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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당, 그 오묘한 관계

해피곰 2012. 10. 21. 21:42

밀당을 하지 못하는 여자

밀당, 그 오묘한 관계

 

연애하면서 밀고 당기기, 소위 ‘밀당’이 필요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많은 여자가 마음에 드는 ‘썸남’과 밀당을 잘 못해서 연애로 발전하지 못했다는 사연을 호소하고는 한다.

밀당, 정체를 밝혀라

밀당의 기본 기술은 정말 극도로 간단하다. 그 사람이 나에게 다가올 때는 조금 거리를 두고(밀고), 반대로 그 사람이 멀어지면 내가 두 사람 간의 간격을 좁히는 것(당기기)이 전부다. 하지만 이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문제.

밀 때라고 생각해서 밀었더니 오히려 튕겨 나가거나 당길 때라고 생각해서 당겼더니 너무 쉬운 여자라고 생각했는지 썸남의 관심이 급격히 떨어져 나간다. 너무나 머리가 아파 밀당을 그만두고 싶어도 안하면 연애를 시작할 수 없다고 하니 이건 또 곤란하다.

밀당은 바지 허리춤에 있는 고무줄을 당기는 것과 비슷해서 일정한 수준의 팽팽한 긴장감이 필요하다. 만약 서로 너무 잡아당기면 고무줄이 팽팽해져 끊어질 것이고, 서로 너무 밀어도 줄이 축 늘어져 바지를 지탱하지 못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밀당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밀당이라는 것은 서로 호감이 있는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하는 것으로, 결국 주도권 싸움이다’
- 어느 30대 남자의 이야기

많은 남자가 잘못된 밀당의 예 중 하나로 ‘관심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밀당 기술을 시전할 때 당혹스러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관심도 없는 사람에게 갑자기 밀당을 하면 밀지 않아도 밀려 나가게 한다.

여기에 대한 여자들의 변명은 이렇다. ‘그 사람이 나에게 관심이 있는 줄 알았어요. 그 관심을 더 받기 위해서는 밀당이 필요한 것 아닌가요?’ 아니다. 밀당은 정말로 서로 관심이 있을 때, 서로에게 관심이 있는 것이 확고할 때 필요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점이 있다. 밀당을 하기 위해서는 ‘타이밍’을 재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많은 여자들이 연락하지 않고 기다려야 하는 타이밍인 것을 알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연락을 한다. 도무지 기다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뇌의 능력을 키우는 수밖에

기본적으로 ‘밀고 당기는 기술’은 인터넷에서 조금만 부지런히 검색하면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을 시전하기 위한 기본적인 능력, 즉 타이밍을 재는 능력과 인내하는 방법을 키우는 방법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혹시라도 언급하더라도 ‘감’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할 뿐.

이 ‘감’이라는 것은 사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아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뇌에서 보면 ‘미러뉴런(mirror neurons, 거울 신경)’의 역할이 중요한 것. 상대를 보면서 상대의 생각을 읽기 위해서는 상대를 잘 관찰하면서 상대의 생각에 공감하고 동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연락하지 않고 참아야 하는 순간에 참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감을 높이는 것이 필수.

연락을 참아야 하는데도 하지 않고 참을 수 없는 것은 ‘그 사람이 매우 좋아서 견딜 수 없기 때문’도 있지만, ‘그 사람에게 연락하지 않았을 때 정말로 떠나면 어떡하나?’ ‘지금 당장 연락하지 않으면 속이 타서 죽을 것 같아서’ 등의 기분 때문이다. 이런 기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뇌에 긍정적인 정보를 계속해서 주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뇌에 부정적인 정보가 없을 때, 차분한 마음으로 상대의 연락을 기다리는 힘이 생긴다.

밀당이 끝난 후, 그들의 자세

하지만 어렵게 밀당하는 과정을 지나쳐도 여자들에게 또 다른 난관이 닥친다. 바로 밀당이 끝난 뒤다.

사실 갓 밀당이 끝나고 알콩달콩 연애할 때는 별다른 노력이 필요 없다. 서로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한 기분이 들게 하는 페닐아틸아민, 도파민, 엔도르핀,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호르몬이 뇌 속에서 축제를 벌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뒤, 페닐아틸아민의 분비가 끝날 때 즈음이다. 아쉽게도 이런 호르몬은 18개월, 길어야 30개월이 지나면 더는 분비되지 않는다. 그 뒤는 결속력과 친밀감을 형성하는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안정감과 애착을 만들어 관계를 더욱 돈독해지게 만든다. 이때를 현명하게 넘겨야 두 사람의 관계는 안정적으로 고정되어 지속적인 사랑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역시 밀당을 어떻게 하느냐이다. 밀당을 하지 못해 고민이라는 여자들이여, 그럴 때는 바지 고무줄을 잠깐 생각해보자. 짱짱하게 균형 잡힌 고무줄이 안정감 있는 바지 허리를 만든다는 것을.

글. 김효정 manacula@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