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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파업’ 5일째, ‘왜’가 없는 한국 언론

해피곰 2009. 11. 30. 09:52

철도노조‘파업’ 5일째, ‘왜’가 없는 한국 언론

원인은 없고 ‘철밥통’, ‘청년실업’, ‘경제위기’만 난무해



철도노조 파업이 벌써 5일째를 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철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 또한 물류수송도 늦어지게 된다. 이 같은 불편은 당연한 수순과도 같

다. 국민들 또한 모르는 일이 아니기도 하다.

 

▲ 지난 26일 진행된 '서울지역 철도노동자 총파업승리 결의대회'의 모습

 


철도노조파업, 국민정서를 건들다… 누가?

 

이러한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28일 “수십만 명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평생직장을 보장받는 공기업 노조가 파업을 하는 것은 국민

들이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면서 “경제적 손실이 있더라도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

고 엄정한 대처를 주문했다.

 

또한 정운찬 국무총리 역시 “무리한 파업으로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은 국민들의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며 철도노조 파업을 정면에서 비판했다. 조중동

을 비롯한 타 언론 역시 다르지 않다.

 

<중앙일보>는 27일자 ‘철도노조 파업, 법과 원칙대로 처리해야’ 사설을 통해 “‘회사야 망하

든 말든 우리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집단이기주의나 다름없다”면서 “국민 편의를 볼모로 툭

하면 벌이는 철도파업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특히 이번 파업은 국민 다수가 바라는 공기업 경영합리화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

에서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면서 “철도공사는 혹시라도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국민의 피해

가 최소화되도록 대체인력 확보 등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 지난 27일 '중앙일보' 사설

 


모두들 한 목소리로 ‘시민불편’, ‘운송차질’, ‘공기업 노조’ 등을 중심에 두고 들고 나왔다.

철도노조의 파업이면 늘 나오는 레퍼토리와 같다. 그 안에 노조가 ‘왜’ 파업을 하게 됐는지

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그리고 늘 언제나 그렇듯 파업을 한 당사자만 비판의 대상이 되었

다. 이상하리만큼 철도노조의 파업에는 ‘국민이성’이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비춰진다. 한번

쯤 이들의 이야기도 들어주면 안 되는 걸까? 철밥통인데 무슨 파업이냐고 욕하기 이전에

이들의 노동환경이 어떤가를 한번쯤 생각해봐주면 안 되는 걸까?

 

철도노조 왜 파업에 들어갔나?

 

<한겨레>는 지난 28일자 ‘공기업 선진화가 코레일 파업 불렀다’ 기사를 통해 “노조가 파업

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24일 팩스를 통해 전달된 회사 쪽의 단협 해지 통보였

다”며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에 그 책임을 물었다.

 

실제 철도노조의 파업은 철도공사의 일방적인 임단협 교섭을 해지 통보에 있다. 그리고 임

단협 교섭의 중점은 ‘근무형태’에 있었다.

 

2002년도의 일이다. 철도공사와 노조 측은 단체협약을 통해 24시간 맞교대제를 3조2교대로

전환하기로 합의했었다. 24시간 하루 꼬박을 일해야만 하는 근무였다. ‘사람이 24시간을 잠

안자고 일을 할 수가 있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먼저 들게 하는 살인적인 노동환경이다. 이

에 3조2교대로의 전환하기로 한 합의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문

제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였다고 한다.

 

<한겨레> 기사를 통해 노조는 “허준영 사장이 취임하면서 회사 쪽의 태도가 돌변한 것을

볼 때, 정부의 압력이 상당히 작용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지난 28일 한겨레 9면 기사

 


이명박 대통령은 ‘공기업 선진화’를 이야기하며 철도공사 정원의 15%를 감축하도록 했다.

24시간 맞교대인 상황에서 인원감축이라니. 노동인력이 빠지는 순간 노동강도는 더 심해질

것은 뻔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 15% 인원감축을 채우지 못하면 철도공사는 민영화대상인

된다. 민영화는 곧 철도이용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공석이던 철도공사 사장으로 ‘허준영’이란 인물을

내려 보냈다. 또 ‘허준영’은 어떤 인물인가. 경북고와 고려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2005년 경찰청장에 취임했다가 농민집회 진압 도중 사망자의 발생으로 사퇴했던 인물이 아

닌가. 이렇듯 철도운영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는 ‘허준영’이 철도공사 사장으로 왔다. 이

‘공기업 선진화’의 임무를 위해 철도공사에 왔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당연히 임단협이

순조롭게 될 리가 없지 않은가.

 

이에 박수근 한양대 법학과 교수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공공기관으로서는 개벌 기관의 사정을 무시해 가면서까지 무리한 단협 개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 우려가 지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철도노조파업, ‘국민상식’으로 생각하면….

 

이명박 대통령 그리고 정운찬 총리, 그리고 언론매체들. 이들은 모두 “철밥통인데 무슨 놈

의 파업인가. 가뜩이나 취업도 힘든 시기에….”, “또 시민들의 불편은 어떻고, 물류운송은

떠 어쩌나 경제도 어려운데….”라고 이야기한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국민들이 가장 민감하

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교통불편’, ‘취업’, ‘경제’라는 논리 말이다.

 


▲ 지난 26일 진행된 '서울지역 철도노동자 총파업승리 결의대회'의 모습

 


바로 이 논리들이 파업에 들어간 철도노조를 공격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바로 ‘국민정서’를

정면에서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앞서도 언급했듯 그 속에 ‘왜’ 파업을 하는가는 없다.

 

그러나 노조가 파업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파고들면 이명박 정부의 무리한 ‘공기업 선진화’

를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을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총리의 발언이나 언론매체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만약 언론매체에서 이러한 상황들을 보태지도 말고 그대로만 전한다면 국민들은 어떤 반응

을 보일까? 현재도 24시간 맞교대제로 일하고 있는 철도노동자들에게 더 높은 강도의 일을

하라고 요구할까? 이것이 알고 싶다.

 

국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정부는 언론을 이용해 건드리고 있다. ‘국민정서’

를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들의 상식적인 ‘국민이성’이 작동되도록

언론이 나서야 하지 않을 까? 그런데 그런 기대를 할 수 있는 언론이 몇이나 될 까?

미디어스 /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