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화된 한의학 비방, 근본대책 세워라”
일선한의사, 감정적 대응 벗어나 장기로드맵 요구
양의계로부터 시작된 한의학 폄하가 일상화되면서 일선한의사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의사들은 한의협이 법적 대응은 물론이고 학술적 근거 마련 등 한의학 폄훼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 한의협이 일선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MBC 의학드라마인 뉴하트에서 한약 팩을 내던져 사회문제화된 한의학 폄훼는 이제 TV, 라디오, 인터넷매체, 영화 등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그 이면에는 양의사가 자리잡고 있다는 게 한의계의 기본적인 시각이다.
양의사들은 한의학의 효용성을 부정하고, 그것도 부족하면 소비자단체와 연구기관을 움직여 한약의 부작용과 안전성을 매도하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불법 혹은 유사의료업자와 손잡고 외국의 반한의학 서적을 번역해 유포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방송을 통해 한의학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고취에 골몰하는 단계로 나가는 모습이다.
방송의 경우 양의사들은 의학이 전문적 영역임을 십분 이용해 각종 프로그램의 자문위원 혹은 후원자 역할을 맡으면서 기획부터 제작까지 전 범위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이번 MBC 드라마 뉴하트의 어처구니없는 대사도 양의사들과 양방병원의 시각이 반영된 결과이며, 의협 산하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의 그림자도 짙게 깔려있다.
의사단체에서 시작된 반한의학 매도 정서는 방송과 여론매체에서 증폭되고, 이어서 관심 없는 국민 일반으로 일상화되는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의계는 최근 상황이 과거 제도를 매개로 한 직능갈등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판단하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한의계의 대응이 단기적이고, 산발적이며, 일회적으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다.
더욱이 MBC의 사과문 게재이후 한의계가 최후수단으로 꺼내든 소송카드도 민사든 형사든 둘 다 방송사에 경각심을 고취하는 차원에서 한번쯤은 강하게 맞서 사실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작진을 상대로 피해를 입증해 손해배상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아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모 전 한의협 부회장은 “법적 소송은 감정으로 하는 게 아니다”면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송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상시적인 언론대책반을 구성해 대처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방안은 TV, 라디오, 신문, 인터넷사이트(홈페이지, 블로그, 카페 등)를 모니터링하는 팀을 만들어 결과를 한의언론에 공표하고, 항의를 조직화하자는 아이디어가 주요 골자다. 과거 약사회도 이 방법을 사용해 많은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한편에서는 방송에 나간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한약을 먹고 간수치가 높아졌다’는 방송내용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고 보아 간독성 대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한의사들이 한약투약 전 간검사를 의무화하고, 한의대의 교육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원도의 모 한의사는 “한약에 문제가 있다면 누구 책임이기 이전에 한의사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자연스럽게 이들 한의사들은 실천방안으로 얼마나 배우고, 검증했느냐 여부로 의료인의 의료기기 사용 여부가 결정되는 과거 소송경험에 비춰 한의대의 커리큘럼에 의료기기진단학 개설은 물론 한의사국시에 반영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보고 한의협 차원의 로드맵 마련 필요성을 역설했다.
일선한의사들의 다양한 제안들이 분출되면서 한의협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유기덕 회장은 “교과과정 개편과 종합적 언론대책이 근본대책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조만간 한의대 교수 등 한의계전문가들이 포함된 가칭 ‘양방의 한방 폄하에 대한 대책팀’의 구성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의협이 한의학 폄하사건에 대한 방향을 잡아감에 따라 지부 차원의 참여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됐다.
한의협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한 바 있는 김정곤 서울시한의사회장은 “이번 사건에 대처를 잘하는 사람이 차기 회장선거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회장선거보다 한의학 폄훼에 대한 장기적이고 분명한 대책에 우선해줄 것을 촉구했다.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
[2008/01/18 오후 2:4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