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m 크레인농성 5일차 맞은 김진숙 “흔들리지 말고 싸우자”
“정리해고 시도하며 배당금 잔치하는 경영진, 일말의 양심도 없다”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
본부 지도위원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난 6일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의 35m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에 돌입한 김진숙 민
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나는 위에서, 조합원은 아래에서 흔들리지 말고 싸우자”는 인
사를 조합원들에게 전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10일 오전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근황과 심경을 밝혔다.
그는 2009년 말부터 2010년 2월까지 벌어진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반대 투쟁 과정에서
24일간 단식농성을 진행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김 지도위원이 혹한 속에 크레인 고공농성을
하는데 대한 우려가 높았다.
또한 그가 농성하는 85호 크레인은 지난 2003년에 129일 동안 고공농성을 하던 김주익 당
시 한진중공업지회장이 사측의 불성실 교섭과 노조탄압에 항의해 자결한 곳이어서 노조 안
팎에서 불상사를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지도위원의 목소리는 예상 외로 쾌활하고 씩씩했다.
그는 자신의 건강에 대해 “지난해 단식 이후 몸을 추스르긴 했지만 여전히 소화가 잘 안 된
다”며 “식사는 과일, 죽, 스프 등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지도위원은 연일 계속되는 강추위에 춥지 않느냐는 질문에 “바람이 굉장히 세게 불어 춥
다”면서도 “크레인에 연결된 전기로 작은 전기장판을 하나 쓰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맨
몸으로 추위를 이기며 40일 넘게 농성하고 있는 GM대우 노동자들에 비하면 자신의 농성장
은 ‘아방궁’이라며 웃었다.
김 지도위원은 “밤에 ‘미안하다’는 조합원들의 전화와 문자가 너무 많이 와서 휴대전화를
꺼두고 잔다”며 “어차피 길게 갈 싸움이다. 미안해하지 말고 각자 역할에 맞게 열심히 싸우
자”고 조합원들을 격려했다.
그는 ‘경영상의 이유로 반드시 인원 감축을 해야 한다’는 한진중공업 경영진의 주장에 대해
“징글징글하다”고 일갈했다.
김 지도위원은 이어 “경영진은 작년에도 정리해고한다면서 배당금 잔치를 하더니 올해도
400명 자른다면서 자신들은 거액을 배당금과 급여로 받아갔다”며 “이런 점에 일말의 문제
의식이 없는 자들이 수만 명의 생존권을 좌지우지할 자격이 있냐”고 성토했다.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된 지 25년째를 맞은 김 지도위원은 “평생 조합원 떠나보내며 울고 살
수는 없다”며 “더 이상 울지 말고 이번에는 끝장을 보자”고 결의를 다졌다.
한편, 김 지도위원은 지난 7일 고공농성 중인 크레인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조합원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매일노동뉴스 / 고희철 기자 khc@vop.co.kr
입력 2011-01-10 18:00:59 / 수정 2011-01-10 19:37:34
김진숙 지도위원의 1월 7일 편지
공기좋고 전망 쥑이고 젤 좋은게 뭔지 아십니까? 사람들이 다 알루 보입니다.방이 좀 좁아서 그렇지 발코니도 널찍하지요. 봄이 오면 텃밭을 가꿔서 가을에 걷어먹을 생각입니다.
저 나름으로 크레인 생활 수칙도 정했습니다. 양치질은 짝수날만 한다. 세수는 윤석범 동지 장가가는 날은 꼭 한다. 샤워는 국경일 날 한다. 오늘은 빨랫줄 매고 빨래해서 널었습니다.
여러분들 중에 35미터 크레인 위에서 군고구마 먹어본 분 계십니까? 아마 '명바기'도 그건 못했을 겁니다.
오늘 아침엔 밑에서 부르고 난리를 칠 때까지 늦잠을 자서 많은 분들이 놀랬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지닌 상처는 깊고도 아픕니다. 8년동안 한번도 주익씨 이름을 편하게 불러본 적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김주익이라고 발음하는 순간 대화는 거기서 끊어지곤 했습니다.
저는 지금 주익씨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하루를 보내고 주익씨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잠을 잤고 주익씨가 살아생전 마지막 봤던 세상의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저는 주익씨가 못해봤던 일, 너무나 하고 싶었으나 끝내 못했던 내 발로 크레인을 내려가는 일을 꼭 할 겁니다.
그래서 이 85호 크레인이 더 이상 죽음이 아니라 더 이상 눈물이 아니라 더 이상 한과 애끓는 슬픔이 아니라 승리와 부활이 되도록 제가 가진 힘을 다하겠습니다.
2011년1월7일 김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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