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비결] 먹자! 아침
위장의 하소연>
쉴새없이 피를 뿜어내느라 정신이 없는 심장, 꼴딱꼴딱 식도로 넘어오는 타액, 그리고 바쁘게 돌아다는 혈액들. 깜깜한 어둠의 아수라장 속에서 오늘도 나는 힘겨운 아침을 맞습니다. 제 이름은 '위장'.
제가 모시고 있는 주인님은 올해 29세의 여자 회사원인 ○○○ 씨랍니다. 오늘도 주인님은 신나게 울려대는 알람을 끈 뒤 한참을 이불과 싸움을 하다 8시가 가까워서야 겨우 털고 일어났습니다. 그리고는 부리나케 샤워를 하고 30여분을 공들여 화장을 한 뒤 집을 나서지요. 아침식사요? 그런거 구경 못해본지가 벌써 10년 가까이 됐습니다. 대학시절에는 늦잠때문에, 직장생활하면서는 과도한 업무로 잠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냥 건너뛰는 날이 부지기수입니다. 당연히 저는 죽을 맛 이지요. 오늘은 제 넋두리 한번 들어보실래요?
▶ 먹을걸 줘야 일을하지
주인님이 아침을 안먹는 이유는 '바빠서'랍니다. 그러나 속마음은 그게 아니지요. 한끼라도 덜 먹어야 살이 덜찌지 않을까라는 것이 주인님의 솔직한 속마음입니다. 아침밥을 먹는 것이 오히려 점심, 저녁 폭식을 줄일수 있어 다이어트에 훨씬 효과적인데도 주인님은 이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습니다.
사실 아침을 안먹는 것은 제 입장을 전혀 생각지 않은 처사랍니다. 생각해보세요. 전날 저녁 식사를 소화시키고 난 뒤 저는 무려 18시간을 텅빈채로 보내야 합니다. 그나마 잠자는 동안은 괜찮지요. 하지만 주인님이 눈을 뜨면서부터 저는 넘어오는 침과 함께 일을 시작하지만 아무런 소화시킬 거리가 없으니 초록색의 위액만 자꾸 뿜어낼 뿐입니다. 이것은 제 살을 스스로 갉아먹는 행위와도 같은 것이지요. 저는 이미 위궤양 초기 단계랍니다.
아침에 10분만 일찍 일어나서 생식이나 샐러드 한 접시만 챙겨먹어도 저의 고통을 훨씬 덜수 있으련만, 주인님의 게으름 때문에 저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 나도 힘들어. 저요, 저요.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힘든 것은 저 뿐만이 아니랍니다. 제 친구인 뇌도 피로함을 호소합니다. 그가 활동하는데는 에너지를 공급해 줄 수 있는 포도당의 공급이 필수적이지만 아침을 먹지 않으니 일을 할 수가 없답니다. 뇌를 움직이는 혈당수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뇌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가 없는 노릇이지요.
장도 괴롭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제 주인님도 마찬가지지만 여성들의 상당수가 겪고 있는 변비문제. 이를 해결하는데도 아침식사가 필수적입니다. 위장으로 음식물이 들어가면 대장이 반사적으로 수축, 연동운동을 일으키면서 변의를 생기게 하지만 아침을 거르니 배변이 제대로 될 턱이 없습니다.
'웰빙'을 위해 여러가지 몸에 좋다는 건강식을 찾지만 사실 아침만 먹어도 각종 건강식을 챙기는 것보다 훨씬 건강에 유익합니다. 균형잡힌 식사를 통해 적정한 영양을 우리 장기들에게 공급해준다면 비만, 고혈압, 당뇨, 뇌졸중, 식도암, 위장암, 신장암의 발생이 줄어들게 되니까요.
▶ 장수하려면 아침 꼭 드세요
얼마전 전북 순창에서 열린 '세계 백세인 심포지움'에서 미국 조지아대 레너드 푼 교수는 " 전세계에서 1백세를 넘겨사는 장수인들은 아침밥을 꼭 챙겨먹는다."고 단언했습니다.
선조들은 하루 세 끼 중 아침에 가장 많은 양을 먹었다고 합니다. '아침은 임금처럼, 저녁은 거치처럼'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아침을 먹는 습관을 들이는데는 딱 2주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입맛도 없고 소화도 잘 안되지만 2주일만 꾹 참고 한번 아침식사를 해 보세요. 주인님이 오전 내내 고민하는 '점심때 뭘 먹을까'라는 탐닉도 사라지고, 저녁도 가볍게 먹을 수 있으며, 아침은 점점 맛있어지는 것을 느낄수 있을테니까요.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출처 매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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