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탈법적 노사관계 주문
공기업 구조조정 주문은 월권
최근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을 통해 공공부문 단체협약을 분
석, 평가해 개입하는 등 공공부문 노조에 대한 압박을 행하는 가운데 감사원이 공공기관 노
조에 대한 표적감사를 통해 공공기관의 기존 단체협약을 무효화하면서 공공기관 노사관계
전반에 개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회공공연구소는 12일 발표한 보고서(이슈페이퍼)에서 "감사원이 공공기관에 대한 포괄적
이고 집중적인 감사를 통해 공공기관 노사관계에 개입하여 공공기관 선진화의 전면에 나서
고 있다. 이는 공공기관에 대한 월권 개입 및 탈법적 노사관계 조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9년 4월 18일 열린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점검 워크숍'에서 김황식 감사원장은 "흔히들
일단 체결된 노사협약의 효력은 절대적인 것으로 오해한다. 공공기관에서 주무 장관의 예산
승인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맺은 노사협약은 효력이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라고 해 사
실상 기존 단체협약을 무효화하면서 공공기관 노사관계 전반에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공표한
셈이다.
감사원 감사대상 기관 98곳 중 기관장 79명(80.6%) 사임
감사원 감사에 대해 사회공공연구소는 "2008년 행해진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가 임기가 보
장된 기관장들을 정권의 입맛에 맞는 기관장으로 교체하기 위한 표적감사였다면 2009년 감
사는 감사원이 10여개 공기업에 내려보낸 '공공기관 선진화 과제 점검표 양식'을 통해 노조
와 관련한 방대한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것에서 드러나듯 공공기관 노조활동 무력화에 초점
을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2008년 상반기 감사원의 대대적인 공공기관 감사로 사표를 받아 제출한 공공기관 기관장은
79명으로, 감사대상 기관 98곳 중 80.6%였다. 그리고 그렇게 공석이 된 자리는 대부분 이
명박 대통령과 친분있는 인사로 채워졌다.
노동부와 감사원이 나서서 공공기관 서열화
2009년 감사원은 가스공사, 한전KPS 등 10여개 공기업에 '공공기관 선진화 과제 점검표 양
식'을 내려보내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 및 집행현황 등 21개 항목에 걸쳐 노조와 관련된 방
대한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특히 노조사무실, 노조운영시설 근무자 인건비 지급현황 등의
액수제출을 요구뿐 아니라 위원장 집무실 면적파악도 요구한 바 있다.
노동부는 최근 작성한 ‘산하(유관) 공공기관 단체협약 분석 및 개선방안’에서 단체협약을 노
조가입과 노조활동 보장, 노조의 경영참여, 인사권 제한, 임금 등 근로조건 등 4개 항목으
로 나누고, 평가하여 공공기관을 서열화하고 있다.
김철 연구위원은 "노동부의 '산하(유관)공공기관 단체협약 분석 및 개선방안'이 노동부가 밝
힌대로 공공기관 전체로 확대된다면 감사원이 제출토록 한 공공기관 선진화 과제 점검표 양
식은 공공기관 서열화 평가를 위한 효과적인 근거자료로 활용될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철 연구위원은 "노동부의 발상자체가 현행법상 부당노동행위의 소지가 크고, 평가
를 넘어 자율적인 노사교섭과 헌법이 부여한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것인데 이것이
감사원의 무리한 자료제출 요구와 결부된 '노조탄압을 위한 표적감사'와 결합된다면 공공부
문 노조활동 자체가 종식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의 공기업 구조조정 주문은 월권행위
감사원은 2008년 대규모 공공기관 감사를 실시하면서 "부실(지방)공기업을 청산하고 설립목
적과 다르거나 민간부문과 경합, 중복된 사업은 과감히 정리, (지방)공기업의 공공성과 수익
성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감사원이 공기업의 구조조정을 주문하거나 공기업 자회사의 매각 내지 공기업
사유화(민영화)를 요구하는 것은 월권 수준의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철 연구위원은 "공공기관 감사가 제대로 되려면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파행부터 조사해야
하고, 공공기관이 공공기관답게 서는 데 가장 큰 장애요인이 되는 낙하산인사에 대한 검토
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탈법적 노사관계 조장
또한 사회공공연구소는 “감사원의 감사가 탈법적 노사관계를 근절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18일 열린 '공기업 선진화 추진점검 워크숍'에서 김황식 감사원장은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나 노사합의를 빙자한 탈법적 노사관계에서 비롯됐다"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김황식 감사원장은 "올해 개별 공공기관 선진화 이행실태 및 탈법적 노사
협약 실태 등을 상시 점검하고 내년 대규모 특별감사를 실시한 뒤 그 결과 방만경영 등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감사원이 2008년 공공기관에 내려 보낸 300여개의 체크리스트 항목은 인력운영, 조합
원 범위 및 단체협약 등 노사관계 부문, 인사제도 등으로 이를 통해 감사원은 노조의 가입
범위, 활동내용을 조사하는가 하면 진행 중인 단체협약이나 노사합의서 체결조차 중단시켰다.
이에 김철 연구위원은 "노사합의 내용이 맘에 들지 않으면 '방만경영', 공공기관 개혁을 가
로막는 주범으로 공기업 노조를 상정하고 있다는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감사원 말
대로라면 공공부문 노동조합은 존재해서도 안 되는 악"이라고 비판했다.
김철 연구위원은 "이는 사실상 공공기관 노조활동을 크게 위축시키고 자율적 노사관계를 파
괴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라고 지적하며 "감사원의 표적감사가 공공부문 노사관계를 악화
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개혁하기 위해 감사원의 국회 이관이나 독립기관화 등의 독립성
확보방안 뿐 아니라 노동기본권에 대한 재인식과 함께 공공성평가에 기반한 정책감사가 강
화되어야"한다고 밝혔다.
진보넷 / 안보영 기자 coon@jinbo.net
2009년05월12일 11시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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