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꿀 때 바꾸더라도… 靑, 일단 관망 자세
한국일보 | 입력 2009.06.04 03:25 | 누가 봤을까? 20대 여성, 대전
압력에 밀리면 국정동력 상실
사태 진정된 후 인적쇄신 나설듯
청와대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의해 촉발된 수세 정국에 대해 일단 '버티기'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정부가 중심을 잡고,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임채진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청와대가 만류하고 나선 부분에서 이 같은 기류를 읽을 수 있다. 여기엔 여야 정치권에서 주문하는 큰 틀의 변화보다는 현재의 국정운영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당분간 정국 추이를 관망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청와대가 정치권의 요구에 귀를 닫고 '마이 웨이'를 선언한 데는 이 대통령의 정치적 위상 문제가 크게 고려됐다. 외부 압박에 밀려 쫓기는 모양새로는 개각 등 주요 국정 현안을 처리할 수 없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당장 정치권 요구에 부응해 청와대가 급격한 변화를 주도하면 이는 서거정국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셈이 되고, 결국 향후 국정 운영의 추동력을 크게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게다가 6ㆍ10항쟁 22주년과 6ㆍ15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일 등이 노 전 대통령 서거와 연결돼 대대적 반정부 시위로 번지게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은 국면전환용 카드를 꺼내 들 시점이 아니라는 정치적 계산도 들어 있다. 쇄신책을 쓰더라도 현재 진행형인 서거정국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정점을 지난 뒤 실행에 옮겨야 효과가 극대화 될 것이란 판단이다.
임 총장의 사퇴 만류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는 1월 용산 철거민 참사 때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을 바로 문책하지 않고 사태가 마무리된 뒤 자진 용퇴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 처럼 임 총장 문제도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끝난 뒤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압박에 의한 퇴진이라는 모양새 자체가 청와대의 정치적 부담으로 남을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현재의 사태를 마냥 '지켜보기'로 일관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요구를 계속 외면할 경우 정치권의 갈등은 커져 가고 민심은 더욱 멀어질 수 있다는 점은 청와대도 인식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지난해 촛불집회와 같은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다.
공석 중인 국세청장 등 개각에 대한 인사 수요는 분명히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뒤 개각과 청와대 개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이달 중순에는 한미정상회담이, 이달 말에는 한일정상회담이 잇달아 예정돼 있어 물리적으로 대통령이 인적 쇄신 등의 카드를 검토할 시간적 여유도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때문에 당분간 시간을 벌면서 각계의 의견을 경청하고 숙고하는 모양새를 갖춘 뒤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형식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엔 외부의 정치적 압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 대통령의 자연스런 국정 운영에 따른 것으로 국민에게 비쳐지게 하자는 속내가 들어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사태 진정된 후 인적쇄신 나설듯
청와대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의해 촉발된 수세 정국에 대해 일단 '버티기'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정부가 중심을 잡고,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임채진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청와대가 만류하고 나선 부분에서 이 같은 기류를 읽을 수 있다. 여기엔 여야 정치권에서 주문하는 큰 틀의 변화보다는 현재의 국정운영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당분간 정국 추이를 관망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게다가 6ㆍ10항쟁 22주년과 6ㆍ15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일 등이 노 전 대통령 서거와 연결돼 대대적 반정부 시위로 번지게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은 국면전환용 카드를 꺼내 들 시점이 아니라는 정치적 계산도 들어 있다. 쇄신책을 쓰더라도 현재 진행형인 서거정국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정점을 지난 뒤 실행에 옮겨야 효과가 극대화 될 것이란 판단이다.
임 총장의 사퇴 만류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는 1월 용산 철거민 참사 때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을 바로 문책하지 않고 사태가 마무리된 뒤 자진 용퇴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 처럼 임 총장 문제도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끝난 뒤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압박에 의한 퇴진이라는 모양새 자체가 청와대의 정치적 부담으로 남을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현재의 사태를 마냥 '지켜보기'로 일관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요구를 계속 외면할 경우 정치권의 갈등은 커져 가고 민심은 더욱 멀어질 수 있다는 점은 청와대도 인식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지난해 촛불집회와 같은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다.
공석 중인 국세청장 등 개각에 대한 인사 수요는 분명히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뒤 개각과 청와대 개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이달 중순에는 한미정상회담이, 이달 말에는 한일정상회담이 잇달아 예정돼 있어 물리적으로 대통령이 인적 쇄신 등의 카드를 검토할 시간적 여유도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때문에 당분간 시간을 벌면서 각계의 의견을 경청하고 숙고하는 모양새를 갖춘 뒤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형식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엔 외부의 정치적 압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 대통령의 자연스런 국정 운영에 따른 것으로 국민에게 비쳐지게 하자는 속내가 들어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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