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논란 공무원 복지비 등, 실체파악부터 하라
(연합뉴스) 공무원의 복지비 등은 건강보험료 부과대상이 아니라는 법제처의 유권해석과 정
반대되는 결정이 나왔다. 건강보험이의신청위원회는 25일 부산남부소방서 등 13개 기관이
신청한 공무원의 맞춤형복지비, 월정직책급, 특정업무비의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신청을 심
의한 결과, 만장일치로 기각결정을 내렸다.
공무원들의 복지비나 월정직책급, 특정업무경비에 대해 건보료가 부과되는 것은 정당하고
앞으로도 계속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공단과 사용자단체, 시민.소비자.자영업자
단체, 의료계 등이 참여하는 이의신청위원회의 이 결정은 지난 2월 법제처가 보건복지부의
질의를 받고 내린 '월정직책급, 특정업무경비, 복지포인트는 실비변상적 성격의 경비이며 보
수로 보기 어렵다'는 유권해석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해당 기관들은 이번 결정에 불복할 경우 90일 안에 보건복지부내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
에 심판청구를 할 수 있지만 상황은 복잡하게 돌아가게 됐다.
이의신청위원회는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공무원이 근로제공을 이유로 지급받는 금품이라면
별도예산에서 받든지, 명칭이 어떻든지 간에 보수로 봐야한다'며 '업무를 위해 사용된 것이
아니라면 실비변상적 금품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공무원의 복지비나 월정직책급, 특정업무비 등이 사기업의 보수내역과 다르지 않아 국민의
법감정과 사회적 형평성 차원에서 맞지 않다는 지적도 했다. 이러한 지적대로라면 당연히
건보료를 부과해야 한다. 그러나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이미 내려져 있어 건강보험분쟁조정
위원회로 넘어가면 이의신청위원회의 결정이 다시 번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공무원의 월정직책금 등은 경비와 보수의 성격을 모두 다
지니고 있어 일괄적인 보험료 부과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참으로 딱하다. 공무
원 복지비 등에 건보료를 매기지 않는다면 매년 800여억원 정도의 공무원 건보료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민간기업 근로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올 수 있고, 이에 공무원 기준을 민
간에 동일하게 적용하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건보재정은 더욱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게 뻔하다.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놓고 이의신청위원회나 법제처, 보건복지부 관계자 등 각자의 견해가
다르게 나올 정도로 아직까지 정리가 안돼 있다니 상상이 가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기관이라도 어떤 곳은 복지비 등을 보수에 포함시키는가 하면 어떤 곳은 빼는 등 뒤죽
박죽이다. 작년의 경우 공무원 사업장 4천248곳 중 76%인 3천245곳이 복지비 등을 보수에
포함시키지 않은 채 건보료를 처리했다가 환수조치 당하기도 했다.
문제가 된 항목들이 경비인지 보수인지, 사실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 서울시
가 지난 1월 시내 25개 자치구들의 맞춤형 복지포인트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 관련 예산
이 765억원(직원 1인당 평균 225만9천원.2천259포인트)으로 작년보다도 13.3%나 증가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행정안전부가 2009년 수준으로 관련예산을 동결하도록 지시했지만 2년간 무려 21%를 올린
것이다. 복지포인트란 근무연수나 부양가족수에 따라 공무원에게 포인트를 준 뒤, 연금매장
이나 병원, 피트니스클럽 등에서 물건구입 등을 하고 영수증을 제출하면 그 포인트 범위 내
에서 현금으로 계산해주는 제도다.
이번에 문제가 된 맞춤형 복지비에 이런 것이 해당된다면 누가 이를 실비변상적 성격의 경
비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월정직책급이니 특정업무비니 하는 것도 이름만 가지고 판단할
게 아니라 그 돈이 실제로 어떤 모양으로 쓰이는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그리고 나면 경비인
지 보수인지는 자연히 가려질 것이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공무원의 복지비 등에 건보료를 부과하자는 입장이지만 기획재정부나 행
정안전부 등은 반대한다고 한다. 복지비 등에 대해 건보료를 부과하려고만 하면 복지비 등
을 경비로 분류한 예산체계만 조정하면 현행법의 개정 없이도 해결할 수 있다.
국회에는 최영희 의원이 지난달 월정직책급과 특정업무경비, 복지포인트 등을 보험료 산정
기준에 포함시키자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이들 문제항목들의 구
체적인 실제 용도를 조사해서 민간의 기준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고, 거기에 따라 경비인
지 보수인지를 판단한다면 해결책은 간단하고도 쉽게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예산체계 조정을 택할지, 법 개정을 추진할지와 같은 방법론적인 것은 차후의 일이다. 중요
한 것은 공정하고 정당하게 살겠다는 공무원 개개 당사자와 공무원 조직 전체의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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