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대통령에게 '노동자의 권리'는 없는가? 막무가내 '불법몰이', 파업하는 노동자도 국민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철도노조 때리기'가 도를 넘어섰다. 최근 공공기관장들을 불러 가진 워크 숍에서 "적당히 타협하면 안 된다"라고 강경대응을 주문한 것을 시작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법이 준수되지 않으면 이런 일은 반복될 것이다", "연말에 상품 하나라도 해외수출을 해야 하는데 하필이면 연말에 장기파업을 하고 있다"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장관들은 담화문을 통해 노조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고 곧바로 철도노조와 전국공무원노조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 대통령이 철도노조에 대한 강경모드를 사실상 진두지휘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논리도, 원칙도 필요없다…'일단' 때리고 본다? 모든 CEO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CEO 출신 대통령으로서 노조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체화 된 탓인지 이 대통령의 일련의 발언들에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 대목이 여럿 발견된다. 이 대통령은 3일 "젊은이들도 일자리가 없어 고통받고 있는데,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보장받 고도 파업에 들어갔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의 고통 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으로 평가받는 공기업 노조의 파업을 대비시키고 싶었겠지만, 상호 연관성이 부족한 일을 꿰어 맞춘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노동유연화의 칼을 휘두르면서 '질 낮은 일자리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명박 정부다. 한국철도공사를 비롯한 공기업들은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발을 맞춰 비정규 직 노동자들을 해고하거나 신입사원 초임 삭감, 인력감축, 연봉제 도입 등의 강경책을 잇달 아 추진했고, 철도공사의 일방적인 단협한 폐기가 이번 파업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오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서울본부에 마련된 상황실을 찾았다. 철도파업과 관련된 대응방안을 보고받고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청와대 당정청이 똘똘뭉친 '공안몰이'…靑 "불법파업에 단호하게 대처" 이 대통령은 "법이 준수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같은 일은 반복될 것"이라며 철도파업을 불 법으로 규정했다.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아예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 이라고 못박았다. 박 대변인은 "일부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강경하다', '공안몰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지 만 사실과 다르다"며 "합법적 노조활동은 최대한 존중하지만 불법에는 단호히 대처한다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게다가 불법파업이 국민의 불편과 국가적 손실을 부른다면 그것은 더 말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도 "이번 파업은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반대하고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전형적인 불법 파업"이라면서 '강공'을 주문했다. 정부는 노동조합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검거작전에 돌입한 상태다. 하지만 법리적으로 봤을 때도 이번 파업은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 철도노조는 중앙노동위원 회의 조정 절차와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절차상의 합법요건을 갖췄고, 파업 중에도 필수 유지업무를 위한 인원은 그대로 운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철도노조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이 노조 파업의 합법성 에 손을 들어줬고 파업 첫날부터 5000여 명의 대체인력을 투입한 공사 측에 '명백한 불법 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파업 중에 외부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현행법 상 철도 노사가 모두 준수해야 하는 단체협상을 위반하는 행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3일 "서울메트로 기관사와 퇴직한 분들이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 달라"고 지시했다. 대체인력 투입이 금지돼 있다는 환기에도 불구하고 부당노동행위 를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어떤 일이 있어도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어느 쪽이 불법을 저지르고 있느냐는 논란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일각에선 이처럼 무리한 논리까지 동원한 이 대통령의 강도 높은 '노조 잡기'에 정치적 노 림수에 대한 의심까지 보낸다. 세종시 반대, 한상률 게이트 등 난제에 직면한 정부가 여론 의 시야를 분산하고 보수층의 결집을 시도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믿고 싶지는 않지만, 노동계의 반발만 키워가는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그럴싸하게 들리 기도 한다. 만약,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를 매도한 대가로 다른 사소한 이 익을 취하고자 함이 있다면 이 대통령의 지론인 '법치'는 설 땅을 잃을 수 있다. '자괴감' 느낀다던 CEO 대통령, 노조원은 국민 아닌가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노조원, 노동조합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하겠다. 이 대통령은 지난 달 중순에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공무원 노동조합 의 민주노총 가입을 언급하면서 "대통령으로서 안타깝고 자괴감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파업을 하는 노동자도, 노동조합도,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망루를 점거한 철거민들 도 모두 결국에는 이 대통령과 정부가 끌어 안아야 할 '국민'이다. '사용자'로서, 또한 '사장 님 대통령'으로서 자괴감을 토로하기 전에 이 대통령이 먼저 되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프레시안 / 송호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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