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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문제 전국적 이해관계 얽혀...국민과의 대화 이벤트로 끝날수도

해피곰 2009. 11. 26. 11:12

일반국민들은 사과나 받고 떨어져라?

"온 국민 '이해관계자' 만들어놓고 사과하면 해결되나"

세종시 문제 전국적 이해관계 얽혀...국민과의 대화 이벤트로 끝날수도

 

 

이명박 대통령이 승부수를 띄운다. 오는 27일 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라는 이

름으로 TV에 나와 세종시 수정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충청권 출신인 정운찬

총리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세종시 수정론을 꺼낸 뒤 약 3개월만이다.

 

국민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내용은 크게 지난 대선 당시 사실에 원안 추진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한 사과 표명을 시작으로 정부 부처 이전으로 인한 행정 비효율의 문제 등을 지적하고,

자족기능을 강화한 세종시의 모습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은 "세종시를 비롯한 각종 현안에 대해 진솔하고 깊이 있게 국민의 궁

금증에 답하면서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는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가 필요한 부분에는 이해와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또 "어떤 질문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

붙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정면돌파 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역대 정권, '국민과의 대화' 긍정적 효과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분명하다. 세종시 원안 수정 추진이

대국민 약속 위반임을 순순히 인정하고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직접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를 밝히면서 세종시 수정 논란을 일단락 시키겠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진정성 어린 사과를 통해 국민과 소통했고 이해를 구했다는 명분을 내세워

세종시 수정을 자신있게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도 보인다.

 

역대 정권에서도 중요 국면에서 ‘국민과의 대화’라는 형식을 빌려 대통령이 직접 문제해결

에 나섰었다. 전문가들은 국정 최고 책임자가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눈높이를 맞출 경

우 여론지형을 확연히 바꾸는 것은 힘들지만, 강한 반대를 유보시키는 효과는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집권 2년 동안 ‘일방적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에 문제있다’는 비판적

여론을 계속 안고 지냈다. 이번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변했

다는 평가를 이끌어 낸다면 긍정적 효과는 무시하기 힘들다.

 

국민 관심사에서 '이해관계'로 발전한 세종시 문제

 

청와대 의도대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민이 과연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얼마

나 수용하느냐가 핵심이다. 학계와 정치평론가들은 이번 국민과의 대화가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싸늘하게’ 전망했다.

 

그 근거는 세종시 문제가 다른 사회 현안과 달리 상당수 국민들의 이해관계가 깊숙이 얽혀

있다는 점에 있다. 정부가 땅값 인하 등 기업들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곧바로 세종시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게다가 혁신도시로 지정된 지역을 포함해 교

육기관과 기업이 몰려 있는 수도권, 경기 지역들까지 정부 방침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세

종시 수정 논란은 이제 전국적으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고도 복잡하게 얽힌 사안으로 발전
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정치사회팀장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FTA 문제로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양해를 구하는 모습으로 반대 여론을 일정정도 희석시켰지만, 이번 사안은 성

격이 많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과거 세종시 문제가 행정부처 이전에 반대하는 수도권과 행정부처 이전을 찬성하는 지방간

의 구도였다면 최근 기업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영남과 호남지역까지 포함해 새롭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여론이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어 과거만큼 국민 설득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신율 교수(명지대 정치외교)도 "자신들의 이익이 걸린 문제로 가지고 대통령이 사과하고 유

감 표명으로 한다고 해결될 부분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신 교수는 "정부가 하버드 대학을 세종시에 갖다 놓겠다고 해도 믿을 수 있겠는가. 있는 것

(행정부처)도 없애버린 상황이고, 다른 지역에서 왜 우리는 세종시만큼 땅값을 안 내려주느

냐, 특혜를 주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효율성을 얘기하며 국민

들을 설득하려고 하겠지만, 국민과의 대화가 소모성 이벤트로 전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세종시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 전에 법으로 정해진 문제이며, 약속이

행의 문제가 아니라 '법치의 문제'로 국민들이 인식할 가능성도 높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가 있더라도 세종시 문제는 국민에게 '약발'이 먹힐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락세로 돌아선 지지율...대통령 고개 숙인다고 달라질까

 

여기에 더해 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이 예전만큼 견고하지 않다는 점도 청와대로서는

고민이다.

 

지난 24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1.4% 하락한 37.8%를 기록했고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50.4%에 이르렀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정치사회팀장은 "지난달 40% 중반대까지 나왔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대로 하락 추세로 돌아섰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 정책,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 효과가 희석되면서 국민의 평가가 냉정해진 상황이다. 이번 국민과의 대화도 단

발성 행사로써 국면전환으로 직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국정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과 소통보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세

종시에 대한 입장을 듣는 데 그칠 것"이라며 "청와대는 세종시 수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겠지만 정부안이 확정된 이후에나 그 내용에 대한 평가로 여론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시 말해 이번 국민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아무리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더라도

세종시에 대한 국민의 여론은 크게 요동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매일노동뉴스 / 이재진 기자 besties@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