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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들 등산 첩보’에 등산로 폐쇄한 황당 경찰

해피곰 2011. 4. 17. 22:03

‘해고자들 등산 첩보’에 등산로 폐쇄한 황당 경찰

경찰, ‘경호법상 안된다’며 한진중 해고자 강제 하산

주말엔 출입문 한곳 열어두고 봉쇄, 취재 들어가자 검문검색


» 경찰이 16일 오전 인왕산 등산로 입구에서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들의 등산을 막으려고

대대적인 검문 검색을 벌인 가운데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이 검문검색에 항의하며 실랑

이를 벌이고 있다.



경찰이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의 인왕산 등산조차 막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의 자의적인 공권

력 남용이 비판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한진중공업 해고자로 서울에 와있는 김아무개씨와 이아무개씨는 지난 15일 오후 2시 지친

몸을 쉴 겸 등산을 결심했다. 이들이 머물고 있는 금속노동조합은 서울 정동에 위치해 사직

공원을 통해 인왕산에 가기 좋다.

두 사람이 산에 올라가고 뒤이어 양형규 조직부장과 또 다른 조합원도 인왕산서 만나기로

했다. 양 부장은 “모처럼 조합원들에게 자유시간을 줬고 산에 올라 좋은 공기도 마시고 마

음도 깨끗하게 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양 부장은 등산을 못했다. 사직공원에서 15분쯤 올라가자 첫번째 검문소에서

경찰이 양 부장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휴대폰 번호까지 적었지

만, 경찰은 길을 막았다.


양 부장은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휴대폰 번호도 다 적었는데, 지휘관으로 보이는 사람이

‘내려보내라’고 지시하고 길을 가로막았다”고 말했다. 양 부장은 “집회하러 가는 것도 아니

고 사복입고 등산하는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경찰은 ‘경호법상 안된다’는 말을 반복하며 끝

내 등산을 막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뒤이어 앞서 올라간 두 명의 한진중공업 해고자를 찾아가 이들을 강제하산시켰다.

이아무개씨는 “두 명이서 올라가고 있는데 10여명쯤 되는 경찰들이 와서는 강제로 산을 내

려가게 했다”며 “해고 노동자는 산에도 못 올라가는 것인지 매우 심한 인격모독을 느꼈다”

고 말했다.


일부 등산객 발길 돌려…행락철 시민들 큰 불편

해고자들 “등산도 못하나 매우 심한 인격 모독”


경찰은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들이 등산하려던 것을 막은 다음날인 16일, 경비인력을 늘려

한곳을 뺀 주요 등산로를 막았다. 이에 따라 주말을 맞아 인왕산을 찾았던 등산객들이 발길

을 돌리는 등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등산객 이아무개(40·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씨는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인왕산을 오르려다

경찰에 막혔다. 김씨는 “경찰이 철문으로 막고 아예 못 올라가게 해 다른 출입구로 갔지만

그 곳도 막혀있었다”며 결국 등산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다.


» <한겨레> 취재진이 사진을 찍으려 하자 경찰이 카메라를 손으로 가리려 하고 있다.



<한겨레> 취재 뒤 경찰은 출입문 봉쇄를 푸는 대신 검문검색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이날

인왕산을 오르려던 시민들은 오전 내내 신분증을 제시하고 산에 오르는 불편을 겪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이 산에 간다는 첩보가 있었고, 주변에 집회가 많

아 경비 인력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은 “이날 산에

올라갈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해고만으로도 견디기 어려운 고통인데,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

당하고 겨우 2~3명이 등산하려는 것도 국가가 개입해서 막을 정도로 우리 사회가, 이 정부

가 가혹한가 묻고 싶다”며 “화장한 봄날 행락철에 시민 불편을 아랑곳않는 경찰행정이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려면 요건이 있어야 하는데 그

와 무관하게 경찰이 자의적으로 과잉대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 /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