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등산이 뇌에 좋은 이유, 명상효과
장래혁의 브레인디자인
신체는 이완되고 잡념은 줄어든다
먼저 산을 오를 때를 생각해보자. 대부분 경사가 있는 길을 걷는 만큼 몸의 중심이 앞으로 살짝 숙여지면서 자연스럽게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산길을 걷다 만나게 되는 돌부리, 나무부리를 발견하고 제대로 딛기 위해서 뇌를 가진 척수동물의 핵심기능이라는 균형감각을 지속적으로 발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뇌 전체에 엄청난 양의 신체감각정보들이 소뇌를 중심으로 입력되고, 다시 운동출력이 나오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뇌의 정보처리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또한, 뇌로 들어오고 나가는 정보의 대다수가 신체감각정보들이 차지하게 되면서, 이어 머릿속 생각과 잡념이 줄어드는 간접효과도 생겨난다. 산길을 오르다 자연스럽게 잡념과 감정의 출렁거림이 줄어드는 느낌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체의 이완과 생각, 감정동요가 줄어드는 현상, 바로 명상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뇌의 준비모드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셈이다.
자연의 소리가 뇌를 편안하게 만든다
산길을 걷다 잡념이 줄어드는 효과를 주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사람은 보통 가청주파수라고 하는 20~20,000 헤르츠를 들을 수 있는데, 특정대역의 자극적인 소리를 지속적으로 듣게 되면 심리적, 행동학적으로도 편향적인 상태가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도심에서 들리는 소리 대부분이 편향적이고 자극적인 것이 많아, 특정대역을 자극하는 소리가 아닌 전체 대역에 폭넓게 걸쳐 있는 이른바 '백색사운드(white sound)'를 많이 듣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자연의 소리다.
이런 소리는 자주 들을수록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뇌파가 가라앉으면서 심신이 편안해지는 효과를 가져 온다. 바닷가에서 들리는 파도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잠이 잘 오는 것도, 산을 오르며 들리는 산새소리와 나뭇가지에 바람이 스치는 자연의 소리들은 별로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안정감을 주는 소리다. 이런 소리가 들리면 뇌파가 거기에 맞춰지면서 동조현상이 일어나고 심신의 평온함을 가져온다. 그래서 산을 오를 때는 외부로 나가는 의식을 멈추고, 자기 내면을 바라보면서 걷는 것이 좋다. 도심 속에서 잘 가져보지 못하는 자신과의 대화를 갖기에 좋은 환경이 뇌에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등산이 가져다주는 명상의 효과
어느덧 정상에 이르러 탁 트인 자연을 바라보면 성취감과 편안한 감정이 일어나고 때론 담대함, 평화로움의 감정도 생겨난다. 정상에 이르고 나면 ‘야호’ 소리만 내고 바로 내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주변 어디 조용한 자리에 앉아 단 5분이라도 조용히 눈을 감아 보는 것이 좋다. 뇌는 이미 명상을 위한 준비상태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산을 올라오는 동안 신체근육 곳곳이 자극되고 이완되면서 몸이 편안해지고, 생각이 점차 없어지면서 뇌파도 떨어지는 이른바 ‘이완된 집중상태’의 초기모드로 접어든 상태이다. 명상을 평소에 배우지 않았더라도 뇌가 그렇게 반응하도록 변화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눈을 감고 조용히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명상의 효과를 맛볼 수 있다.
서구에서 오히려 주목받고 있는 동양 정신문화의 정수라는 명상(meditation)은 자신과의 대화라고 했다. ‘멘붕’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는 시대, 밖으로 나가는 의식을 잠시 거두고 주말에 산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글. 장래혁 뇌칼럼니스트, 한국뇌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cybermir@korea.com www.braindesign.me
'◐ 노인건강 > 요가·명상·뇌호흡'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환단고기 열풍 (0) | 2013.11.07 |
---|---|
뱃속 아기의 두뇌발달을 도와주는 네 가지 요소 (0) | 2013.07.09 |
[스크랩] ?2012국학기공 `어르신 기체조교실` 4월부터 문열어 (0) | 2013.06.21 |
여름철 '건초염' 환자 급증, 손목이 욱신거릴땐 이렇게 (0) | 2013.06.21 |
뇌과학이 주목하기 시작한 ‘긍정 마인드’ (0) | 2013.0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