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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은 '꼿꼿'한데 MB는 '굽신'

해피곰 2009. 11. 19. 11:32

중.일은 '꼿꼿'한데 MB는 '굽신'

오바마 한중일 순방, 홀로 튀는 한국..'굴욕외교' 비판 일어

 

 

190cm 장신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아키히토(76) 일왕을 예방한 자리에

서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한 사진이 화제가 됐었다.

 

미국에서는 ‘저자세 외교’라는 지적도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선 연장자에게 예의를

갖춘 것뿐일 수 있지만, 이것이 ‘논란’이 된 것은 동맹국 일본 앞에서 더 이상 꼿꼿할 수만

은 없는 미국의 현 상황을 보여준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아시아 순방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아시아 중시’를

보여주겠다는 그의 행보가 녹록치 않아 보인다. ‘빚쟁이’인 중국에서 3박 4일 동안 공을 들

였지만 기대한 바를 이루지 못했고, 일본도 ‘미국 의존적 외교’에서 벗어나겠다며 고개를 뻣

뻣이 하고 있다.

 

그런데 순방국 중 마지막 방문지인 한국은 다르다. 과거 정상회담 때와 달리 회담을 앞두고

불거진 ‘논점’도 없으며, 아프가니스탄 재파병과 같이 미국이 요구하는 사안은 일찌감치 알

아서 ‘해결’해놓은 상황이다.

 

동아시아 ‘더 이상 호락호락하지 않아’

 

오바마 대통령은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선 길목마다에서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몰락’을 여실

히 체험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하토야마 정부는 취임 후 미일동맹을 과거의 ‘미국을 추종하는’ 관계에서 벗어

나 대등한 관계로 재정립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특히 양국 간 ‘뜨거운 감자’인 후텐마 비행

장 이전 문제에 있어서 양 정상이 만난 후에도 여전히 ‘엇박자’가 이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일왕에게 90도 인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키히토 일왕에게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양 정상은 13일 정상회담에서 ‘동맹 강화’를 강조했고 기자회견에서 “후텐마 기지 이전 문

제를 조속히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토야마 총리는 14일 APEC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에 도착해서 “백지 상태에서

기지 이전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면서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기존 일미 합의를 전제로 후

텐마 기지 이전 문제를 논의하고 싶어 하겠지만 그럴 것이라면 작업팀을 가동할 필요가 없

다”고 강력하게 말했다. 이번 주 발족 예정인 미일 실무작업팀에 대해 ‘미국의 뜻대로만 하

진 않겠다’고 분명히 한 것이다.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도 만만치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3박 4일의 일정을 할애해 중

국 설득에 나섰으나 얻은 것은 별로 없었다.

 

17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국제

경제위기와 관련, “중국은 일정 시간 이내에 시장이 주도하는 시스템을 추진하겠다고 약속

했다”는 말로 중국에 환율 자유화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후 주석은 이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외려 “오바마 대통령에게 나는 현

재 상황에서 양국이 다양한 형식의 보호주의에 단호히 반대하고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했다.

 

나홀로 튀는 한국의 ‘오바마 맞이’

 

그런데 한국은 좀 다르다. 무엇보다 한미 간에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불거진 ‘논점’이 없다.

미국 언론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일정을 소개하면서 방문국 중 한국을 아예 빼먹었다는 얘기

는 씁쓸할 정도다.

 

그래서인지 오바마 대통령도 ‘첫 순방지’임을 강조한 일본이나 3박 4일을 쏟아부은 중국과

달리, 한국에선 만 하루만 머물며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미군을 격려한 후

돌아간다.

 

이에 대해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18일 “과연 우리나라의 위치가 어디쯤 있는지 깊은

회의와 실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에선 행사를 소화하고, 중

국에선 대학생과 토론하는 등 성의 있는 행사일정을 소화했는데 우리나라에선 24시간 체류

하면서 정상회담과 주한미군 방문 외엔 별다른 발표 일정이 없다”고 말했다.

 

현안에 있어 정부는 국내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미FTA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의 ‘진전된 언

급’을 기대하는 눈치지만, 이미 미국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시급한 현안을 처리한 다음에

의회에 보내질 것”(게리 로크 미 상무장관)이라고 일축한 상태다.

 

북핵문제에 있어서도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이 대통령의 북핵 제안인 ‘그랜

드 바겐’에 대한 공감의 뜻을 표하긴 했지만, 한국 정부의 의사나 남북관계와는 별개로 북

미 양자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주권국가 자존심 팽개친 굴욕외교”

 

이로 인해 중국, 일본과 대비되는 한국 정부의 ‘굴욕외교’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국내

에서 강하게 일고있는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아프간 재파병을 결정한 데 대한 비판이 잇따르

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아프간 재파병을 결정한 정부가 오바마 미 대통령

에 대한 환영의 폭죽이라도 터뜨리는 듯, 이명박 정부는 일찌감치 2천명 파병규모를 발표해

놓고 있다”면서 “미국 국민조차도 반대하는 추가파병을 당사국도 아닌 한국정부가 자처하여

나선 것은 누가 보더라도 명백히 주권을 가진 국가로서 자존심을 다 팽개쳐 버린 굴욕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과 중국을 언급하면서 “동북아 각국이 이미 각자 국익에 맞춰 독자노선을 정립해

가고 있음에도 이명박 정부는 아직도 구태하기 짝이 없는 친미 사대주의를 벗지 못하고” 있

다면서 “국익은 고사하고 미국 앞에 아무 조건 없이 벌거벗은 정부로 인해 국민들이 치욕을

감수해야 하는가”라고 밝혔다.

 

"파병결정 철회하라"
14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아프간재파병반대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 회원들은 집회를 열고

정부에 아프간 재파병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반전 시민사회단체들도 아프간 재파병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날 전국에서 반전 시민단

체들은 ‘오바마 정부의 아프간 점령 중단’과 ‘정부의 아프간 재파병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김덕엽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반대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 기획팀장은 “오바마는 이번 순

방을 통해 아시아권 내에서의 지지라는 정치, 외교적 성과를 내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면서

“그런데 한국은 국민들의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억누르면서 먼저 아프간 재파병을 결정하

고 적극적으로 미국과의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에 동참하겠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팀장은 “이명박 정부는 동맹 강화를 통해 강대국이라는 미국과 위상을 나란히 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고, 오바마는 아시아의 지지를 얻어갈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상생의 길’로 인해 양국 국민들은 더욱 처참하고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

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매일노동뉴스 / 정지영 기자 jjy@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