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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대' 자처한 공단·심평원 노조

해피곰 2009. 5. 14. 08:58

'이중대' 자처한 공단·심평원 노조

 

 

건강보험을 관리하는 양대 기관의 기싸움에 노동조합이 가세했다.

 

자신이 속한 기관의 자존심이 달린 문제인 건 맞지만 이번처럼 경영자와 노동조합의 손발이

잘 맞았던 때도 없었던 듯싶다.

 

모양상으로는 노동조합 스스로가 ‘이중대’를 자처한 꼴인 데, ‘선도투’의 최일선에 사회보험

노조가 있다.

 

이 노조는 그동안에도 민영의료보험, 의료산업화로부터 공보험과 공공의료를 지키고 확대

강화하는 데 목소리를 높여왔다.

 

또 약제비 적정화 방안과 이에 일환인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 축소를 우려해 온 사회보험

노조의 약가관리 일원화 주장과 논리는 그런 점에서 일관성이 있다.

 

하지만 최근 배포한 성명성 보도자료와 인터뷰 내용은 그 저의를 의심케 한다.

 

건강보험의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인 심평원을 ‘로비창구’로 격하시키거나 심평원의 ‘앵벌

이’로 전락했다고 자조하는 모습은 정형근 이사장의 ‘줄다리기’ 대열에 스스로를 엮어 맨 데

불과하다.

 

‘오비이락’이라! 똑 같은 말도 상황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사보노조의 ‘말 깊

이’는 이미 라인을 벗어났다.

 

같은 기관 내에서 경쟁관계에 서 있는 건보공단 직장노조도 이번에는 사보노조와 공조해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 노조들은 복수노조 시대를 겨냥한 단일화 시도가 불발된 뒤 줄곧 불편한 관계를 유지

해 왔지만, 손을 맞잡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듯하다.

 

건강보험공단 양대 노조가 ‘이중대’로 ‘공성전’를 벌였다면 심평원 노조는 ‘수성전’에 팔을

걷어 부쳤다.

 

정형근 이사장의 맹공에도 대놓고 응전에 나설 수 없었던 심평원 입장에서 노동조합은 ‘천

군만마’와 같은 것이다.

 

심평원 노조는 12일 성명에서 ‘생떼쓰기’, ‘로비창구 망언’, ‘공단 로비실체’, ‘아전인수’ 등

자극적인 용어들을 총동원해 그동안 쌓아왔던 불만을 응축해서 터트렸다.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의 이런 갈등양상은 명분상으로 약가관리제도의 합리화와 발전을 모

색하기 위한 논쟁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외부시선은 곱지만 않다. 기관 ‘이기주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약가제도의 중요한 당사자 중 하나인 제약업계가 오히려 협력적 관계를 유지해야 할

양기관이 대립·갈등으로 치닫는데 우려를 표할 정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 시행 이후 2년이 경과한 시점”이라면서 “제

도가 갖고 있는 불합리한 점을 찾아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에 주도권 싸움에만 열중하

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대립과 갈등으로 소모전을 벌일 게 아니라 협력적인 네트워크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약가관리 제도가 공개적인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신속히 개입해야 할 때다.

 

데일리팜 최은택 기자 (etchoi@dreamdrug.com)

블로그 : http://blog.dreamdrug.com/choi1917

기사 입력 시간 : 2009-05-13 09:2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