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법 판결
최근 일부 1심 법원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제기한 하자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 판결을 내린 가운데 항소심 법원에서 대표회의가 패소한 1심 판결을 뒤집고 사업주체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김문석 부장판사)는 지난 8일 강원도 원주시 T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업주체인 대한주택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대표회의가 패소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피고 대한주택공사는 원고에게 2억2천4백64만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대표회의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택법 제46조 제1항에 규정된 사용검사일을 하자담보 책임기간의 기산일로 해석하면 사업주체는 담보 책임기간 안에 즉, 사용검사일 이후에 발생한 하자에 대해서만 담보 책임을 지게 된다.”며 “이는 합리적 이유 없이 공동주택 구분소유자에게는 사용검사일 이전에 발생한 하자에 대한 담보추급권을 인정하지 않는 반면, 공동주택이 아닌 집합건물 하자에는 사용승인일 이전에 발생한 하자에 대한 담보추급권을 인정하는 차별을 하게 되고, 공동주택 입주자의 재산권인 하자담보추급권을 과잉 제한해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현행 주택법 제46조 제1항 중 ‘사용검사일부터’는 담보 책임기간의 기산점이 아니라 만료점을 계산하는 기준일 뿐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합당하다.”며 “하자 발생일이 사용검사일 이전·이후 여부를 불문하고 주택법 시행령 별표 6, 7이 정한 기간과 범위 내에서 발생한 하자에 대해 분양자는 구분소유자에게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주택법 시행령에 따르면 내력구조부의 5, 10년차 하자에 관해서는 무너지거나 무너질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사업주체의 보수 책임을 인정하므로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1년 내지 3년의 하자담보 책임기간이 적용된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재판부는 “구분소유자의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청구권은 집합건물법 제9조에 의한 법정책임이므로, 피고 주공이 아파트를 건축, 분양한 행위가 상행위에 해당하더라도 피고 주공의 부실시공으로 발생한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채권은 상행위로 인한 채권이 아니다.”며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 채권은 5년의 상사 소멸시효가 아니라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 아파트에 1∼3년의 하자보수를 완료하고 대표회의로부터 하자보수완료 확인을 받았으므로 더 이상 하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피고 주공의 주장에 대해서는 “주공은 하자보수를 종료했다는 확인서를 대표회의로부터 받았으나 원고 대표회의가 작성한 확인서는 단순히 하자보수 작업이 이뤄져 외견상 보수를 마쳤다는 사실에 불과해 주공이 모든 하자를 보수해 더 이상 하자가 남지 않음을 확인한 것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하자보수 손해액의 40%를 감액해야 한다.”는 피고 주공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 아파트 사용검사일부터 감정까지 9년이 경과했고, 주공이 일부 보수를 했으나 하자가 여전히 존재해 재보수를 요청 받았으므로 주공이 배상할 손해액은 보수비의 7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이 아파트 대표회의는 지난 1997년 5월 17일 사용승인을 받았고 2005년 7월 대한주택공사를 상대로 하자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6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상사 소멸시효인 5년이 경과됐다는 이유 등으로 패소했다. 이에 대표회의는 불복, 항소를 제기해 이같은 판결을 받았다.
이번 판결은 대표회의가 패소한 다른 항소심 사건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