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생각을 붙드는 방법
마음이 뇌에 말을 걸다
물론 진득하게 생각할 시간을 갖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몇 년 전에 한 워크숍에서 만난 지인은 그러한 상황에서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생각할 시간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는 마음속에서 어떤 물음이 일어나면 그 물음을 계속 품은 채 평소처럼 일상생활을 해나간다고 한다. 그렇게 이틀이고 사흘이고 문제에 젖어 있다 보면 결국 스스로 답을 얻을 수 있다는 게 그의 경험담이었다. 말하자면 생각의 시간을 따로 두지 않고 일상생활 속에서 생각의 끈을 놓지 않는 것만으로도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책은 도끼다》를 낸 박웅현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주어진 시간 내에 창의적인 광고를 만들어야 하는 그는 누구보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오랫동안 책상에 앉아 있는다고 해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광고에 사용할 음악을 만드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음의 모티브를 잡을 수 없었던 적이 있어요. 음악적 아이디어가 없다고 책상에 앉아서 고민하면 나올까요? 아니거든요. 저는 그냥 그 답답함을 가지고 일상생활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 뇌는 참 놀라워서 일상생활을 하는 중에도 모든 세포가 흘러가는 음들을 아주 예민하게 잡고 있거든요. 결국 퇴근 후 집에서 재즈를 듣다가 음의 모티브를 잡을 수 있었어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 중 한 명인 존 레넌도 여유로운 가운데 화두를 붙들기를 좋아했다. 존 레넌과 친했던 <이브닝 스탠더드>의 기자 모렌 클리브는 레넌을 두고 “영국에서 가장 게으른 인간”이라고 꼬집으며 “거의 무한정 잠을 잔다”고 썼다.
존 레넌은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통해 영감을 끌어올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허겁지겁 일을 벌이고 다니는 것을 철저히 거부했다. ‘어디에도 없는 사람(Nowhere Man)’이라는 곡을 쓸 때는 아침에 다섯 시간 동안 곡에 매달리다가 만족스러운 곡이 나오지 않자 결국 포기하고 자리에 누웠다고 한다. 그러자 불현듯 원하는 가사와 곡이 떠올랐다. 그는 ‘나는 잠을 잘 뿐이야 I’am only sleeping’에서 이렇게 썼다.
사람들은 내가 게으르다고 하지.
까짓것, 아무렴 어때,
내가 보기엔 그들이 미쳤거든.
이리저리 정신없이 뛰어다니지만
결국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네.
나는 창문 앞을 스쳐가는
세상을 구경하겠어.
여유를 가지고 자리에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며
잠에 취한 기분을 기다리려네.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다. 그는 인생에서 꼭 알아야 할 것들은 번잡한 도시에 있지 않다고 믿고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2년 2개월을 보냈다.
얼마나 많은 양의 결과물을 낼 수 있느냐로 성공이 결정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양으로 승부하기보다는 ‘가치 있는’ 질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생각’이 중요한 시대다. ‘속도’라는 괴물에서 벗어나 창조적인 ‘깊이’를 만나고 싶다면 삶에서 생각의 시간을 먼저 떼어놓자. 우리에게는 방해받지 않고 깊이 사색할 생각의 시간이 필요하다.
글·전채연 ccyy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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