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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심리

해피곰 2009. 1. 18. 21:55

노인의 심리
인간의 발달은 출생에서 죽음까지 한 방향으로만 진행되며, 이 과정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길이다.

과정에는 각 시기마다 적합하고 독특한 발달 과제가 있고 그 과제가 적절히 수행되었는지의 여부에 따라 마음의 평화와 심리적 성숙이 결정된다. 어느 시기도 허술하게 발달된다면 결국 그 다음 단계의 발달이 이루어질 수 없다. 그래서 '애 늙은이'란 말이나 '철들자 노망한다'는 말들은 잘못된 발달과정을 표현하는 적절한 명언이다.

일반적으로 노인이 되었다는 자각은 세 가지 측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첫째는 감각 및 운동 기능이 감퇴되었음을 실제 경험하고 흰머리와 주름살같은 신체 변화가 어느덧 자기에게 와 있음을 느낄 때다. 둘째는 동료의 사망, 정년 퇴직, 노인으로 대접받을 때 느끼는 심리·사회적 변화다. 마지막으로 마음대로 되지 않아 일의 수행에 한계를 느끼며 자주 좌절을 경험할 때 실감한다.

노년기에는 흔히 겪을 수 있는 심리적·성격적 변화가 많다. 우선 고립과 소외, 지나간 인생에 대한 회의 등으로 인해 우울해진다. 우울의 정도는 문화나 사회 계층, 개인의 성격 성숙도에 따라 다르다.

내향성과 수동성이 커진다. 노화 현상으로 인해 활동이 감소되면서 적극적이고 집요한 노력을 하지않으려고 하며 수동적이 된다. 남자는 수동적이고 위축이 되며 의존적이 되지만 여자는 의존심이 적어지고 능동적, 공격적, 권위적으로 변해 남녀가 비슷해진다.

융통성이 없어서 아집을 부리고 익숙한 옛날식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하며 조심성이 많아진다.

또 신체·경제적 능력이 쇠퇴하고 사회적인 고립을 느끼므로 든든한 누구에겐가 의존하려는 경향이 나타나며 인색해지고 돈을 중시한다. 특히 업적이나 재산, 골동품 관리에 신경 쓰며 핏줄이나 후계자 관리에 집착하는 등 살다간 흔적을 세상에 남기려 애쓴다.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를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白髮) 막대로 치려했더니

백발이 (나의 속셈을)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우탁(禹倬) 선생의 한탄처럼, 백발이 저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는데, 시냇물이 큰 바다로 흐르는 물처럼 다가오는 인생의 발달 과정을 어이 막으려 하는가.

훗날, 성숙하고 지혜로우며 원만함과 자아 통합된 노년기를 맞으려면, 현재의 젊은 인생을 의미 있고 성숙하게 살아야 할 것임을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느끼게 하는 그런, 가을날이다.

신경과 전문의·곽호순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