 대해 “방통심의위의 횡포 에 제동을 건 진일보한 결정으로, 이용자 권리가 좀더 보호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겨레 /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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