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인상, 이제는 논의할 때
“혜택이 늘어난다면 보험료 더 내겠다.” 의료의 공공성과 영리성이라는 양 갈래 기로에서
의료 소비자들이 달라지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나가는 돈’에는 극도로 민감했던 소비자들에게 나온 말이라 나름대로 커다
른 의식의 전환이라 할 수 있는 반응에 관심이 기울여진다.
다달이 자동으로 떼이는 건강보험료와 한 두 가지 민간보험료를 내고 있으면서도 의료 혜택
에서는 늘 미심쩍기만 했던 피로감을 반영하는 것일까.
의료의 전문성에서 소외된 일반 소비자들 중에서도 따지고 캐물어 ‘받아내야’ 하는 민영보
험 대신 나라가 주는 건강보험으로 치료 걱정을 덜 수 있다면, 차라리 보험료를 더 내겠다
는 이들이 있다. 물론 여기에는 “‘정말로’ 보장성이 좋아진다면…”이라는 단서가 어김없이
따라붙는다.
요즘 들어 지인들의 갑작스런 ‘암 선고’나 ‘부고’를 자주 접하며 덩달아 고민이 깊어지던 와
중에서다.
왠만큼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건강보험 내부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역학관계-정부, 공
급자, 환자 등-까지 알 턱이 없지만, 의료산업화라는 전문적 논쟁 밖에서도 실생활과 뒤채
이는 건강보험의 과도기가 존재한다는 반증이다.
최근 여야 의원과 보건의료노조가 보장성 강화와 의료산업화를 골자로 주최한 토론회에서
공교롭게도 이같은 반응을 다시 접했다.
보건의료의 저변에서 가입자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여서
의미가 남달랐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전국농민협회 등 주요 단체 대표자가 토론 석상에 오른 이날 행사에서
는 다소의 우려감도 있었지만 “보장성이 정말 ‘획기적으로’ 확대된다면 건강보험료를 더 부
담해서라도 공공보험의 틀을 지키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익단체의 반발이나 국민의 저항감 등을 우려해 “설득 과정이 쉽지 않다”며 한 걸음 물러
서고 마는 정책당국의 소심함에 비하면, 실효적인 보장성 확대를 전제로 추가 부담 의사를
내비친 시민사회단체의 태도는 한 걸음의 ‘진전’이라 평할만하다.
이례적으로 ‘동결’을 선언한 올해를 제외하면 건강보험료는 대체로 인상 행보를 걸어왔다.
수가인상이라는 정치적 결과의 산물과 의료보험 통합 초기 급증한 보장성 확대 요구를 따라
잡지 못해 ‘파탄’ 지경에 이른 건강보험 재정을 메꾸느라 의 함정을 메꾸느라 공급자도 가
입자도 허리를 졸라매야 했던 피해의식을 보더라도, 보험료 인상에 대한 ‘거부감’은 불가피
한 순환고리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한계상황에서 가입자단체가 ‘건강보험료 인상’에 대한 수용성을 열어둔다면, 말 그대
로 ‘획기적인’ 보장성 강화에 대한 민관 차원의 논의는 새 물꼬를 틀 때가 됐다.
최소의 비용으로 더 많은 혜택을 요구하던 소비자들이 일정부분 추가부담을 감수한다면, 공
급자는 행위별 수가제의 맹점을 보완하는 지불제도 개선에 협조하는 미덕으로 보조를 맞춰
야 한다.
정부 또한 믿을만한 사후관리와 국고지원책으로 실효적인 보장성 강화를 약속하는 용단으로
'3박자'를 맞추지 않는다면, '진전'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 된다.
의료산업화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전면 부정할 수 없더라도, '전국민' 건강보험은 아직 사회
안전망이라는 필수 영역에서 좀더 단단하게 뿌리내려야 할 자산임이 분명하다.
의료 수요·공급 사이의 고질적인 ‘파이싸움’을 타개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산업화 논란으로
공공의료의 가치가 재인식된 지금이 절호의 ‘타이밍’일 수 있다.
데일리팜 허현아 기자 (maru@dreamdrug.com)
블로그 : http://blog.dreamdrug.com/maru
기사 입력 시간 : 2009-04-10 06: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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