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버스는 불안한 현실 ‘저항 아이콘’
시민 7천여명, 그들은 왜 희망버스를 탔나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정리해고 일상화된 사회
“한진중만의 문제 아니다”
자본의 탐욕 향한 분노 일반시민들 연대 손잡아
» 한진중공업 2차 희망 버스 참가자들이 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진 류우종 기자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위에서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며 186일째(10일 기
준) 고공시위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조합원들에게 ‘희망’을 건네기 위
해 출범한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의 버스’가 노동자·서민의 삶을 위협
하는 고용불안에 대한 저항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폭우가 쏟아진 9일 오후, 2차 희망버스 150여대와 승합차 50여대 행렬은 김진숙 지도위원
과 조합원 6명이 투쟁중인 영도조선소로 향했다. 1차 희망버스엔 700여명이 탔지만, 2차
희망버스엔 5000여명이 전국 각지에서 몸을 실었다.
참가자 범위도 1차 때보다 다양해졌다. 소속 단체가 없는 시민이나 정당인·노조 활동가·대
학생·의료인·종교인·법조인뿐만 아니라 장애인·성적소수자·철거민·이주노동자·청소년 등 사
회적 약자들도 대거 합류했다.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사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지방의 한 사업장에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어 ‘연대의 장’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한진중 조합원들이 겪은 일이 ‘더이상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했다. 실제 이날 밤,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모인 가운데 ‘희망과 연대의 콘서트’가 열린 부산
역에서는 “당신들이 우리다, 한진중공업이 우리다”라는 구호가 터져나왔다. 희망버스를 제
안한 송경동 시인도 참가자 수가 늘어난 까닭을 여기서 찾는다.
송 시인은 “우리는 비정규직·정리해고 확산으로 인해 불안한 사회에 살고 있다”며 “사람들
이 말은 하지 않지만 이에 대한 분노가 내재돼 있는데, 바로 이런 부분 때문에 연대가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리해고·비정규직 확산은 서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 이런 현실을 직간접으로 경험한 이들이 김 지도위원의 헌신적인 투쟁에
힘을 보태는 것이다.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타고 2차 희망버스 행사에 참가한 문애린(31)씨는 “표면적으
로 한진중과 장애인 문제는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장애인 노동환경은 더 열악한 게 현실”
이라며 “그들의 일이 곧 나의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반값 등록금 투쟁에 나섰던 권기홍(23) 동국대 총학생회장은 “졸업하면 노동자가 되는 건
데, (노동자를 핍박하는) 현실이 바뀌지 않으면 한진중 조합원에게 닥친 일이 우리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희망버스의 열기는 사람을 배제한 채 수익만 추구하는 자본의 탐욕을 제어하자는 요구로 확
산될 모양새다. 1·2차 희망버스를 모두 탄 직장인 박정희(27)씨는 “김 지도위원이 연설에서
‘그들이 나를 버린다 해도 나는 버릴 수 없는 사람들’이란 표현을 썼는데, 그 사람들은 한진
중 조합원뿐 아니라 언제든 해고당할 수 있는 힘없고 빽없는 우리 모두를 통칭한다는 생각
을 했다”며 “한진중 문제가 중요한 건, 정의롭지 않은 자본의 수익 추구를 사회가 어떻게
제어해야 할지 고민하는 장을 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차 희망버스에 참가한 백원담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장은 “경영 성과가 나쁘지 않음에
도 노동자를 쫓아내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건 한진중뿐 아니라 다른 사업장에서도 일어난다”
며 “이제 국회 차원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불안을 온몸으로 겪었던 쌍용차·유성기업·발레오공조코리아 등 장기투쟁 노동자들도 9
일부터 이틀간 부산에 머물며 ‘희망’을 찾았다. 불법파견에 따른 정규직화를 요구하다 해고
를 당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30명도 울산에서 ‘희망의 자전거’를 타고 부산에 왔다.
박영현 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는 “현대차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지난해 겨울 25일 동안 점거
농성으로 104명 해고, 1천여명 징계에 통장까지 압류되는 탄압을 받고 있다”며 “희망버스
로 상징되는 시민들의 연대를 보면서 다시 일어나 투쟁할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2차 희망버스는 40~50대 부산 시민들을 다시 거리로 불러 모았다. 지난해 말 한진중이 정
리해고 방침을 세운 이후 수많은 집회가 열렸지만 시민 참여는 저조했었다. 부산역에서 만
난 박아무개(54·경남 창원시)씨는 “80년대 대학을 함께 다녔던 선후배들과 공연을 보고 거
리행진에도 참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주부 신아무개(44·부산 창선동)씨도 “보는 것만으
로도 배우는 것이 많을 것 같아 초등학생 자녀 2명과 함께 행사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한겨레 / 김광수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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